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편인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응원 구호로 여론의 질타와 중징계를 받은 서울 배재고가 6일 오후 광주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용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배재고에 응원 화환을 보낸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 의원은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며 배재고 학생들이 "미래 세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주역들"이라고 추켜세웠다.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민주당은 "학생들은 성숙하게 사죄했고 국회의원은 미숙하게 화환을 보냈다"고 꼬집었다.
이진숙 "스타벅스 구호 징계는 생각에 수갑 채우는 짓"
지난달 29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경기에서 배재고 선수들은 상대 팀인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학생은 "탱크데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해당 구호는 최근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전후로 진행한 '탱크데이' 홍보 논란을 연상시켜 조롱성 응원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배재고 야구부에 스포츠 정신 훼손 및 경기장 질서 문란을 사유로 6개월 전국대회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급기야 극우 인사를 중심으로 배재고 응원 화환이 정문 앞에 배치되기도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변호한 이하상 변호사 이름으로 된 '배재학당 자유정신 지지한다'는 문구의 화환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도 5일 배재고 야구부에 응원 화환을 보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정권은 생각에도 '수갑'을 채울 것인가"라며 배재고에 보낸 화환 사진을 게재했다.
화환 리본에는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적혀 있다.
이 의원은 "스타벅스가 5·18 모욕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주실 분 댓글 달아 달라"며 "만약 스타벅스가 5·18과 광주에 대한 모욕을 상징한다면 스타벅스는 더 이상 영업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세력'의 추정으로 '스타벅스 가야지'가 광주 5·18 모욕이라고 단정하고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을 징계한다면, 그들은 생각에 수갑을 채우는 짓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각에 수갑을 채우는 나라는 어딥니까. 김정은은 북한에서 성역"이라며 "누가 5.18도 성역이라고 말했다. '더 평등한 동물' 중의 한 명이"라고 보탰다.
민주 "이진숙, 미숙하게 배재고에 화환…학생들이 성숙"
이 의원이 서울 배재고에 응원 화환을 보낸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부적절하며, 최소한의 역사의식마저 의심케 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6일 서면브리핑에서 "학생들은 성숙하게 사죄했고 국회의원은 미숙하게 화환을 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배재고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과오"라면서도 "다행히 교육의 힘과 연대의 정신은 살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죄에 나선 배재고의 용기와, 이를 너른 마음으로 받아들인 광주일고 공동체의 포용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배재고 사태에 대한 교육적 해결 절차가 차분히 진행 중임에도,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의힘의 모 의원이 배재고에 응원 화환을 보낸 행동은 매우 부적절하며, 최소한의 역사의식마저 의심케 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갈등을 중재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이, 배재고 사태를 지지층 결집의 불씨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화환을 보내 진영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와 상호 존중의 태도를 배우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든든히 지원하는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아이들의 성숙한 발걸음을 부끄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자성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적당히 해…온 나라가 유치해지는 중"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이 의원의 응원 화환에 대해 "적당히 하라"며 일침을 놨다.
진 교수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진숙은 배재고등학교에 응원 화환을 보냈다고. 그게 뭔 잘한 짓이라고 응원을 하고 자빠졌는지"라며 "하여튼 온 나라가 폭력적으로 유치해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감독 "마음 속 깊이 반성…진심 사죄"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를 찾아 피해 학생들과 시민 앞에 직접 사과했다.
이날 오후 3시, 이효준 교장을 비롯해 교직원·지도자·학생선수·학부모 등 86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광주일고를 찾아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광주교육감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야구부 주장 A군은 선수단 명의 사과문을 통해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광주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시민들께 큰 상처를 드렸다"며 "모든 선수가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인성과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권오영 감독도 "학생들을 잘 이끌어야 할 지도자로서 책임이 가장 크다"며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경기에서 상대 존중과 동업자 정신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승패에만 집중해 잘못된 응원을 제때 제지하지 못한 점을 깊이 자책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자로서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직원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탈이 아닌 윤리 의식과 역사 인식의 붕괴로 보고 있다"며 "자체 진상조사와 징계 절차를 성실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8일부터 배재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역사·인권·차별·혐오 표현 방지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학교체육진흥회와 협력해 건전한 응원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자료도 개발·보급할 예정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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