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전장의 시간이 바뀌고 있다. 표적을 찾고, 판단하고, 타격 순위를 정하는 과정이 ‘분’이 아니라 ‘초’ 단위로 압축되면서 전쟁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화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보느냐와 결정하느냐의 싸움이다. 속도전이 중요해진 만큼 민·관·군 전문가들도 머리를 맞대며 전략 점검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방 AI 기술의 조기 도입과 정책·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골든타임’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6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방 AI 컨퍼런스 ‘AWC:AI WAR 2026(실전이 된 전장, 대한민국 국방 AI 골든타임)’을 개최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입법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최근 전장은 수천~수만개 표적을 AI로 신속히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체계가 실제 적용되는 단계”라며 “국방 AI 관련 법안과 소프트웨어 획득 특별법을 발의한 만큼 정책 성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첫 기조강연은 쉴드AI 한국지사 유진 최 지사장이 맡았다. 그는 ‘미래 전장과 자율성(AI Autonomy)’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방 AI의 목적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군이 더 빠르고 정확하며 안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지사장은 “지금보다 더 빠르고 복잡하며 치명적인 환경”으로 국방 AI를 전망하며 “누가 먼저 탐지하고, 이해하고, 적응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GPS와 통신이 교란되는 환경에서도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자율성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짚었다. 자사의 AI 플랫폼 ‘하이브마인드(Hivemind)’를 소개하며 실제 적용 사례도 공유했다.
최 지사장은 “한국이 반도체와 통신,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국방 AI에서도 충분히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방 AI의 골든타임은 오래 열려 있지 않다. 정부와 군, 국회, 산업계가 함께 움직여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두릴코리아 전재효 상무는 ‘안드릴:현대전 패러다임의 재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미래 전장의 핵심이 개별 무기체계의 성능이 아니라 다양한 전력을 AI 소프트웨어로 연결·통합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전 상무는 과거처럼 성능이 뛰어난 소수의 무기체계를 확보하는 방식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전장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신 저비용·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인체계와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신속하게 전력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상무는 “하드웨어는 시간이 지나면 교체되지만 소프트웨어는 기존 무기체계의 성능과 운용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통신이 끊기거나 GPS가 교란되는 환경에서도 각 무인체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협업할 수 있는 자율성이 미래 전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상무는 중앙집중형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하고 다양한 무기체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야 한다”며 “무기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현대전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인기사업단 현정식 부장은 ‘글로벌 무인기 동향 및 시사점’을 주제로 미래 무인기 전력의 변화 방향을 소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사례로 들며 “저가 드론이 고가의 방공망과 기존 전력을 무력화하면서 전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부장은 “무기체계 개발에 10년 가까이 소요되는 기존 방식으로는 AI 기술 발전 속도와 급변하는 전장 환경을 따라갈 수 없다”며 “앞으로는 대형·고가 무인기보다 저비용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무인기와 AI 중심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 부장은 “무인항공기에서 AI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표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AI를 지속적으로 무인기에 적용해 지휘 결심 속도를 높이고 운용 인력의 부담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키나락스 김민성 국방사업본부장은 ‘실증으로 증명하고 생태계로 완성하다’를 주제로 AI의 국방 적용 사례와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국방 AI는 모델만 발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플랫폼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 생태계 산업”이라며 국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방사업본부장은 “국방은 보안 때문에 학습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반면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분야”라며 “처음부터 완벽한 AI를 만들기보다 현장에 먼저 적용한 뒤 운용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학습해 성능을 높여가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방사업본부장은 국방지능정보센터 AI 개발 플랫폼 구축 사례를 소개하며 “폐쇄망에서도 최신 AI 모델과 오픈소스를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보안 검증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데이터센터와 이동형 서버, 엣지 AI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LIG D&A 조규태 AI Lab장은 “지금은 대한민국 국방 AI의 골든타임으로,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기존의 장기 연구개발(R&D) 중심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전장과 AI 기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Lab장은 국방 AI를 ▲상황 인식 ▲의사결정 지원 ▲자율 행동의 세 단계로 구분한 뒤 “이 세 영역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 무기체계에 특화된 임무 장비 AI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를 통합적으로 지휘·운용할 수 있는 임무 통합 AI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Lab장은 개발 방식과 관련해 “완성된 설계를 놓고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빠르게 만들고 검증하고 다시 개선하는 애자일(Agile) 프로토타이핑 방식이 핵심”이라며 실증 사례로 USV(무인수상정) 기반 통합 지휘체계를 언급했다. 그는 “3D 프린팅 기반 소형 무인수상정 ‘해검S’를 포함해 다양한 플랫폼과 시뮬레이터, 클라우드, 실체계를 하나의 지휘통제(C2) 체계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조 Lab장은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속도”라며 “현장에서 먼저 실행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고도화하는 방식이 국방 AI 경쟁력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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