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5월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을 발표하며 ‘선별적 보호를 넘어 모두의 복지’를 새로운 복지 철학으로 제시했다. 국민 모두의 생애 전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편적 권리로 복지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분명 이전의 선별복지 중심 정책보다 진전된 언어처럼 들린다. 그러나 정작 이 계획을 읽고 나면 남는 것은 기대보다 아쉬움이다.
사회복지(social welfare)는 역사적으로 자선과 시혜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는 사회권 실현의 제도로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대상을 선별하고 국가의 재정과 행정 범위 안에서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번 수정계획 역시 소득보장과 돌봄, 의료, 인공지능(AI) 기반 복지행정 등 다양한 정책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보장제도의 확대와 전달체계 개선에 머물러 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사회 자체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국가의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복지는 사회적 위험이 발생한 이후의 보호를 담당하지만 사회정책은 그러한 위험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 자체를 다룬다. 노동과 주거, 교육, 산업, 조세, 지역 발전까지 사회권 실현을 위한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사회정책이다. 사회복지를 사회 전체의 개혁과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가 1942년 발표된 베버리지 보고서다. 베버리지는 사회보장이 완전고용, 국민보건, 교육개혁과 함께 추진될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봤으며 그의 구상은 오늘날의 사회복지를 넘어 사회 전체를 재구성하려는 포괄적 사회정책의 비전에 가까웠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복지를 통해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성장이 다시 복지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가 성장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순간 복지는 경제를 위한 도구가 될 위험을 안게 된다. 사회권은 경제성장의 부산물이 아니라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국가가 지켜야 할 것은 성장의 논리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며 복지와 사회정책은 그 책임을 실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장애인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돌봄과 건강주치의 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문화권을 국가 운영의 기본 원리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장애인은 여전히 복지의 대상에 머물 뿐 사회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돌봄 서비스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권리가 완성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생과 초고령사회, AI로 인한 노동시장 재편, 지역소멸은 어느 하나 복지 패러다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사회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사회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말하는 ‘모두의 복지’는 분명 선별복지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제는 복지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사회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정부는 많았다. 그러나 사회정책으로 국가의 방향을 바꾸려 했던 정부는 많지 않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의 복지’가 아니다. 복지를 넘어 노동과 교육, 의료와 주거, 장애와 사회 참여, 지역과 산업을 하나의 사회권으로 묶어내는 새로운 사회정책(social policy)이다. 복지가 국민을 보호하는 제도라면 사회정책은 국민이 살아갈 사회를 설계하는 국가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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