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신희재 기자 |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간판 박지수(28)에게 2025-2026시즌 챔피언결정전은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당시 그는 1차전을 앞두고 훈련 중 왼쪽 발목 부상으로 챔프전에 나서지 못했다. 비록 KB가 3연승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속상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본지와 연락이 닿은 박지수는 "당시엔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정이 좀 복잡했다. 한 시즌 동안 챔프전 우승을 목표로 준비한다. 그런데 부상으로 그 무대를 뛰지 못하는 게 선수로서 매우 힘들고 속상했다"며 "KB 선수들에게는 힘이 되지 못해 미안했다. 한 명이 빠지면서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청주팬 떠올리며 KB 잔류
박지수는 지난달 29일부터 충남 천안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KB의 비시즌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5월 초 발목 수술 이후 4개월로 예정된 재활 훈련이 한창인 시기다. 몸이 성치 않지만, 코트 훈련을 제외한 모든 팀 일정을 따라가며 빠른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아직은 회복 속도가 더딘 편이다"라며 "발목에 깁스를 오래 하면 그 상태로 굳어지다 보니 움직이는 게 조금은 힘들다. 발목 각도가 덜 나오고, 통증도 남아 있어서 달리기는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상 중인 박지수는 2025-2026시즌을 마친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FA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신장 196cm의 압도적인 제공권을 갖춘 센터 박지수를 잡기 위해 WKBL 6개 구단 대다수가 공개적으로 영입 의사를 밝혔다. 2주 가까이 이어진 물밑 협상의 결과는 원소속팀 잔류였다. 계약 기간 2년, 연봉 총액 5억원(연봉 3억원, 수당 2억원)으로 2022년 김단비(우리은행)의 4억5000만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액에 도장을 찍었다.
박지수는 KB 잔류를 택한 배경으로 청주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꼽았다. 그는 "FA 기간 초반에는 (다른 팀 제안에) 많이 고민했고 흔들렸다. 그런데 이번에 챔프전을 밖에서 볼 때 청주체육관만의 분위기와 팬분들의 압도적인 함성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원정팀 소속으로는 청주체육관에 갈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웃음) 팬분들 덕이 정말 크다"며 "잔류 결정 후 팀원들과 팬분들이 정말 많이 좋아해 줬다. 부모님은 FA 기간에 스트레스받은 걸 알고 계셔서 '잘했다. 이제 마음 편히 쉬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래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다시 KB 유니폼을 입은 박지수의 새 시즌 최우선 과제는 건강이다. 그는 "부상을 당하면서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재활을 잘해서 팀의 목표인 우승에 도달할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싶다.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해) 같이 우승을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월드컵·AG 출전 의지 강해
2025-2026시즌 WKB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박지수는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대표팀에서도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다만 하반기 주요 국제대회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모두 박지수의 재활이 막 끝나는 9월로 예정돼 우려가 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지수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모두 출전 의지가 강하다"며 "월드컵은 저번에도 티켓은 같이 땄는데, 본 대회는 부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월드컵과 인연이 없나' 싶다. 그래도 저는 스스로 남들보다 회복력이 빠르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미지수지만, 재활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게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농구가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박지수도 "지금이 좋은 성적을 낼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신인 시절과 달리 지금은 대표팀에 또래가 많다. 각자 장단점을 잘 알고, 생활적인 면에서도 편하다. 특히 박수호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님이 선수단을 잘 모아주셔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강하고, 선수들도 합이 잘 맞는다. 그래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5위인 한국은 월드컵에서 프랑스(2위), 나이지리아(8위), 헝가리(19위)와 같은 B조에 편성됐다. 이번 대회에서 16년 만의 8강 진출 그 이상을 노린다. 9월 말로 예정된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4위)과 일본(10위)의 벽을 넘어 우승을 꿈꾼다. 세계적인 강팀들과 맞대결을 앞두고 박지수의 출전 여부는 대표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지수는 "쉽지 않은 상대들이다. 중국은 키가 대단히 큰 유망주(장쯔위·220cm)가 나왔고, 일본은 외곽슛과 패턴 움직임이 워낙 좋다. 그래도 우리의 주무기인 외곽슛이 잘 터지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공은 둥글고, 목표는 높게 잡고 가는 게 좋다. (미리) 주눅이 들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1년간 부상이 커리어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걸 증명하고 싶다"며 "어떤 목표든 아프지 않고 경기에 뛰어야 이룰 수 있다. 이번에 수술하면서 더 절실히 느꼈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는 몰라도, 더는 큰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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