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박재윤 강산건설 회장이 여성 사업가를 강제 추행한 사건에서 1심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에 검찰이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한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밖에 강산건설의 불법 숙박업 운영과 건설 현장 추락사고 등이 재조명됐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11월28일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1심은 박 회장에게 벌금 700만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형이 범행의 중대성, 죄질, 재범 위험성, 범행 후 정황에 비춰 지나치게 가볍다고 보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과 공개·고지 명령,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3년 취업제한을 구했다.
사업 관계자
박 회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회사 담당자를 통해 답변하겠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박 회장은 피해자 A씨의 시행사가 운영하는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시공사 측 인물로서 사업상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박 회장이 이 같은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고,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비비는 등 강제 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산건설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A씨는 주상복합 사업에 필요한 1000억원의 PF를 받기 위해 75억원의 대여금을 강산건설에 요청할 당시인 2021년 말, 박재윤 회장에게 먼저 식사 자리를 갖자고 했다”며 “A씨는 그날 식당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특히 피해자가 사업 관계 때문에 즉각 불쾌감을 표현하기 어려운 사정을 악용했다는 점을 항소 이유로 들었다. 단순한 우발적 접촉이 아니라 사업상 관계와 권력관계가 결합된 성범죄라는 취지다.
박 회장의 과거 전력도 항소의 핵심 사유로 적시됐다. 박 회장은 2019년 서울고법에서 별도 강제 추행 사건으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명령,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박 회장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던 항공사 승무원인 피해자 B씨의 가슴을 만진 사건으로 적시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 범행들도 모두 성폭력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박 회장이 자신의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2020년 판결이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10월경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한 식당에서 김씨를 상대로 첫 번째 범행을 저질렀다.
박 회장은 피해자와 단둘이 마주 앉아 식사하던 중 갑자기 식탁 밑으로 발을 뻗어 피해자의 허벅지 안쪽을 비비는 방법으로 강제 추행한 것으로 인정됐다. 두 번째 범행은 2021년 11월1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식당 룸 안에서 벌어진 것으로 적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 회장은 피해자와 단둘이 식사를 하면서 “남편은 무슨 일을 하냐” “부부관계는 횟수가 중요하다” “가슴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한 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피해자에게 코트를 입혀주는 척하다가 갑자기 뒤에서 안으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양쪽 가슴을 만진 것으로 판단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 범행이 성폭력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가 범행 후 보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박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경제적 이권을 이유로 자신을 고소했다는 취지로 피해자를 비난했다. 공소 제기 뒤에도 한동안 공소 사실을 부인하다 뒤늦게 자백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한때 처벌불원 의사를 냈다가 이를 철회한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은 박 회장이 피해자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취지로 봤다.
또 박 회장이 5000만원을 공탁한 사실 역시 진심 어린 사과라기보다 돈으로 책임을 줄이려는 태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공탁금을 받을 의사가 없고 박 회장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결국 1심의 벌금 700만원이 박 회장에게 실질적 제재가 되기 어렵다고 봤다.
과거 성범죄 전력…최근 동종 혐의 재판
“벌금 700만원 가볍다” 검찰 항소심 진행
강산건설 명예회장으로 알려진 박 회장의 경제적 지위와 사건의 반복성,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 범행 후 정황을 고려하면 벌금형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취지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에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공개·고지 명령,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형량 다툼이 아니라 박 회장의 재범 위험성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판단을 다시 구한 것이다.
박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개인 형사사건에서 그치지 않는다. 강산건설이 공동 시공 중인 인천 남동구 간석동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사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철근 배근 작업 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고 당시 안전대 미착용과 추락 방지 발판, 개구부 덮개 등 기본 방호시설 부재가 지적됐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인 가운데, 원청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강산건설 입장에선 박 회장 개인의 성범죄 리스크에 더해 현장 안전관리 리스크까지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관계 사업장을 둘러싼 관리 부실 의혹도 남아 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센추리21CC의 불법 시설 운영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보전 산지와 국유지 무단 점유, 허가 없는 시설 운영, 일부 숙박시설의 불법 건축물 확인 등이 주요 내용이다.
2019년 6월 센추리21CC가 오래전부터 퍼블릭골프장 인근에 허가도 받지 않고 숙박시설인 밸리텔 A, B, C 3개 동 50여실을 운영해 왔다는 원주시 보건소의 고발에 따라 원주경찰서가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앞서 보건소는 이 같은 민원이 접수되자, 두 차례 현장 조사에서 나서 골프장 측이 다가구 주택을 골프텔로 무허가 영업을 해온 사실을 확인, 공중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고발 조치했다. 밸리텔 A, B동은 15·30·45평형, C동은 15평형을 각각 갖추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민원 내용이 확인돼 계도 조치하지 않고 곧바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달 25일 골프장 대표를 불러 무허가 영업에 나선 배경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원주시보건소 고발 조치 이후 센추리21CC는 홈페이지에서 밸리텔 홍보 내용을 삭제했다. 골프장 측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위해 현재 전문업체를 선정해 구조안전진단, 소방점검, 전기 설비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재범 위험성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박 회장의 과거 강제 추행 전력,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 진정성 없는 공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기에 강산건설 현장의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계 사업장의 인허가 의혹까지 겹치면서 박 회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강산건설의 기업 리스크로 번지는 모양새다.
다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항소이유서를 통해 벌금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징역 1년과 공개·고지 명령까지 요청한 만큼 오는 22일 열릴 항소심은 강산건설을 둘러싼 오너 리스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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