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이상민 기자] LG가 공정거래위원회와 1·2·3차 협력사와 함께 공급망 전반의 상생협력 확대에 나선다. 그동안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돼 온 상생협력 체계를 2차 이하 협력사까지 넓히고, 납품대금 회수 안정성과 금융·복지 지원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LG는 6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1·2·3차 협력사 상생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LG전자 류재철 사장, LG디스플레이 정철동 사장, LG이노텍 문혁수 사장, LG화학 김동춘 사장,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 LG생활건강 이선주 사장, LG유플러스 홍범식 사장 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LG 경영지원부문장 하범종 사장과 협력사 대표, 임직원 등 170여명도 함께했다.
이번 협약은 LG 공급망에 속한 2차 이하 협력사의 거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참석자들은 상생결제를 중심으로 납품대금 지급 조건을 개선하고, 금융 지원과 복지 혜택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했다. LG는 이번 협약을 통해 1·2차 협력사 기준 약 1300개 협력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도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 위에서 완성된다”며 “LG에서 시작해 1차, 2차, 3차 협력사로 고르게 퍼져나가는 따뜻한 상생의 문화가 깊게 뿌리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LG는 우선 1차 협력사에 대한 현금성 결제 비율 100%를 유지하고,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상생결제로 지급한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이어지는 비율인 ‘상생결제 낙수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LG는 이 목표가 국내 기업집단 중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상생결제는 대기업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협력사가 납품대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LG의 1차 협력사들은 기존에도 상생결제를 통해 평균 열흘 이내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생결제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확산된 2차 이하 협력사는 대금 지급까지 최대 100일 이상 걸리거나, 대금 미지급 피해에 노출되는 등 거래 안정성에서 격차가 있었다.
LG는 정부가 2015년부터 운영해 온 상생결제를 제도 도입 초기부터 적극 활용해 왔다. 상생결제를 사용하는 1차 협력사에는 정기평가 가점과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2차 이하 협력사로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이 같은 흐름을 그룹 차원의 공급망 관리 체계로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의미가 있다.
현장에서는 실제 상생결제 확산 사례도 공유됐다. LG전자 1차 협력사인 미래코리아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지급받은 납품대금 342억원 전액을 어음 없이 상생결제로 2차 협력사 15곳에 전달했다. 납품대금이 1차 협력사에서 멈추지 않고 하위 협력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LG 7개 계열사가 2025년 상생결제를 통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대금은 약 13조5000억원 규모다. 올해도 전년과 비슷한 규모로 지급될 경우 약 1조3000억원의 대금이 LG 계열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2차 협력사에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이하 협력사 입장에서는 대금 회수 기간을 줄이고 자금 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 지원도 함께 확대된다. LG는 약 90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동반성장펀드 가운데 10% 이상을 2차 이하 협력사 지원에 배정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복리후생 여건이 취약한 협력사를 위해 LG 계열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협력사 임직원 전용 복지몰’도 개방한다. 단순히 납품대금 지급 구조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사 임직원의 체감 지원까지 넓히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 기반 제도도 정비한다. LG와 협력사들은 납품대금 연동제와 하도급대금 분쟁조정기구 등 제도 운영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우수사례로 소개된 LG생활건강은 사내 전자계약 시스템에 연동 약정 절차를 반영해 협력사가 연동 조건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원재료 가격 변동 부담이 협력사에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계약 단계에서부터 제도 활용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LG는 금전적 지원과 함께 협력사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LG전자는 협력사의 디지털전환(DX)을 돕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부터 250곳 이상의 협력사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했다. 생산 현장의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 구축을 돕고, 협력사가 제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교육·훈련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무 중심 교육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공동 연구개발과 공동 특허 출원 프로그램도 운영해 협력사의 기술 역량을 키우고 있다. 단순 발주·납품 관계를 넘어 협력사가 자체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LG이노텍은 2023년부터 ‘협력사 역량강화 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AI 대응 역량 강화, 생산기술 노하우 전수, 전문 인력 파견 등 현장형 실습 교육이 이뤄진다. 협력사가 생산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화학도 기술연구원과 CS캠퍼스에서 각종 분석·시험 과정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협력회사의 기술·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기술 인력 지원과 기술세미나도 진행한다. LG유플러스는 중소기업 경영활동에 필요한 ISO 인증과 이노비즈 인증 등 각종 인증 취득 관련 전문 컨설팅 비용 전액을 지원해 중소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돕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LG가 넓히고 있는 축이다. LG전자는 2024년 국립창원대와 ‘LG전자 글로컬대학기술센터’를 구축해 지역 학생들의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지역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약 5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3000㎡ 규모의 냉난방공조(HVAC) 연구센터도 구축 중이다. 지역 인재 양성과 미래 성장 분야 연구 인프라 확충을 함께 추진하는 셈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유망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슈퍼스타트 인큐베이터’를 통해 혁신적인 지역 스타트업에 기술, 네트워크,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협력사 지원을 넘어 지역 인재와 청년, 스타트업까지 상생협력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은 “이번 상생협약을 통해 상생결제 확산, 2차 이하 협력사 지원 확대, 공정거래 기반 강화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거래기업 간 관계를 넘어 지역사회, 청년 등 상생협력 범위 확대에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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