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부회장이 서울 성수동 2만8106.2㎡ 레미콘 공장 부지를 최고 79층 복합단지로 바꾸며 그룹의 미래 사업 무대를 넓히고 있다. 공공기여 규모만 약 6054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삼표가 건설기초소재 기업을 넘어 도시개발과 공공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6일 삼표그룹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 일대 옛 삼표레미콘 부지는 지하 9층~지상 79층, 2개 동 규모의 복합개발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용적률은 921.22% 이하, 건폐율은 60% 이하로 계획됐고 도입 용도에는 업무, 주거, 판매, 숙박, 문화 및 집회시설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이 부지를 제1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바꾸고, 성수 일대를 강북권 미래업무지구로 키우는 구상과 연결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수 프로젝트는 정대현 부회장이 전면에 선 삼표의 공간 전환을 상징한다. 과거 삼표가 서울 도심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며 도시의 기초를 다졌다면, 이제는 그 기초 위에 업무·주거·상업·문화 기능을 결합한 새 공간을 직접 올리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레미콘 공장 터가 미래 업무·상업지의 중심축으로 바뀌는 과정은 삼표의 사업 정체성 변화와도 연결된다.
성수 프로젝트의 무게는 입지보다 숫자에서 먼저 드러난다. 서울시는 사전협상을 통해 약 48.75%, 금액 기준 약 6054억원의 공공기여를 확보했다. 설치 제공분은 3742억8000만원, 현금 기여분은 2311억2000만원이다. 공공기여는 유니콘 창업허브 조성, 교통 기반시설 확충, 서울숲과 연계한 보행·녹지공간 개선 등에 쓰인다.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유니콘 창업허브는 연면적 약 5만3000㎡ 규모로 추진된다.
이 지점에서 정 부회장의 이름은 단순한 승계 구도보다 사업 전환의 키워드로 읽힌다. 삼표는 시멘트, 골재, 레미콘, 몰탈,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등 건설기초소재 밸류체인을 쌓아온 기업이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범용 소재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기존 사업만으로는 다음 성장을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성수 프로젝트는 이 한계를 넘어서는 상징적 전환점이다.
성수동이라는 입지도 삼표의 변화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이 부지는 1978년 강원산업이 한강변 공유수면을 매립해 골재채취와 레미콘 공장을 조성한 곳이다. 과거에는 건설 현장의 뒤편에서 움직이는 공급기지였지만, 성수동이 서울의 대표 업무·상업·문화 권역으로 떠오르면서 같은 땅의 의미가 달라졌다. 도시를 구성하는 재료를 만들던 공간이 이제는 도시의 흐름을 바꾸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정 부회장에게 성수 프로젝트는 부동산 개발 역량만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다. 삼표가 가진 소재 이해도와 현장 경험, 개발사업 관리 능력, 지역사회와의 조정 능력을 한꺼번에 시험받는 사업이다. 초고층 복합개발은 인허가, 금융 조달, 시공 리스크, 임대·분양 시장, 공공기여 이행까지 여러 변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단순한 오너가 승계 서사로 풀기에는 사업 자체의 난도가 높다.
성수 개발이 성공하면 삼표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보유 부지의 가치를 현실화하는 재무적 효과다. 다른 하나는 기업 정체성의 확장이다. 건설경기 침체기에 레미콘과 시멘트 물량만으로 성장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수 프로젝트는 삼표가 소재 공급자를 넘어 공간 개발과 도시 인프라 조성까지 관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공공기여를 통해 창업허브와 교통 기반시설, 보행·녹지공간을 함께 조성하는 구조는 민간 개발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장치로도 작동할 수 있다.
물론 리스크도 작지 않다. 79층 규모 초고층 복합개발은 막대한 사업비와 장기간의 사업관리가 필요하다. 부동산 금융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 조달과 공사비 관리, 분양·임대 수요 확보는 모두 변수다. 하지만 이 부담이야말로 성수 프로젝트를 정대현 체제의 핵심 과제로 만드는 이유다. 삼표가 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한다면 그룹은 단순히 '레미콘 공장 터를 개발했다'는 평가를 넘어 본업에서 축적한 산업 기반을 도시개발 사업으로 연결한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삼표의 성수 프로젝트는 그래서 땅값이 오른 개발사업으로만 볼 수 없다. 2만8106.2㎡ 부지, 최고 79층, 공공기여 6054억원, 유니콘 창업허브 5만3000㎡라는 숫자는 삼표가 다루는 사업의 단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대현 부회장의 미래배합에서 삼표의 다음 성장 모델을 올리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성수 프로젝트는 삼표가 보유 부지를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건설기초소재 기업의 사업 반경을 도시 인프라 영역으로 넓히는 상징적 사업”이라며 “정대현 부회장이 이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이끌 경우 삼표의 다음 성장축을 설명하는 가장 강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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