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과 저가 수출이 세계적인 통상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 정부가 진행 중인 반덤핑 조사 대상이 모두 중국산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과잉 생산 영향이 큰 철강과 화학제품에 조사가 집중되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구제 조치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6월 9일 기준 진행 중인 반덤핑 조사는 총 7건으로, 모든 조사에서 중국산 제품이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 대상 품목은 부틸아크릴레이트, 옵셋인쇄판,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수지, 고체 수산화나트륨 등 화학제품 4건과 아연도금 냉연강판, H형강, 봉강 등 철강·비철금속 제품 3건이다.
이 가운데 부틸아크릴레이트, 아연도금 냉연강판, H형강, 옵셋인쇄판, PET수지, 봉강은 모두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고체 수산화나트륨은 중국과 대만산 제품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철강과 화학제품에 조사가 집중된 것은 최근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수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잇따라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반덤핑 제도는 외국 기업이 자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경우 이를 조사해 덤핑 사실이 인정되면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대표적인 무역구제 수단이다.
세계적으로도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와 철강 제품 등에 고율 관세와 함께 반덤핑·상계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35.3%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 무관세 수입쿼터를 기존보다 46%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조치를 확대했다.
무역위원회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 외에도 올해 들어 7건의 반덤핑 조사를 마무리했다. 조사 완료 품목 가운데 광섬유, 탄소강·합금강 열연제품, 산업용 로봇 등 3건은 중국산 제품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사건은 총 31건이며, 이 가운데 21건(약 68%)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국 관련 사건의 상당수는 철강·비철금속과 화학제품에 집중돼 있으며, 이 밖에도 섬유, 종이·목재, 유리·도자기, 기계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우리나라의 무역구제 조치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저가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공급과잉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반덤핑 조사 7건 모두 중국산 제품이 포함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고려해 반덤핑 조치에 비교적 신중했지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WTO 기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구제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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