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법인에 최대 50억 원 벌금을 부과하는 이 법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경 입법이었다. 법이 시행되면 형사처벌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확신이 입법부와 노동계 사이에 공유되어 있었다. 처벌의 강도와 사고 예방의 효과가 정비례할 것이라는 이 확신은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통계 앞에서 완벽하게 반박당하고 있다.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의 사고재해자 수는 법 시행 전인 2020년 1,460명에서 출발해 2021년 1,526명, 법 시행 첫해인 2022년 1,751명, 2023년 2,325명, 2024년 2,571명으로 단 한 해도 꺾이지 않고 5년 연속 증가했다. 증가율은 76%에 달한다. 사고사망자 역시 2023년 10명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2024년 21명으로 두 배 이상 반등했고, 재해율은 같은 기간 0.4%에서 1.07%로 수직 상승했다.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은 1.57‱로 전체 산업 평균의 4배에 달하며, 일본 0.12‱, 독일 0.11‱, 영국 0.03‱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법이 강해지는 동안 현장은 더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기업이 선택한 것은 예방이 아니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한국개발연구원이 2025년 발간한 실증 분석 보고서는 그 인과 구조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조사 대상 기업의 80% 이상이 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인력을 확충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대폭 강화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인력 확충은 철저하게 양적 팽창에 머물렀다. 현장의 실질적인 위험을 통제하는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KDI의 결론이다. 더 주목해야 할 발견은 법 시행 이후 고위험 직군의 고용 자체가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KDI의 계량 분석에 따르면 위험도가 높은 직업군의 고용량이 저위험 직군 대비 최대 6.7%까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기업의 실제 행동 양식은 이렇다. 형사처벌이라는 극단적 위험 앞에서 기업들이 선택한 합리적 대응은 현장을 근본적으로 안전하게 개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 작업 자체를 회피하거나 관련 인력의 직접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전가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내부 자원은 경영진의 법적 방어를 위한 서류 작업에 집중됐다. 대형 로펌에 막대한 자문료를 지불하고, 각종 안전 지침과 교육 이수 내역, 위험성 평가 보고서 등을 문서상으로 완벽하게 구비하는 데 행정력이 쏟아졌다. 법이 요구하는 것을 현장에서 실현하는 대신 서류 위에서 실현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는 경영진의 법적 방어 비용과 서류 작업량의 기형적 팽창, 그리고 현장 노동자를 보호하는 실질적 위험 통제구조의 개선 실패로 귀결됐다.
3년 전에 이미 예고된 실패
이 결과는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법 제정 직후인 2021년 4월 이미 다섯 가지 리스크를 경고한 바 있다. 건설공사는 원청·하청·재하청·자재·장비업체가 복잡하게 얽힌 다층적 구조이며, 매일 공정이 바뀌고 위험 요인이 달라지는 극도의 동태적 환경이기 때문에 본사에 앉은 CEO 한 명이 전국 수백 개 현장의 말단 공정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고였다. 또한 건설업은 이미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복수의 법령이 중첩 적용되는 산업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더해지면 동일 사고에 대한 처벌 범위가 예측 불가능하게 확대된다는 지적도 함께였다.
이 경고는 무시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경고의 내용이 그대로 현실이 됐다. 불가능한 통제 책임을 지게 된 원청 건설사들이 선택한 것은 현장 개선이 아니라 계약서상 면책 조항 고도화와 하청에 대한 책임 전가였다. 법이 의도하지 않은, 그러나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다.
영세 현장에는 더 가혹했다
2024년 1월부터 법이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영세 현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명분은 충분했다. 재해의 68.5%가 50억 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관리 인력을 선임할 의무조차 없는 이 현장들에 대기업 수준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실질적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결과는 예측대로였다. 확대 시행 원년인 2024년, 소규모 건설현장의 사망자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예방 투자 여력이 원천적으로 결여된 영세 업체 대표는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즉각적인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됐다. 처벌은 가능해졌지만 예방은 여전히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법 확대 적용이 낳은 것은 사고 감소가 아니라 중소 건설사 경영자들의 사법 리스크 노출 확대였다.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
이 총체적 난국은 결국 사법부의 문턱에서 강력한 제동에 직면했다. 2025년 3월, 부산지방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가 지적한 핵심은 두 가지였다. 무엇을 어떻게 이행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법률 조문만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는 명확성 원칙 위반,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일반법이 이미 존재함에도 동일한 재해 행위에 대해 최고경영자라는 이유만으로 1년 이상 징역의 가중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21년에 경고했던 처벌 조항의 예측 가능성 결여 문제가 4년 만에 사법부의 판단으로 재확인된 것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3년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논의의 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건설안전특별법 논의의 핵심은 발주자·설계자·감리자·시공자의 안전 책임을 공정별로 나누는 것이다. 건설현장 사고의 근원이 시공사의 나태함이 아니라 발주자의 무리한 공기 단축과 예산 절감 압박에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사실임에도, 지금의 법은 시공사 경영자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지 않는 한 법의 실효성은 담보될 수 없다.
컴플라이언스 이행 시 면책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전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경영책임자의 형사 책임을 감면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불확실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쏟던 자원을 실제 현장 안전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성실히 이행해도 사고가 나면 처벌받고, 서류만 갖춰도 사고가 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의 선택이 서류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합리적인 결과다. 규제가 만들어낸 인센티브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행동 양식은 바뀌지 않는다.
처벌의 수위만 높이면 두려움에 떤 경영진이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3년의 통계가 증명했다. 그 틀린 가정 위에서 정책이 계속 작동하는 한 5년 뒤에도 같은 통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3년이 남긴 가장 냉정한 교훈은 결국 이것이다. 누구를 얼마나 세게 처벌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하면 실제로 사고를 줄일 것인가로, 정책의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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