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차기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크게 주목받고 있다.
대표팀 재임 시절의 파울루 벤투 감독. / 뉴스1
6일 스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벤투 감독은 최근 공석이 된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공식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는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벤투 감독 외에도 몇 명의 해외 지도자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은 한국 축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홍명보 감독의 전격 사퇴로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시점에 전해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상당하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신화를 이끌었던 지도자가 다시 지휘봉을 잡겠다고 나선 만큼, 대한축구협회(KFA)의 선택에 축구계 전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벤투는 한국 축구에 어떤 존재였나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확고한 철학을 밀고 나간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남긴 발자취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다시 지원한 벤투 감독?!'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1. 역대 최장수 재임 기록. 벤투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후 부임해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4개월간 팀을 이끌었다. 이는 한국 축구대표팀 역사상 단일 임기 기준 최장수 기록이다.
2. '빌드업 축구'의 정착. 그는 주도권을 쥐고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조립해 나가는 전술을 대표팀에 이식했다. 부임 초반과 아시안컵 단계에서는 "한국 축구의 DNA와 맞지 않는다", "답답하고 고집스럽다"는 거센 비판에 시달렸지만 끝까지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3. 12년 만의 원정 16강. 흔들리지 않는 뚝심의 결과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이었다. 특히 우루과이, 포르투갈 등 강호를 상대로 준비한 축구를 고수하며 대등한 경기력을 증명했다.
4. 선수단의 절대적 신뢰. 손흥민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은 벤투 감독의 체계적인 훈련 방식과 명확한 전술 가이드라인을 전폭적으로 따랐다. 그는 외부의 비판이나 협회의 압박으로부터 선수들을 먼저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자처했고, 팬들 사이에서 '벤버지(벤투+아버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5. 아쉬웠던 결별. 카타르 월드컵 성공 이후 재계약 논의가 진행됐으나, 계약 기간과 장기적 비전에 대해 협회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34위 추락…역대 최악의 성적표
재임 시절 선수들을 챙기는 벤투 감독 모습. / 뉴스1
성적 부진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의 수습 과정이었다. 홍 전 감독은 대표팀 귀국 직전인 지난달 2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공항에서 돌연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취재진 질문은 일절 받지 않은 채 2분 남짓한 입장문만 일방적으로 읽고 자리를 떠났다. 회견장을 나서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 나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국민과 팬들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홍 전 감독이 귀국 후 단 이틀 만인 지난 2일 미국 LA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정치권에서 월드컵 참사와 감독 선임 과정을 파헤치는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4년간 감독 4번 교체…협회 행정의 총체적 붕괴
미소와 함께 한국을 떠난 벤투 감독. / 뉴스1
피해는 K리그로도 번지고 있다. 대표팀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협회가 또다시 국내 감독으로 자리를 채우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K리그 현장 감독들이 리그 경기 전후로 대표팀 감독직 관련 질문 공세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팀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협회 행정 공백이 한국 축구 생태계 전체를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벤투 감독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의 참사는 한두 사람의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1부터 10까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닷새 만에 그가 직접 지원서를 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파울루 벤투. / 뉴스1
벤투 복귀 시 기대되는 '3가지' 변화
축구계에서는 벤투 감독이 복귀할 경우 다음과 같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 전술 정체성의 복원이다. 벤투 이후 클린스만호와 홍명보호를 거치며 한국 축구는 '색깔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벤투가 돌아온다면 과거 4년 4개월간 다져놓은 '주도하는 축구'의 틀을 다시 세울 수 있다. 특히 2022년 당시 막내 라인이었던 선수들이 이제 대표팀의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전술 적응 기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둘째, 선수단 신뢰의 재건이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은 내부 불화설과 감독 선임 과정의 잡음으로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선수들이 전적으로 존경하고 따랐던 벤투 감독의 귀환은 무너진 원팀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로 평가된다.
셋째, 협회 개혁의 압박이다. 한국 축구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해온 벤투가 지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협회에는 부담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선임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만약 명확한 명분 없이 벤투를 배제하고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선임한다면, 팬들의 반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엄치적' 벤투 감독. / 뉴스1
"돌아와요 벤버지"…폭발한 팬심, 그러나 남은 우려도
재지원 소식이 보도되자 축구 커뮤니티와 SNS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은 홍명보호의 실패를 지켜보며 4년 전 벤투가 제공했던 전술적 안정감을 그리워해 왔다. 과거 그를 '고집불통'이라 비난했던 여론은 사라졌고, 이제는 그의 원칙주의가 망가진 한국 축구를 치료할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북중미 월드컵 참사를 겪은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벤투 감독을 흔들었던 언론과 일부 축구인들의 태도를 자성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환영 여론 속에서도 우려는 남아 있다. 팬들은 협회 수뇌부가 자신들의 뜻에 순응하지 않는 벤투를 선임 과정에서 배제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벤투는 과거 협회와 재계약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별한 전력이 있다. 이번 선임 과정에서도 계약 기간, 전권 보장, 협회의 지원 체계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축구팬들이 궁금해할 또 하나의 지점은 선임 일정이다. 협회는 아직 차기 감독 선임 절차와 시한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대표팀이 9월 A매치 기간부터 새 사령탑 체제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름 안에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벤투 외에 어떤 해외 지도자들이 후보군에 올라 있는지도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감독 선임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적 참사, 감독의 무책임한 행보, 협회의 행정 마비, 정치권의 청문회 압박이 동시에 얽힌 상황에서, 협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향후 4년이 결정된다. 벤투라는 검증된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온 지금, 공은 온전히 대한축구협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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