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인판티노 회장 [2026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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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인판티노 회장 [2026 월드컵]

경기일보 2026-07-06 14:59: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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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8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만나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8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만나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My Game is Fair Play(나의 경기는 페어 플레이).”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축구 경기에 앞서 선수단 맨 앞에 펼쳐지는 이 깃발을 기억할 것이다.

 

스포츠 정신의 핵심은 규칙을 준수하고, 경쟁자를 존중하며, 어떤 경우에도 공정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자신들이 약속한 ‘페어 플레이’를 스스로 쓰레기 통에 집어넣고 말았다.

 

이번 월드컵 32강전에서 반칙으로 ‘레드 카드’를 받아 출장 정지 징계를 당했던 미국 대표팀의 에이스 폴라린 발로건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한 통에 살아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FIFA가 1962년 대회 이후 64년 동안 지켜온 ‘월드컵 본선 퇴장=즉시 출전 정지’라는 원칙을 저버리고 징계 유예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미국 대표팀의 골잡이 발로건이 극적으로 7일(한국 시간) 벨기에와 16강전에 뛸 수 있게 되자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을 통해 “옳은 일을 하고 큰 불의를 바로잡아준 FIFA에 감사드린다”고 밝혔지만 벨기에 축구협회와 선수들은 물론 유럽 축구계는 “공정성을 내팽개친 수치스러운 굴복”이라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축구와 월드컵의 공정성을 송두리째 짓밟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있다.

 

그는 지난해 가을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불발되자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FIFA 역사상 존재하지도 않던 ‘FIFA 평화상’을 급조해 바치는가 하면, 뉴욕 트럼프 타워에 FIFA 사무실을 개설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여와 개입이 없었다면 미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극찬했다.

 

미국과 전쟁을 벌인 이란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베이스 캠프’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경기장 안팎에서 ‘반이란’ 정치 시위가 벌어지는데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방관하기만 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세계 축구를 이끄는 수장인지, 아니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수인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FIFA의 상업적 이익과 개인의 야욕이 맞물린 철저한 계산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경기 대부분이 미국에서 개최된다. 대회 흥행과 성공의 열쇠를 사실상 미국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인판티노 회장은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나 정신보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자본의 논리 앞에 축구의 규정과 공정성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다.이러한 행보는 자신의 ‘4선 연임’을 위해 미국이라는 힘을 확보하려는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월드컵이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둘 경우, 2027년 3월로 예정된 차기 FIFA 회장 선거에서 그의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인판티노 회장은 과거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카타르 국왕 등 막강한 권력을 쥔 통치자들과 결탁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대표적인 ‘권력 지향적’ 인물이다. 대상이 독재자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바뀌었을 뿐, 권력에 밀착하는 그의 본능은 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인판티노 회장은 백악관의 비위를 맞추며 대회의 성공과 장기 집권이라는 ‘사익’(私益)을 챙겼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로 FIFA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96년 역사의 월드컵이 쌓아 올린 권위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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