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다음 달 17일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 중 가장 먼저 칼을 뽑아든 그는 30대의 전도유망한 정치인에서 30년의 우여곡절을 거쳐 집권여당 대표 자리를 겨냥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국정운영 파트너를 넘어 당원들의 인정과 신뢰를 확보하고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DJ 황태자'에서 18년 야인까지…'정치적 스승'에 배운 외연 확장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김 전 총리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32세의 나이로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당시 언론에서 그는 'DJ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가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스승으로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6일 출마 선언에서 김 전 총리는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5·18의 성지이자 대한민국 '메가 체인지'의 출발지가 될 광주에서 정치적 스승의 말씀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집권기에 중도·보수 인사들을 영입하는 일을 맡아 해내면서 새천년민주당의 정권재창출 성공을 경험했다. 이는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친명계에서 강조하는 외연 확장과 결을 같이한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권재창출 성패를 가른 요소로 지목되기도 한다.
다만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탈당했던 것이 자신의 정치적 앞길을 가로막았다. 당시 김 전 총리는 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항변했지만 '철새'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그 뒤로 무려 18년을 야인으로 지내야 했다.
총선·대선 지휘한 '전략통'…검증된 '이재명의 국정파트너'
김 전 총리가 다시 제도 정치권으로 돌아온 건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을 맡으면서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기여한 뒤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한참이나 뒤늦은 3선 고지에 올랐다.
22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이후 2024년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2기 지도부에 합류했다. 경선 초반 득표율이 낮았으나 당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김민석 의원이 왜 이리 표가 안 나오느냐'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몰표를 받아 수석최고위원에 등극했다.
이후 이재명 대표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8회 지방선거와 22대 총선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했다.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란 점에서 고전했으나 총선에서는 161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계엄과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해 대선에서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재명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이는 지난 3일 김 전 총리가 "당내에서는 총선·대선·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지휘하고 승리까지 이끌어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강조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 전 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1년간 재직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5년 APEC 대한민국 경주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었고, 올해 미국을 방문해 JD 밴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글로벌 AI허브 유치도 성과로 꼽힌다. 전반적으로 내란 종식과 안정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무리 없이 보조를 맞춰왔다는 평가다.
6·3지방선거 이후 당권 도전이 가시화되자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해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이 큰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며 "성과도 많이 냈다. 아마 역사적으로 이렇게 단기간 내에 구체적 성과를 많이 낸 내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해왔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권 도전에도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팬덤 투쟁' 넘어 당정일치·통합실용노선으로 총선·대선 지휘봉 쥘까
이 대통령의 신뢰와 친명계의 지원 속에 김 전 총리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초반 우위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전남광주·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결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은 차기 당 대표 선호도에서 김민석(44.2%), 정청래(20.4%), 송영길(15.4%) 순으로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한정했을 때도 김민석 47.2%, 정청래 22.5%, 송영길 15.8%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민주당 지지층 및 무당층 10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p)에서도 김 전 총리는 36.3%, 정 전 대표 29.5%, 송 의원 14.2%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는 정 전 대표가 추진했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강성 당원들이 가진 표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정 전 대표의 저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 전 대표는 박찬대 후보에게 대의원 선거에서 크게 패배했지만 권리당원들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열세를 만회하고 당권을 잡았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정 전 대표가 유리할 수 있는 선명성 경쟁의 전선을 사전에 허물어버리는 전략을 내세웠다. 경쟁 출마 선언문에서 자신을 '민주대연합론자·당원주권론자·검찰개혁론자·숙의민주주의론자'라고 강조함으로써 1인 1표제와 당원주권정당, 보완수사권 폐지, 언론개혁 등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신 유능함을 바탕으로 한 당정 일치와 통합, 실용 노선을 앞세워 경쟁력을 어필하고 있다. 그는 "같으면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끊임없이 확장하는 3박자 대통합의 관점에서 다른 정당·정파·개인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대대적인 '대통합플랜'을 추진하겠다"며 "더 강한 '진짜 당원주권'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다음 당 대표의 임무는 국정성공 지원과 총선승리"라며 "국정지원도 총선승리도 김민석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총리가 자신만의 비전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를 팬덤 중심의 권력 투쟁이 아닌 비전 중심의 노선 투쟁으로 이끌어야 승산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야만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을 치를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지금 민주당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총선 승리를 담보하는 것"이라며 "총선을 이겨야 대선을 이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국면에서 2030세대와 중도층에 대한 촘촘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들이 '정신 차렸네'라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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