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정책 철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 시대를 '생산혁명'으로 규정하며 국가를 시장의 규제자가 아닌 '생산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전력망과 산업부지, 데이터센터, 공급망은 물론 교육·이민·복지까지 하나의 생산체계로 묶는 새로운 국가 운영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AI 생산혁명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AI는 단순한 기술혁명이 아니라 생산혁명"이라며 "AI 시대의 국력은 기술력이 아니라 생산체계를 조직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메세지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중심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정책 철학을 처음으로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히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을 '생산체계 구축'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국가가 전력망과 산업부지, 공급망 등 생산 인프라를 직접 조직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정부가 용인과 호남권 등을 잇는 반도체 생산거점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피지컬 AI 산업 육성 등을 잇달아 발표한 가운데 이번 'AI 생산혁명론'은 개별 사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는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의미도 담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을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전체 생산체계의 경쟁력으로 바라보겠다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실장은 AI 혁명의 본질을 새로운 기술의 등장보다 생산방식의 전환에서 찾았다. 그는 "생산혁명은 생산비용과 생산시간, 생산규모가 동시에 바뀌는 역사적 전환"이라며 "생산방식이 바뀌면 산업과 자본, 노동의 흐름이 달라지고 결국 국가는 새로운 생산체계 위에서 다시 설계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 정보의 이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정보혁명이었다면 AI는 지식과 판단 자체를 생산수단으로 바꾸는 생산혁명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실장은 AI 시대의 경쟁도 알고리즘이나 챗봇 성능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생산능력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누가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최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제조 역량, 전력망, 공업용수, 송배전 인프라가 하나의 생산체계로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혁명 시대 국가의 역할로 생산 인프라 구축과 생산능력의 재생산, 생산의 과실을 다시 생산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기업은 AI를 만들 수 있지만 전력망과 산업부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의 일"이라며 "산업정책은 시장을 대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하나의 생산 플랫폼으로 조직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복지 역시 생산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시장은 그 과실을 자동으로 나누지 않는다"며 "복지는 생산혁명이 만들어낸 초과이윤을 다음 세대의 생산능력과 사회적 신뢰로 연결하는 투자"라고 밝혔다. 이어 "생산은 분배의 전제이고 좋은 분배는 다시 더 큰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며 국가는 생산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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