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업계는 고유가와 고환율, 노사 갈등, 항공사 재편이라는 복합 위기를 겪었다. 특히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고환율 속에 항공사들은 비상경영과 노선 감편, 무급휴직 등 비용 절감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었다. 여기에 임금·통상임금 분쟁까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복합 위기가 다시 닥칠 경우 국내 항공업계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고유가, 연료비 부담 키웠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업계를 가장 먼저 흔든 변수는 국제유가 상승이었다. 국제선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같은 기간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도 빠르게 커졌다. 항공유 가격 역시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으며 항공사들의 비용 증가를 부추겼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달 7일 발표한 ‘2026년 글로벌 항공운송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항공유 가격 상승을 반영해 올해 세계 항공업계 순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연료비가 올해 항공사들의 가장 큰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며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에 착수했고,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수익성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중동 전쟁으로 항공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상반기 항공사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유가였고,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커졌다”고 평가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2분기 체감은 코로나19 초기만큼 어려웠다”며 “매출이 발생해도 항공유 가격 부담 때문에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판매된 항공권이 향후 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여서 당장 경영 여건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버티는 것밖에 없다”면서 “현재 판매되는 항공권의 효과는 9월 이후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고환율, 달러 비용 직격탄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원·달러 환율 급등도 국내 항공사들의 수익성을 압박했다. 항공사는 항공유뿐 아니라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각종 해외 공항 이용료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이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진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연료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같은 양의 항공유를 구매하더라도 원화 기준 비용은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은 이유로 이러한 비용 구조를 꼽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국제 정세와 환율 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산업”이라며 “특히 대형 항공사와 달리 상당수 저비용항공사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 미래 연료비 급등에 대비해 항공유 구매 가격을 미리 고정하는 ‘항공유 가격 헤지(Fuel Hedging)’와 같은 위험관리 수단을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 항공사 재편, 통합 이후가 시험대
올해 상반기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이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조직과 운항체계, 브랜드 통합 작업이 이어졌고, 계열 저비용항공사 재편도 주요 과제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한 조직·운항체계 정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저비용항공사 통합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도 통합 과정에서 안전운항과 소비자 보호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항공사 통합이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조직 문화 융합과 인력 운영, 서비스 품질 유지가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노사 갈등, 경영 불확실성 키웠다
이 같은 경영 환경 악화와 함께 노사 갈등도 상반기 항공업계의 또 다른 변수였다. 임금협상과 통상임금 분쟁이 이어지면서 비용 부담뿐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도 커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지난 3월 '2024년 단체협약 및 2025년 임금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함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조종사 근속 서열과 인사 운영 기준 등을 주요 쟁점으로 제시했고, 대한항공은 인사 운영과 경영 여건 등을 이유로 노조와 이견을 보였다.
통상임금 문제도 항공업계 전반으로 확산했다. 티웨이항공 조종사들은 비행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한항공에서도 비행수당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와 항공업계에서는 향후 법원 판단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 산정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인건비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고유가와 고환율, 항공사 재편 등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확인된 시기였다”며 “항공산업은 국제 정세와 유가, 환율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항공사들도 평상시 위험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정부도 업종 특성을 반영한 지원 방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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