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삼성바이오, 항고심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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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삼성바이오, 항고심이 분수령

투데이신문 2026-07-06 10:03: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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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투데이신문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이틀 연속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뚜렷한 소득 없이 마무리 됐다.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항고심 결과에 따라 노사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지난 1~2일 사측과 협상 자리가 마련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며 “조만간 나올 항고심 판결 이후가 돼야 협상이 진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 대화가 답보 상태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현재 항고심이 진행 중인 파업 범위 관련 법정 다툼이 있다. 앞서 1심 법원이 회사 측 신청을 일부만 받아들이면서 노사 간 입장차는 오히려 팽팽한 상황이다. 항고심 결과에 따라 노사의 협상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법원 판단이 향후 협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다툼을 이해하려면 먼저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의 공정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물질을 합성해 만드는 일반 의약품과 달리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해 생산된다.

냉동 보관 중인 세포를 해동해 조금씩 증식시킨 뒤 대형 배양기에 옮겨 수십 일 동안 대량으로 키우면 세포가 항체 등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후 불순물과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원하는 성분만 분리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 원료의약품이 완성된다. 통상 배양에만 한 달 이상, 정제에도 수일이 걸린다.

문제는 이 공정을 한 번 멈추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생산을 잠시 중단하더라도 다시 조립을 이어갈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세포는 온도·산소·영양 공급이 끊기거나 지연되면 오염되거나 사멸해 그동안 키운 배치(Batch)를 통째로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같은 바이오 산업의 특성으로 회사는 배양·정제 공정을 파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정당한 쟁의행위 대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쟁점은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이 규정한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보안작업)’에 배양·정제 공정이 포함되는지 여부다.

앞서 인천지법 제21민사부는 지난 4월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만 인용했다. 회사는 배양·정제 공정 전반을 파업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세포를 키우고 항체를 생산하는 공정 대부분은 파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노동조합법상 ‘변질·부패 방지 작업’은 이미 만들어진 원료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활동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완성 직전 원료의약품을 안정적으로 보관·마무리하는 일부 작업에 대해서만 보안작업으로 인정했다.

노조 측이 항고심 반박 서면을 제출하는 기한은 지난 3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판부가 심리를 마무리하면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이달 중순께에는 항고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 측은 항고심 준비서면에서 배양·정제 공정까지 파업 대상이 되면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우려해 사실상 “노동조합의 수용할 수 없는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노사 간 대등한 교섭을 위해서라도 가처분 인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는 배양·정제 공정을 보안작업으로 확대 해석할 경우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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