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오늘날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항공모함은 여전히 바다 최강의 전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주요 해군은 대형 항모를 보완할 새로운 전력으로 ‘드론 항모’와 유무인 복합 함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항모 전투 방식을 바꾸는 드론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드론 항모는 기존 항공모함을 없애기 위한 함정이 아니다. 유인 전투기뿐 아니라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거나, 처음부터 무인기 운용에 맞춰 만든 함정을 말한다.
기존에는 항공모함에 유인 전투기를 집중 배치했다면 앞으로는 무인기가 정찰과 감시, 전자전 같은 임무를 맡고 유인 전투기는 핵심 공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전장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수준의 드론이 수천억원짜리 군함이나 무기를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거리 대함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까지 발전하면서 항공모함 한 척에 전력을 집중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은 기존 핵추진 항공모함을 유지하면서 무인기를 항모 전력에 본격적으로 편입하고 있다. MQ-25 스팅레이는 항공모함에서 이륙해 다른 전투기에 공중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무인기다. 기존에는 전투기가 맡던 임무를 무인기가 대신하면서 전투기는 본래 작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은 한발 더 나아갔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국방투자계획(Defence Investment Plan)'에 따르면 향후 4년간 드론과 자율체계에 50억파운드(약 10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유인 함정과 무인체계를 함께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해군(Hybrid Royal Navy)'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F-35B와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는 '프로젝트 판테온(Project PANTHEON)'도 이 계획에 포함됐다.
◇ 현실이 된 드론 항모···함정도 무인기 거점으로 진화
드론 항모는 더 이상 미래 구상이 아니다. 이미 여러 나라가 실제 함정에서 무인기를 운용하며 새로운 해군 전력을 시험하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사례는 튀르키예다. TCG 아나돌루함은 원래 F-35B 전투기를 운용하기 위해 건조됐지만, 현재는 자국산 함재 무인기 바이락타르(Bayraktar) TB3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다. 바이락타르와 튀르키예 국방부에 따르면 TB3는 함상에서 자율 이착륙과 실사격 시험을 마쳤으며, 2026년 2월 나토 연합훈련 '스테드패스트 다트(Steadfast Dart) 2026'에서는 발트해에서 감시와 표적 공격 임무도 수행했다.
중국도 076형 상륙강습함 ‘쓰촨’을 개발하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함정은 헬기뿐 아니라 고정익 무인기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륙함과 드론 항모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함정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컨테이너선을 개조한 샤히드 바게리를 드론 모함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지난 3월, 이 함정에 대한 타격 사실을 공개하면서 개조 선박을 함정처럼 활용하는 방식의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 드론 항모가 키우는 새 시장···함정보다 '체계'가 경쟁력
드론 항모 확산은 해양방산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함정 자체의 성능이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함정과 무인기를 얼마나 잘 연결해 함께 운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술이 전투체계(Combat Management System)다. 쉽게 말해 ‘함정의 두뇌’다. 레이더와 소나, 각종 센서가 모은 정보를 한곳에서 분석하고,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 결정하며 유인 함정과 무인기를 함께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무인기의 수와 역할이 늘어날수록 전투체계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UAE 미래협력 및 K-방산 현재와 미래’ 포럼에서 김영진 한화시스템 해양사업단장도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이 플랫폼 중심 경쟁에서 전투체계를 중심으로 한 통합 역량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해군도 이에 맞춰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유인 함정과 무인수상정, 무인잠수정, 무인기를 하나의 팀처럼 함께 운용하는 미래 해군 체계다. 2024년 11월에는 독도함에서 미국 모하비(Mojave) 무인기의 함상 이륙 시험을 실시하며 고정익 무인기의 함상 운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조선·방산업계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다목적 유무인 전력지휘함 개념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한화오션도 미래 함정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LIG D&A는 함정 전투체계와 AI, 무인체계를 연계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도 드론 항모가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새로운 무기체계가 아니라 유무인 복합전력을 구현하는 새로운 해군 운용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는 항모의 규모보다 유무인 전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운용하느냐가 해군력은 물론 해양방산 경쟁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