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유4사 26조원대 유가담합"…HD현대오일뱅크 재판행(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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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유4사 26조원대 유가담합"…HD현대오일뱅크 재판행(종합)

연합뉴스 2026-07-06 12:09: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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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SK와 직접 담합…GS·에쓰오일도 따라 올려

주유소에 고질적 갑질 여전…"단일 담합건 역대 최대 규모"

'전량구매계약' 강제 혐의는 정유4사 모두 재판에 넘겨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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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밝음 최윤선 기자 = 미국·이란 전쟁 직후 담합을 통해 유가를 폭등시킨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사와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6일 타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규모를 교환하고 전쟁 직후 유가를 대폭 인상한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결정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 및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SK에너지 가격결정 부서와 2024년 7월부터 가격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전쟁이 발발하자 가격을 일시에 인상하기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전체 담합 규모는 총 14조2천억원 규모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들의 담합 가격을 참고해 인상한 것까지 감안하면 총 26조원 상당의 담합 효과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전쟁 발발 당시 4대 정유사들이 상당한 양의 원유를 이미 비축하고 있어 가격이 급등할 이유가 없는데도 모든 회사가 일제히 전례 없는 규모로 입금가를 폭등시켰다고 판단했다.

정유회사가 일방적으로 주요소에 입금가를 공지하면 주요소는 입금가를 반영해 소비자 판매 가격을 결정한다. 입금가가 상승하면 소비자 판매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찰 수사 결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2024녀 7월부터 상호 입금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가격을 결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 회사의 가격 정보를 확인할 담당자를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구속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은 과거 'SK에너지 가격 정보 담당자'로 활동하다가 작년 8월 부서 책임자로 발탁돼 전쟁 직후 가격 폭등 합의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정유 시장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을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추종(참고)하는 형태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담합이 전체 유가 시장의 가격 폭등을 촉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도 경쟁질서를 교란하는 전형적인 의식적 병행행위에 해당하지만,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기소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경우 경쟁사와 직접 가격을 협의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형사적 담합으로 보기 어려울 뿐 사실상 경제적 효과는 담합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확보한 가격결정부서 대화방에서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 대화가 오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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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외에도 유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관행도 수사한 끝에 4개 정유사를 모두 재판에 넘겼다.

4대 정유사가 영세업자인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 방식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 자영주유소는 정유사가 일방 통보한 가격에 해당 제품을 전량 구매해야 했다.

검찰은 자영주유소가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하게 석유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정유사들이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주유소가 전량구매 계약을 위반하면 보너스 카드 중지 등 혜택을 박탈하고 계약을 이탈한 주요소에는 매출액의 10∼30%에 해당하는 거액의 위약금 소송을 제기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담겼다.

정유사 관계자들은 내부 이메일과 메신저로 "고이 보내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악성 거래처는 소송을 통해 골탕을 먹여야 할 것 같다", "전량 계약이라 (다른 곳으로) 가는 순간 손해배상 아작난다"는 내용을 주고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같은 관행으로 인해 정유사들이 타사와 경쟁 없이 석유제품 유통 경로를 확보했고, 자영주유소들은 더 저렴한 거래처와 거래할 기회가 전면 차단됐다고 봤다.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에 나선 임직원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임직원이 공정위 현장조사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전산 자료와 메신저 대화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 증거인멸에 나선 사실을 파악했다.

경쟁사 가격 정보를 기재한 전산 자료를 모두 삭제하고 '가격'과 관련된 사내 메신저 대화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 부장검사는 이에 따라 상당한 양의 증거가 사라졌다면서 "이런 증거 인멸이 없었으면 (가격 담합으로) 이들도 기소할 수 있었을 텐데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유회사 3곳이 산업통상부에 휘발유 일일 판매가를 실제보다 낮춰 허위보고한 정황도 포착했다.

직원들이 산업통상부에 일일 판매가를 거짓으로 제출하는 방안을 노골적으로 논의하는 통화 녹취도 검찰은 확보했다.

검찰은 산업통상부와 추후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협력할 계획이다.

검찰은 "담합행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가를 교란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한편 나 부장검사는 정유사 임원이 아닌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까지만 재판에 넘긴 것에 대해 "윗사람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애석하게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그 부분까지는 기소를 못 했다"며 휴대전화를 확보해 살펴봤지만,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합 규모 면에선 단일 사건에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엄정 대응을 주문했는데 유가 교란 사태의 실체는 검찰에서 밝힌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br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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