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몸이 기억하는 찰진 그립감…한국의 보급형 타임머신 '모나미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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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몸이 기억하는 찰진 그립감…한국의 보급형 타임머신 '모나미 153'

르데스크 2026-07-06 11:48:55 신고

3줄요약

[책상 서랍 속에 잠든 15원의 기적]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써본 볼펜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불과 몇십년 전에는 아마 이 펜이 없는 집이나 사무실은 대한민국에 단 한 곳도 없었을 겁니다. 하얀색 육각 기둥 몸통에 검은색 머리와 똑딱이. 손이 먼저 기억하는 그 익숙한 그립감. 바로 모나미 153 볼펜입니다. 자 오늘 르데스크의 4인용 책상에서는요. 프랑스어로 '나의 친구(mon ami)'라는 뜻에 딱 맞는, 무려 60년이 넘도록 우리의 학창 시절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 볼펜, 모나미 153 볼펜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볼펜 판매량이 지구 15바퀴? 문구계의 스테디셀러 '모나미 153']

'153' 볼펜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 5월이었습니다. 훗날 모나미를 일군 송삼석 창업주는요. 당시 국제산업박람회에 갔다가 아주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일본 회사의 한 직원이 잉크를 찍어 쓰지 않아도 글씨가 계속 써지는 신기한 펜을 쓰고 있던 거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잉크병에 펜촉을 찍어 쓰는게 익숙할 때였거든요. 송삼석 창업자00는 이 펜을 국산화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연구 끝에 나온 게 바로 모나미 153 볼펜이에요. 이 펜의 당시 가격은 단돈 15원이었는데요. 서울 시내버스 요금, 신문 한 부 값과 같은 값이었습니다. 학생도 직장인도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펜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담긴 가격이었어요. 자 여기서 펜의 이름에 대한 비밀도 나오죠. 이름 속 숫자 '15'가 바로 이 가격에서 나온 겁니다. 3은 회사에서 만든 세 번째 제품이란 뜻이고요.


그런데 이 15원짜리 볼펜이 대박을 칩니다. 맨날 잉크 찍어 쓰다가 얼마나 편하겠어요, 모나미는 회사를 대표하는 상품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볼펜으로 자리 잡리잡게 됩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회사명이 '광신화학공업사'였거든요. 그런데 이 '모나미153'펜이 워낙 크게 성공해서 훗날 회사이름까지 '모나미'로 바꾸게 되죠.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팔린 모나미 153 볼펜의 개수가 43억 자루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 볼펜을 일렬로 쭉 늘어놓으면 지구를 무려 15바퀴를 감을 수 있대요. 엄청나죠? 우리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생 수십, 수백 자루를 쓰면서 만든 기록입니다.


[40대라면 무조건 공감하는 학창시절 필수 아이템]

이게 워낙 역사가 길다 보니까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들도 많은데요. 아마 40대 이상 시청자분들은 찐하게 공감하실겁니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볼펜 똥'입니다. 열심히 필기를 하다 보면 볼펜 끝에 새까만 잉크 찌꺼기가 뭉치곤 했잖아요. 이게 손날에 쓱 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됐죠? 손도 까매지고, 손 대고 있던 책도 까매지고. 그래서 우리는 항상 교과서 모서리나 연습장 끄트머리에 이 잉크 찌꺼기를 습관적으로 닦아내곤 했죠. 그래서 당시 학생들 대부분 교과서 모서리가 유독 시커맸습니다.


또 이 펜이 단순히 필기구로만 쓰인 게 아니에요. 아마 그 시절 한 번쯤은 기억이 있으실 텐데요. 바로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를 되감을 때 이 153 볼펜이 딱 맞았거든요. (빙빙 돌리며) 이거 다들 해봤죠?? 전 세계 어떤 펜도 153 볼펜만큼 카세트 테이프 구멍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펜은 없을 겁니다.

수업이 지루할 때 볼펜을 분해해서 가지고 노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죠. 살짝 개조해가지고 똑딱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렇게 볼펜 심이 푱 날아가도록 쏘기도 하고, 하얀색 볼펜 머리를 꾹꾹 씹어 먹어서 이빨 자국을 선명하게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펜이 다른 펜들과 다르게 디자인이 둥글지 않고 '육각 기둥' 모양이잖아요? 이것도 그시절 이야기랑 맞닿아 있습니다. 당시 학교 책상들이 대부분 나무로 돼있다 보니까 좀 삐걱거리고 경사져 있을 때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둥근 펜들은 잘못 놓으면 그대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모나미는 육각 형태니까 책상 위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어줬죠.


[해외 브랜드 공세 막아낸 K-문구 자존심]

물론 모나미 153 볼펜에도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샤프나 화려한 여러 색이 나오는 볼펜이 나오고요. 필기감이 좋은 일제, 독일제 펜들까지 국내 시장에 들어온 겁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나미? 싼 맛에 쓰는 거지 뭐" 이런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모나미는 위기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국민 볼펜'이라는 정체성은 지키되, 시대에 맞게 제품을 바꿔나갔거든요. 필기감이 뻑뻑하다고 하니까 고급 잉크를 개발해 부드러운 필기감을 만들고요. 볼펜을 넘어 네임펜, 보드마카, 유성매직 같은 것도 만들어내면서 사업을 확장해나갔죠. 그 결과 모나미는 수많은 외국계 브랜드와 새로운 필기구들이 등장한 지금도 여전히 국내 문구 시장 점유율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대한민국 문구의 자존심'이라는 타이틀을 당당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153' 볼펜의 인기를 지탱해 준 주인공은 바로 우리 소비자들이었습니다. 그 신호탄이 된 2014년에 있었는데요. 이때 모나미는 153 볼펜 출시 50주년을 맞아 '153 리미티드 에디션' 1만 개를 한정 판매했어요. 플라스틱 대신 은색 메탈 소재로 몸통을 만들고 여기에 고급 잉크랑 금속 볼펜심도 넣었는데요. 그런데 가격이 무려 2만원이었습니다. 아니 15원짜리였던 볼펜이 2만 원이라니, 처음엔 과연 누가 살까 싶었죠. 

 

그런데 이 펜이 발매되자마자 접속자가 폭주해 모나미 공식 홈페이지의 서버가 완전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1만개가 전부 완판되고요. 심지어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몇십만원에 거래가 되기도 했습니다. 완전 대란이 난 거죠. 사람들이 자신의 찬란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을 소장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 겁니다. 이후 모나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성수동이나 인사동 같은 핫한 곳에 '모나미 컨셉스토어'를 열어서 고객이 직접 부품을 골라 153 볼펜을 조립하는 체험형 매장을 만든 겁니다. 과거 필통 속에서 모나미 153을 쓰던 학생들은 어른이 된 뒤에도 다시 모나미를 찾고 있는데요. 그들에게 이제 153펜은 몇백 원짜리 소모품을 넘어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소장하고 선물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당신의 인생 한 페이지를 함께한 '평생의 베·프']

학창시절 우리가 깜지를 쓰거나 친구에게 몰래 쪽지를 쓸 때, 그 순간에는 항상 이 하얀색 모나미 153 볼펜이 있었습니다. 요즘이는 PC와 스마트폰이 익숙해지면서 손글씨를 쓸 일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153 볼펜은 우리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하얀 막대기 안에 우리의 가장 순수하고 치열했던 젊은 날의 시간들이 오롯이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본질로 세대를 연결하는 브랜드. 그 힘은 특별함이 아니라 꾸준함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는 그 뚝심 말입니다. 모나미 153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여러분에게도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래도록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결국 우리를 기억하게 될 테니까요. 지금까지 르데스크 4인용 책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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