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의 성범죄 혐의 핵심 증거를 현직 경찰인 부친이 인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가족이 범인 도피를 돕거나 증거를 숨겨도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친족 특례’ 폐지론이 부상하고 있다.
경기 지역 경찰들도 친족 특례가 강력 사건 수사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인데, 전문가들은 ‘인륜을 형법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친족 특례 취지를 고려한 절충안을 내는 게 적합하다고 제언한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형법 151·155조는 ‘친족 또는 가족이 범인 도피를 돕거나 증거인멸 등 범행을 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친족 간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인륜에 반해 혈연 관계나 가족인 피의자를 신고하거나 증거 제출을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아버지가 장윤기의 성범죄 모의 정황을 입증할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친족 특례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논란이 되며 제도가 가진 맹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 지역 일선 경찰들도 친족 특례가 강력 사건 수사, 범인 추적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경기북부경찰청은 4월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직후 도주한 20대 남성 A씨를 검거한 바 있는데, 피의자 가족이 도피를 도우면서 추적에 5개월이 소요되기도 했다.
A씨 가족은 A씨에게 현금, 전남 무안군 내 은신처를 마련해주며 경찰 추적을 따돌렸지만, 경찰은 친족 특례에 따라 가족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도피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나 범인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다”면서도 “가족의 조력은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어 경찰 입장에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친족 특례의 완전한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 흉악범죄나 사회적으로 공분이 큰 사건 등에 예외를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흉악범죄가 늘면서 친족 특례가 초동 수사 지연, 피해자 권리 회복 저해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만,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를 가족에게 강제할 수 없다는 친족 특례 취지를 감안, 중대범죄에 한해 예외 규정을 두는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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