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기업 길들이기 변천사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대통령의 기업 길들이기 변천사

일요시사 2026-07-06 12:40:22 신고

3줄요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는 기업을 상대로 지원과 규제라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한다. 기업이 돈을 벌어 경제에 이바지하도록 도와주는 한편, 그 이익이 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길들이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재명정부도 이 같은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강하게 ‘잡도리’했다가 ‘영웅’이라며 치켜세우는 식이다.

현재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기업은 주식시장 개장 이래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를 이끌고 있다. ‘삼하’ 혹은 ‘삼전닉스’로 불리는 종목은 ‘국민 주식’으로 불릴 정도다. 반도체 호황기가 도래하면서 두 기업의 인기가 식을 일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잘나가는
반도체 투톱

최근 삼전닉스의 두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 앞에 섰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방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보고회에 참석했다. 임기 초부터 지방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이재명정부의 의지에 두 기업 총수가 화답한 모양새였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급 확장에 총 1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진행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서남권에 추가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광주, 구미, 울산 등지에 지역별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반도체는 광주, 로봇은 구미, 배터리는 울산 등 지역을 거점 삼아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여러 지역 중 전력, 용수, 인력 확보와 다양한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반도체 신규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핵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은 충청권에서 하겠다고 했다. 또 피지컬 AI 분야 중 로봇 산업은 경북 구미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구체적으로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투자액은 20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 대통령은 두 기업의 투자 계획에 ‘90도 인사’로 답했다. 이들을 ‘국민 영웅’ ‘국가 영웅’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조건을 갖추고 해외로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같이 국가적으로 어려운 선택을 결단해 주신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을 대표해 인사 한번 드리도록 하겠다”며 허리를 숙였다.

삼성‧SK 호남에 대규모 투자
이 ‘국민 영웅’ 치켜세워

또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라며 “기업이 이익을 위해 활동하기도 하지만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활동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정 절차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전력과 용수 등에 드는 비용을 반도체 특별법에 따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고 했다.

전기요금 문제, 인력 수급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광주, 전남 지역에 공장을 추가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기요금 문제는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 원칙에 따라 메리트가 생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거 환경 시설이나 문화, 보건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며 “해당 지역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 특히 호남 지역에 예상되는 반도체 투자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대국민 투자 보고회를 하기도 전부터 이 대통령이 기업의 팔을 비틀어 투자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지 말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이 대통령이) 비수도권 지역 갈라치기에 나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지역 간 갈등과 지역 소외론이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또 “이재명정부의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졸속 발표는 (기업 유치에 대한) 지자체 간의 공정한 혁신 경쟁보다는 불공정한 정치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맹폭을 퍼부었다. 탄핵과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투자에)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탄핵과 형사 처벌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어짜기?
자발적 투자?

정 원내대표는 “지금처럼 준비되지 않은 졸속 추진은 호남에도 대한민국 전체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정당한 문제 제기를 회피한다면 야당은 국정조사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호남 반도체 투자를 언급하면서 “이 사안만 보면 호남 지역에 투자가 조금 많은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을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차별을 운운하는 말도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어제(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차별과 배제, 불균형을 낳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전국이 고른 성장 기회를 누리도록 ‘모두의 성장’ 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라며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담대한 결단을 내려준 기업인 여러분께 다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업을 대하는 이정부의 태도가 지난 1년 새 180도 바뀐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임기 초 산업재해와 관련해 기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때와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임기 초 사고가 일어난 기업을 직접 언급하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심지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직을 걸겠다”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기 시흥의 SPC삼립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SPC 공장에서는 여러 건의 끼임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배경으로 야간작업과 높은 노동 강도가 꼽혔다. 이 대통령의 질책에 가까운 문제 제기에 SPC는 야간작업을 8시간 넘게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공장 찾고
직보 명령

당시 이 대통령은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허영인 SP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 경영자라면 12시간을 일하게 하느니 8시간씩 3교대를 시킬 것 같다. 임금 지급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며 “임금 총액이 낮아서 8시간씩 일하면 일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반복적인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고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대출 규제 등의 경제적 제재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전날(지난해 7월28일)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해 8월에도 감전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또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해(2025년) 일어난 4번째 산재 사망사고였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잇따라 일어난 산재 사고에 이 대통령은 휴가 중인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냈다.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연속적인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포스코이앤씨가 매뉴얼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나 면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임기 초 호통‧질책하더니
일단 1분기 사망자 감소

그럼에도 DL건설에서 또 한 번의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자 이 대통령은 산재 발생 시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그 여파로 DL건설 대표를 비롯해 임원진이 일괄 사표를 냈다. 동시에 모회사인 DL이앤씨는 전국 건설 현장 작업을 일제히 중지하고 안전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 대통령이 산재 사고에 강하게 반응하면서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특히 면허 취소 등의 조치는 건설업을 하는 기업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제재였기에 ‘살얼음판을 걷는 수준’으로 몸을 사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사과문 발표, 고위급 관계자 사퇴, 전체 현장 공사 중지 및 조사 등의 조처를 했다.

노동계 한편에서 제재만으로는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강력한 처벌을 예고하는 방식으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야간작업 축소, 노동 강도 조절 등 노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식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대통령의 ‘호통’이 효능감이 있는지를 두고는 말이 엇갈린다. 지난해 기준 산재 사망자는 전년도보다 늘어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지난해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가 605명으로 전년(589명)보다 16명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망사고 건수도 553건에서 573건으로 20건 증가했다.

사망자 수와 사망사고 건수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은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사고사망자는 664명, 598명, 589명으로 감소세였고, 사망사고 건수도 661건, 584건 553건으로 줄고 있었다.

다만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산재 사망자 수는 크게 줄어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6년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산재 사고사망자는 113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명 줄었다. 사고 건수도 98건으로 31건 줄었다.

당시 김영훈 장관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추세적으로 감소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큰 폭으로 줄어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늘었고, 올해 1분기로 따지면 줄어든 셈이다.

1년 만에
뒷전 됐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산재와의 전쟁’ 덕분인지, 업황의 문제인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건설 현장 자체가 줄어 사고사망자와 건수 모두 줄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상황이 나아진 것을 들어 구조적 변화로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jsjang@ilyosisa.co.kr>

 

Copyright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