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아이돌 그룹 멤버의 사투리 한 마디를 두고 정치권에서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감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특정 방언의 문법적 규칙을 근거로 ‘사상 검증’식 잣대를 들이대자 “방언마저 정치적으로 검열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8일, 아이돌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이었다.
경남 거제 출신인 원이는 동료 멤버 미나미의 일본 고향 집을 방문한 영상에서, 동생 방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때 PD가 “여기 덜컹 소리가 났다. 뭐야 무섭노”라고 묻자, 원이는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했다.
이후 원이가 일베 말투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온라인상에서 제기됐고, 경남 MBC 소속의 한 PD가 “경상도 어법에 맞지 않는 일베식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SNS에 저격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공론화됐다.
원이는 최근 ‘거제 야호’ 밈(Meme)으로 화제를 모으며 거제시 홍보대사로 발탁되는 등 지역적 특색을 강점으로 활동해 왔으나, 이번 발언으로 때아닌 ‘일베 의혹’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조 전 대표가 지난 5일 SNS를 통해 ‘일베 말투 감별법’을 제시하며 참전해 불을 지폈다.
조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남말 질문 문장에서 ‘나’와 ‘노’는 구별되어 사용된다”며 “일베는 표준말 끝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경상도 방언에서 ‘노’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요청하는 의문문에만 쓰여야 한다. 즉, 원이의 발언처럼 의문문이 아닌 감탄이나 독백 상황에서 ‘노’를 쓰는 것은 영남 어법에 어긋나는 일베식 비하 표현이라는 취지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경남 거제 출신 22살 아이돌이 고향 말로 사투리를 썼다는 이유로 일베 낙인을 찍고 있다”며 “2019년 죽창을 들자던 분이 이제는 말끝 하나로 사상 검증을 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부산 출신임을 강조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할 때는 ‘고마 치아라 마’라며 사투리를 이용하시던 조국 전 대표가 사투리로 이런 논쟁을 만들 줄은 몰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당 논란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해 ‘과잉 검열’에 대한 국민적 의중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전체주의 홍위병들을 보는 듯하다”며 “사상과 사투리까지 재단, 스타벅스도 못 가고, 사투리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검열 사회, 남조선이 돼가노. 무섭노”라고 비꼬았다.
윤상현 의원 역시 “겨우 스무살 남짓 된 어린 아이돌 멤버의 일상적인 고향 방언까지 들먹이며 갈라치기를 해야겠냐”라며 “일상에서 쓰는 감탄형·혼잣말 문맥의 방언마저 기계적 일베 표현으로 낙인찍는 모습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런 해괴한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가수 강산에 씨의 명곡 <와 그라노> 역시 당장 금지곡으로 지정돼야 할 판”이라고 맹폭했다.
전문가들과 경상도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조 전 대표의 ‘감별법’이 방언의 실생활 용법을 무시한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상도 출신 코미디언 김시덕은 전날 SNS를 통해 “리센느 원이님이 썼던 ‘무섭노’는 의문형 종결어미가 맞다”며 “언제부너 ‘~노’라는 사투리를 쓰면 일베로 몰아가는 분들이 있어서 ‘머라노’ ‘와이카노’ ‘일베 아이다’라고 대꾸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세대 가수가 50~60대 사투리를 쓰고 있어 그보다 젊은 사람이 그런 사투리는 일베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거는 ‘영~ 파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방언 화자들에 따르면, 경상도 사투리 ‘~노’는 “와 이리 예쁘노(감탄)” “죽겠노(탄식)”처럼 형용사 뒤에 붙어 감정을 나타내는 어미로도 널리 사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방언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는 생물과 같다”며 “특정 커뮤니티의 혐오 표현에 대한 경계가 사투리라는 언어 자산 자체를 위축시키거나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변질되는 현상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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