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실물자산(RWA) 토큰화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금융권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법제화만 기다려서는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발행·유통 경험을 먼저 확보한 뒤, 이를 국내 제도 논의할 때 사업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6일 아시아 웹3 리서치·컨설팅사 타이거리서치는 올해 상반기 RWA 토큰화 시장 규모는 250억~36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장세는 이자 지급·상환 자동화· 결제 기간 단축·고객층 확대 같은 효율이 확인되면서 유입되기 시작한 기관투자자 자금 덕이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속도와 달리 상당수 지역은 규제 공백이라는 난관에 놓여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지역의 금융사는 △자국 법제화 대기 △규제 샌드박스 활용 △해외 시장 선제 진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시장 커지는데 제도 정비는 지연
사업화의 첫 관문은 법적 기반이다. 일부 지역은 RWA 토큰 발행을 직접 금지하지 않고 있지만, 분산원장 기록의 법적 효력을 뒷받침할 제도가 미비해 투자자 권리 보호가 불확실하다. 발행사 부도 때 상환 순위, 토큰 보유자가 실제 자산에 대해 갖는 권리, 국경을 넘는 판매에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쟁점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 탓에 금융권은 규제 안정성과 시장 진입 속도를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제도 정비가 늦어질수록 실제 상품을 발행하고 유통해 보는 시점도 그만큼 뒤로 밀린다는 점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이런 공백을 메우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조각투자 등 특정 상품 구조에 국한돼 정형증권 발행으로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타이거리서치가 해외 시장 선제 진출을 별도의 전략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한계를 감안한 것이다.
▲ 해외 발행 경험이 사업 근거
타이거리서치는 규제가 비교적 정비된 국가에서 디지털 채권이나 토큰화 펀드를 먼저 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에서 확보한 발행·유통 경험을 향후 국내 제도 논의가 본격화될 때 사업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RWA는 본질적으로 글로벌 시장인 만큼 다양한 규제 환경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해외 진출에 앞서 △거점 국가 △라이선스 취득 방식 △판매 자산 △목표 투자자 범위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는 홍콩·싱가포르·미국 등 주요 시장마다 인가 요건과 판매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홍콩은 기존 증권선물조례(SFO) 체계 안에서 증권형 토큰을 규율하고 올해 4월 회람을 통해 라이선스 거래소에서의 2차 거래까지 허용해 발행과 유통이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고, 싱가포르는 '동일 활동·동일 위험·동일 규제' 원칙 아래 증권선물법을 엄격히 적용한다.
채권처럼 구조가 표준화된 자산은 비교적 접근이 쉽다. 반면 부동산이나 매출채권은 권리관계와 현금흐름을 따지는 과정이 복잡하다. 판매 대상에 따라서 차이가 생긴다. 미국 밖 투자자를 상대로 하는 역외 판매와 미국 투자자를 포함하는 구조는 적용 규정과 공시 절차가 달라진다.
이처럼 진출 경로가 갈리는 만큼, 타이거리서치는 RWA 사업에서 발행 구조·수탁·공시·투자자 보호·상환 절차를 하나로 묶어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블록체인 인프라만으로는 기관 자금 유입을 이끌기 어렵고, 법률 검토와 내부통제, 현지 파트너십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RWA 토큰화는 단기 투자 테마가 아니라 자본시장 인프라 전환 문제로 봐야 한다"며, "국내 제도 정비가 늦어지는 사이 해외에서 발행·유통·상환 경험을 쌓은 금융사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RWA 사업의 승부처는 기술 실험이 아니라 규제 환경 속에서 실제 상품을 운용해 본 경험이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