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을 둘러싼 이른바 ‘효성가 형제 갈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조 전 부사장이 개인적 이익, 주식 매각대금 취득을 위해 효성 측을 압박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겉으로는 재벌가 내부 비리 폭로와 경영권 갈등처럼 보였지만, 다른 이면을 제시한 것이다.
앞서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효성의 불법을 고발한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로 표현됐다. 이에 검찰은 1000억원대 비상장주식 매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친형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고 조석래 명예회장 일가를 압박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또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의 공모 구조를 전면에 세웠다고 강조했다.
차남과
모사꾼
지난 2011년 조석래 명예회장의 건강 악화와 경영권 승계 문제가 맞물리던 시기, 차남인 조 현문 전 부사장은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관여한 계열사들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중공업 부문 경영 실책도 거론됐다. 숙련 임원 퇴사, 외부 컨설턴트 채용, 저가 수주 등으로 중공업 PG의 수익성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좁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이 2013년 회사를 떠나고, 2014년 조 회장 등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른바 ‘형제의 난’이 본격화됐다. 효성 오너가 갈등은 이후 상속과 지분 정리 문제까지 맞물리며 장기간 이어졌다.
효성 측은 이를 부당한 감사로 봤다. 검찰은 이후 조 전 부사장이 그룹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퇴사와 주식 매각, 비상장 지분 정리 문제를 둘러싸고 압박 전략을 세웠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그룹 내 불법적 의혹과 거리를 두기 위해 지분을 정리하려 했을 뿐, 이를 압박 수단으로 삼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회사를 떠난 조 전 부사장은 언론 홍보를 대행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변호사 공승배씨를 내세워 조 회장과 효성을 전방위로 압박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조 명예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맡겨둔 효성 주식을 임원을 압박해 확보한 뒤 골드만삭스에 매각했다고도 설명했다.
공 변호사는 조 전 부사장 측 메시지를 효성 임원들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검찰은 “공 변호사가 효성 비서실장 등을 만나 ‘서초동(검찰)에 가겠다’며 조 전 부사장을 띄우는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검 “조현문, 비상장주식 고가 매각 위해 효성 압박”
‘HJ Talk Point’ 문건에 담긴 조현준 회장 제압 전략
또 조 전 부사장 측이 자신의 배우자와 관련한 이른바 ‘찌라시’ 유포에 대해 조 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형사처벌을 거론해 협박했다고도 봤다. 공 변호사는 법정에서 두 피고인 모두로부터 보도자료 배포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갈미수 혐의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 박 전 대표가 공모해 조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사도록 압박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2015년 3월 조 전 부사장이 부모 자택을 찾아가 조 회장을 평생 괴롭히겠다는 취지로 협박했고, 이는 모친을 표적으로 한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 대화 요지) 문건에 따른 계획적 행위”라며, 이 협박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사전에 이메일과 시나리오성 문건을 주고받으며 공격 시점과 방법을 모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주식이었다. 자료는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효성 주식이 당초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조 명예회장이 관리하던 명의신탁 성격이었다고 설명한다. 조 전 부사장이 가족과 연락을 끊고 독자 행보를 보이자, 주식이 무단 처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조 명예회장은 2011년 8월경 해당 주권을 실물로 출고해 금고에 보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부모 향해
폭언 뱉어
이후 조 전 부사장은 2012년 12월 대여금고 열쇠를 분실했다고 신고한 뒤 재발급을 받아 보관 중이던 효성 실물 주권 138만4380주의 주권을 가져갔다는 내용도 자료에 포함됐다.
그다음 장면은 2013년 2월28일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장 마감 후 효성 주식 240만주를 약 1300억원에 매도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 측이 마련한 협상안과 박 전 대표의 성공 보수 구조도 압박 전략의 정황으로 제시했다.
협상안 자료에 따르면, ‘1안인 부동산 3사 교차 지분 정리가 성사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수임료 10억원을 지급’ ‘2안인 노틸러스효성 지분 정리는 30억원’ ‘3안인 기업 분리는 100억원을 지급’ 등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최종 4안에 등장하는 ‘ROE’라는 표현도 혐의 정황으로 삼았다. 수사기관은 이를 ‘Return of Emperor(황제의 귀환)’의 약어로 보고,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내 복귀 또는 영향력 회복 구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이를 단순한 투자 회수가 아니라 이른바 ‘Return of Emperor’ 즉, 계획의 실패 이후 방향을 틀어 비상장주식 매각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 한 정황으로 해석했다. 효성 주가가 예상처럼 하락하지 않자,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효성 측에 고가로 매각하는 쪽으로 전략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동륭실업을 제외한 여러 비상장회사 지분을 3.48%에서 20%까지 보유했고, 그 가치가 약 1000억원 상당이라는 표도 제시했다.
암투병 중 찾아갔지만
개인적 이익 추구 위해
친부모 간절한 호소 무시
검찰이 제시한 문건은 2013년 3월18일 작성된 ‘HJ Talk Point(HMC 수정본)’다. 여기서 HJ는 조현준 회장을 뜻하는 이니셜로 해석된다.
자료에는 “조현문이 서초동에 간다는 우려를 안 해도 되겠다는 조현준의 착각을 분석해야 함” “조현준을 제압하여 부동산 3사, 노틸러스효성 등 정리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유해야 함” “준비한 메시지 봉투를 전달하고 위법행위 리스트를 설명하는 것은 기본” “돈은 차갑고 간결하게, 상대의 말을 바로 자르고 우리 얘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일어나야 함” 등의 문구가 적시돼있다.
검찰 측 자료는 이를 조 전 부사장 측이 효성 측을 겁박하고 비상장주식 정리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한 사전 시나리오로 봤다. 자료상 공갈미수 구조는 두 갈래였다. 하나는 효성그룹을 상대로 민·형사소송, 장부 열람청구, 추가 고발 압박, 문전박대와 폭언 등 직접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하나는 언론인을 통한 우회적 메시지 전달이었다. 자료에는 <조선일보> <인베스트조선> <한겨레> <매일경제> <뉴스토마토>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효성 측 인사에게 “조현문이 원하는 것은 보유 비상장사 지분 정리”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정황도 정리됐다.
검찰 측 자료는 이를 “비상장주식 매각”이라는 본래 목적을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가 직접 말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한 구조로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역할도 자료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조 전 부사장과 민·형사소송, 협상, 언론 홍보 등을 통해 조 회장을 압박하고, 조 전 부사장의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도록 돕는 대가로 매달 2200만원씩 받기로 약정했다.
실제 박 전 대표가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41회에 걸쳐 합계 11억3652만원을 송금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 측은 박 전 대표가 단순 홍보대행을 넘어 비상장주식 매각 전략 수립, 변호사 추천, 법률 문서 작성 조언, 언론 환경 조성 등 법률 사무에 관여했다고 봤다.
“어머니 조사
아버지 감옥”
보도자료 배포 요구도 핵심 공소사실로 제시됐다. 자료에는 공승배 변호사가 효성 측 비서실장 노재봉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서초동에 가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진술이 들어 있다. 또 효성그룹이 조 전 부사장 사임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자,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명의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자료는 조 전 부사장이 이미 효성 주식 매각을 계획한 상황에서, 주식 매각 전 본인이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을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미공개정보 이용 관련 리스크를 줄이려 했다고 해석했다.
자료는 조 회장 측에 대한 ‘사과 요구’ 역시 압박 수단이었다고 본다. 2013년 7월경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대표로부터 협박을 받았고, 박 전 대표가 조현준 회장 관련 허위 소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효성 측은 조 전 부사장 배우자 관련 지라시가 실제 유포된 사실이 없었고, 따라서 사과 의무도 없었다는 입장으로 정리됐다.
자료는 조 전 부사장 측이 경찰 수사 의뢰 제안에는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지라시 문제 역시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격한 대목은 2015년 3월8일 성북동 방문이다. 자료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처 이여진 변호사는 조 명예회장 자택을 찾아갔고, 이 자리에서 조 전 부사장은 부모에게 “당신들은 이제 더 이상 내 부모가 아니니 조석래, 송광자로 부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됐다.
또 “조현준을 감옥에 보내겠다” “어머니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고 아버지도 감옥 갈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진술도 자료에 포함됐다. 검찰 측 자료는 이 방문이 즉흥적 충돌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토킹 포인트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 자료는 ‘패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조 명예회장은 암 투병 중에도 화해를 위해 집을 찾아갔고, 비상장주식 정리 협상까지 시도했으나 조 전 부사장이 이를 거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정리됐다.
“더 이상 내 부모가 아니니
조석래 송광자로 부르겠다”
그러나 검찰 측은 조 전 부사장이 부모를 상대로 한 직접적 압박까지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그 목적 역시 비상장주식 고가 매각에 있었다고 본다. 자료에는 조 전 부사장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매각해 주식 매각 1300억원, 효제동 땅 2000억원, 성북동 집 매각 등으로 4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거뒀다는 주장도 담겼다.
검찰 측 자료는 이 사건을 공소권 남용이나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강요 미수와 공갈 미수는 별개 범죄지만 실질적으로 경합 관계에 있고, 행위의 목적·피해자·구체적 태양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 기소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또 공소 사실에 범행 동기와 경위를 다소 길게 적었다고 해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은 아니라는 판례 취지도 제시됐다. 압수된 이메일 등 증거 역시 박 전 대표와의 배임증재 사건, 대우조선해양 연임로비 사건과 인적·객관적 관련성이 있어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논리도 자료에 포함됐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개인적 이익 추구를 위해 친부모의 간절한 호소를 무시하고, 부모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했으며, 효성그룹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발을 반복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효성그룹은 검찰 압수수색, 100명이 넘는 임직원 소환 조사, 광범위한 자료 제출 요구, 공정거래위원회·국회·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조사와 언론보도로 막대한 비용과 브랜드 훼손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에 머물렀고, 검찰 소환에도 불응했다고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사업상 이유로 싱가포르에 체류했다고 주장했지만,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 2016년 박 전 대표를 수사하던 당시 조 전 부사장이 갑작스럽게 출국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17년 소재 불명을 이유로 기소중지했고, 조 전 부사장은 약 5년이 지난 2021년 귀국해 수사에 응한 것으로 정리됐다.
뒤에 숨긴
탈취 계획
효성가 형제 갈등은 단순한 가족 불화나 내부고발의 문제가 아니라, 조 전 부사장이 효성 측을 흔들어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정리하려 한 장기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정의”와 “개혁”을 말했지만, 검찰 측 자료는 그 이면에 주식 매각, 성공 보수, 언론플레이, 부모 압박, 해외 체류라는 흐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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