[최송목의 경영전략] 선수와 감독은 다른 게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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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의 경영전략] 선수와 감독은 다른 게임을 한다

소비자경제신문 2026-07-07 09:44: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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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작가
최송목 작가

[소비자경제] 최송목 작가 = 우리는 흔히 축구를 잘하면 감독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축구장에서 같은 승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의 선수라면 최고의 감독도 될 것이라고 쉽게 믿는다.

그러나 이는 가장 흔한 착각 가운데 하나다. 선수와 감독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는 몸으로 상대와 겨루고, 감독은 전략으로 승부를 설계한다. 선수는 자신의 기량으로 경기를 바꾸지만, 감독은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엮어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같은 승부를 향하지만, 필요한 능력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감독이 된 사례는 의외로 드물다. 오히려 스포츠 역사는 그 반대의 사례를 더 많이 보여준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논란 역시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뛰어난 선수는 뛰어난 감독이 되기 어려울까?

선수의 역할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뛰어난 체력과 기술, 순간적인 판단력이 경쟁력이다. 반면 감독은 어떤 선수를 어느 위치에 배치할지, 언제 교체할지, 어떤 전술을 선택할지를 결정한다. 선수 한 명이 아니라 팀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바라보는 시선의 범위부터 차이가 난다.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면 되지만, 감독은 경기장 전체와 관중의 분위기, 구단의 기대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선수가 부분을 책임진다면 감독은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다.

요구되는 책임의 방식도 다르다. 선수는 자신의 실력으로 승부하지만 감독은 남이 잘하도록 만드는 법을 익힌 사람이다. 뛰는 선수뿐 아니라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의 심리까지 살펴 가장 적절한 순간에 투입하는 안목이 감독의 진짜 능력이다.

그래서 스타 선수 출신 감독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뛰어난 선수일수록 자신의 기준이 높다. 자신에게는 당연했던 플레이가 평범한 선수에게는 결코 쉽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늘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평범한 선수 출신 감독은 대다수 선수들의 고민과 한계를 더 잘 이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명장 가운데는 선수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이 적지 않다. 알렉스 퍼거슨, 조제 모리뉴, 위르겐 클롭, 아르센 벵거 감독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사례는 베트남 축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이다. 그는 스타 선수는 아니었지만,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하나의 조직력으로 엮어내며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감독의 역할은 경기를 직접 뛰는 것이 아니라, 승리할 수 있는 형세를 만드는 데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손자의 장수론은 오늘날 감독과 CEO의 역할을 설명해 준다. 

손자는 "장수는 나라를 떠받치는 사람(將者, 國之輔也)"이라며 리더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이 묵직한 메시지는 오늘날의 감독과 CEO에게도 그대로 유효하다. 감독의 본질은 경기를 직접 뛰는 것이 아니라, 승리할 수밖에 없는 판을 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손자는 또 "뛰어난 장수는 사람을 탓하지 않고 형세를 만든다(善戰者, 求之於勢, 不責於人)"라고 했다. 여기서 형세(勢)란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의 판과 흐름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명감독은 선수에게 "왜 그것밖에 못 하느냐"고 질책하기보다, 선수를 어디에 배치할지, 어떤 장점을 살릴지, 경기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이 원리는 스포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곧 훌륭한 CEO가 되는 것도 아니다. 프로그래머는 코드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고, CEO는 사람과 자원,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사람이다. 기술과 경영은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필요한 역량은 다르다.

많은 조직은 '잘하는 사람'을 '잘 이끌어 갈 사람'으로 착각한다. 선수는 공을 차지만, 감독은 판을 짠다. 승부는 뛰어난 선수 한 사람의 기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선수가 제 몫을 다하도록 만드는 감독의 설계에서 비롯된다.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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