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마저 중국 품으로…흔들리는 ‘K-게임’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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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마저 중국 품으로…흔들리는 ‘K-게임’ 주권

한스경제 2026-07-06 14:05:00 신고

중국계 자본에 매각된 위메이드의 사옥./연합뉴스
중국계 자본에 매각된 위메이드의 사옥./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국내 1세대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의 경영권이 중국계 자본으로 전격 이전되면서 국내 대표 IP(지식재산권)의 국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분 투자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머물렀던 중국계 자본이 이번에는 경영권 자체를 집어삼키면서 향후 국산 게임산업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이 단순한 창업주의 엑시트를 넘어 ‘K-게임’ 주권이 중화권 자본에 종속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중국계 자본의 위메이드 인수 의미

지난달 30일 위메이드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박관호 이사회 의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량인 39.33%를 중국계 투자 회사인 네오펄스에 총 9200억원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네오펄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0.92%를 합산해 총 40.25%의 지분을 확보하며 위메이드의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된다.

인수를 주도한 네오펄스는 홍콩 소재의 자산운용사인 솅송 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설립한 투자 전문 법인이며 중화권 거대 IT·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 및 중국 내 주요 게임사들과 고도로 밀착된 네트워크를 보유한 천웨이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박관호 의장이 기업을 완전히 매각하고 업계를 떠나는 자발적 엑시트를 단행한 배경에는 오랜 기간 누적된 사법적·운영적 피로감과 재무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메이드는 대표 IP인 ‘미르의 전설 2’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현지 파트너사들과의 계약 위반 및 로열티 미지급 문제로 인해 국제 소송을 20년 가까이 지속해 왔다.

국제상공회의소(ICC) 등에서 잇따라 승소 판결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 집행 기관의 조치 지연과 상대 기업의 재산 은닉 행위 등으로 인해 미수령 상태로 방치된 로열티 규모만 약 53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추진했던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사업이 유통량 공시 신뢰도 문제와 허위 공시 의혹, 해킹 논란 등으로 얼룩졌고 급기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연합(DAXA)에 의해 상장 폐지되는 사태를 맞이하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박 의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표이사로 복귀한 뒤 고강도 인력 정리와 신작 라인업 축소 등 뼈를 깎는 경영 긴축을 실행했으나 주식담보대출 만기 도래에 따른 반대매매 압박이 커지면서 결국 지분 전량 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최대주주 변경은 단순히 본사 지배구조의 변화를 넘어 위메이드가 지닌 방대한 종속 법인 생태계 전반의 지배권 이전을 의미한다.

위메이드 본사 산하에는 개발 자회사인 위메이드맥스를 필두로 라이트컨, 매드엔진, 위메이드넥스트가 연결되어 있으며 가상자산 싱가포르 법인인 ‘WEMIX Pte. Ltd.’ 산하의 위믹스코리아와 WEMIX MENA 그리고 모바일 게임사인 위메이드플레이와 플레이링스 등이 촘촘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오펄스가 위메이드를 통째로 인수한 목적이 중국 내 ‘미르’ IP 권리의 직접적인 행사와 블록체인 생태계의 우회 거점 확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이라는 한계 탓에 현지 사법 집행에서 겪었던 불이익을 중국계 대주주 지위를 통해 해소해 미르 IP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알리바바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앤트그룹이 규제가 엄격한 중국 본토를 벗어나 글로벌 Web3 인프라인 위믹스를 활용해 해외 영토를 확장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국내 게임업계에 드리운 중국 자본

한국 게임 산업의 태동기부터 중국계 자본은 국내 핵심 개발진과 독창적인 IP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해서 접근해 왔다. 자본의 침투 방식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소수 지분 투자에서 최근의 무제한 경영권 인수로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초기 중국계 자본 유입의 시발점은 로열티 분쟁을 세력권 안에서 해결하기 위한 경영권 인수 형태였다. 지난 2004년 중국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가 ‘미르의 전설’ 공동 저작권을 가진 액토즈소프트를 약 9165만달러에 전격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샨다는 로열티 지급 갈등이 고조되자 아예원천 권리를 지닌 액토즈소프트의 지분 28.96%와 경영권을 매입해 분쟁을 법적으로 소멸시켰다. 이어 2010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력을 인정받은 온라인 게임 ‘드래곤네스트’의 개발사 아이덴티티게임즈가 샨다게임즈에 약 9500만달러에 매각되며 업계에 기술 유출 경각심을 안겼다.

이후 중국 자본은 정면 인수에 따른 국내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텐센트(Tencent)를 중심으로 한 ‘조용한 2인자’ 전략을 장기간 고수해 왔다. 경영 일선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유수의 게임사들의 이사회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텐센트는 싱가포르 법인인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를 통해 2014년 넷마블에 당시 최고 액수인 5330억원(5억달러)을 투자해 지분 28%를 획득했다. 이후 주요 대주주들의 지분 변동을 거쳐 현재 18.38%의 지분율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타비상무이사 지명권을 통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크래프톤에도 이미지프레임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분 14.40%를 확보해 2대 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크래프톤 창업주인 장병규 의장(15.05%)과의 지분 격차가 단 1%포인트 남짓에 불과해 잠재적인 지배구조 리스크가 제기된다.

텐센트의 자본 그물망은 차세대 개발사인 시프트업으로도 뻗어 나갔다.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은 상장 전부터 시프트업의 지분을 매집했으며 2023년에는 위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시프트업 지분 4.11%를 799억원에 추가 인수하는 등 지분을 늘려 현재 34.66%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시프트업 창업자인 김형태 대표의 지분율(38.43%)과 격차가 4%포인트 미만인 데다 에이스빌이 사외이사 지명권까지 쥐고 있어 지배구조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 주식 6.6%를 오르비스 명의로 소유하고 있으며 웹젠에 대해서는 중국 아워팜의 자회사 펀게임이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지분 19.2%를 약 2038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전방위적으로 연계된 형국이다.

▲ 유동성 가뭄 해소와 판호 장벽 돌파...중국 자본의 순기능

대규모 중화권 자본의 국내 유입이 부정적인 특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차적인 순기능은 국내 개발 생태계가 겪고 있는 유동성 결핍을 적시에 해결해 준다는 점에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투자 시장의 위축, 신작 게임 개발 비용의 상승으로 국내 중소·중견 개발사들은 만성적인 제작비 조달 난항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동반한 대규모 자본 수급이나 대기업의 전략적 지분 투자는 신작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재무적 완충재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위메이드 역시 지분 전량을 높은 웃돈을 얹어 처분함으로써 고질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탈피하는 극적인 출구를 마련했다. 과거 위메이드가 시프트업 지분을 텐센트에 매각해 원금 대비 8배에 달하는 약 700억원의 시세 차익을 회수한 사례처럼 모험 자본의 선순환 효과를 유도하기도 한다.

동시에 중국 자본과의 결합은 한국 게임사들에 만리장성 수준으로 공고한 중국 시장의 진입 장벽을 우회 돌파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산 게임에 대해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 발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한국 게임사들은 독자적인 중국 서비스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자체 유통망과 독점적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한 텐센트나 지불 결제 인프라를 장악한 알리바바가 주요 주주로 버티고 있을 경우 현지 법적 규제 대응력과 파트너십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크래프톤이 텐센트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트래픽과 로열티 매출을 거둔 성공 방정식이나 시프트업이 텐센트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활용해 ‘승리의 여신: 니케’를 흥행작으로 키워낸 이력은 글로벌 유통 공조가 만들어낸 확실한 상생 성과라고 볼 수 있다.

▲ IP 잠식, 사상 검열, 규제 역차별 등...‘종속화’의 그늘

반대로 중국계 거대 자본이 한국 게임사의 지배력을 획득했을 때 수반되는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가장 큰 우려는 개발 및 경영권의 해외 종속화와 무형 자산의 영구적 손실이다. 실제로 위메이드의 경영권 매각으로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미르 IP는 이제 중국 기업의 소유가 됐다.

콘텐츠 검열 리스크도 잠재적 불안 요소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판호 심사 요건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부합성’과 ‘중화 문화의 확산 도모’를 명문화하고 엄격히 심사한다. 이에 따라 대주주가 중국계 기업이거나 이사회 내 중화권 의결권 비중이 높을 경우 한국 게임사 역시 콘텐츠 개발 단계에서 중국식 검열 요소를 의식할 가능성이 생긴다.

과거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가 한복을 중국 전통 의상이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중단했던 동북공정 파문이나 한복 및 가구 양식을 무분별하게 차용해 사회적 갈등을 빚고 강제 종영을 맞이했던 드라마 ‘조선구마사’ 등의 사례는 중국계 자본의 영향력이 한국 콘텐츠 산업 전반에 어떤 갈등을 초래하는지 투명하게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산업이 그동안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외산 자본의 침투를 방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개발 환경 확보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게임산업이 외산 자본의 종속성을 최소화하고 대표 콘텐츠 산업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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