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인천 검단신도시 입주를 앞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보금자리론으로 3억 4000만원의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했다. 적용 금리는 연 4.35%.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웃도는 상황에서 그나마 부담을 덜 수 있는 선택지였다.
A씨는 자신이 사실상 ‘막차’를 탄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받은 아파트라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지역도 집값이 많이 올라 대상이 되는 6억원 이하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검단도 전용 84㎡는 대부분 6억원을 넘었고 역세권 전용 59㎡ 정도만 겨우 기준에 맞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 대출을 조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정책모기지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5%를 넘어섰고 집값 상승으로 정책대출 대상 주택도 빠르게 줄면서 ‘서민 주거사다리’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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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최고 연 5.3%…3년7개월 만에 금리 5%대 진입
5일 금융권에 따르면 HF는 오는 7일부터 보금자리론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한다. 이에 따라 ‘아낌e보금자리론’은 연 4.9~5.2%, ‘u-보금자리론’과 ‘t-보금자리론’은 연 5.0~5.3%의 금리가 적용된다. 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에서는 0.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추가돼 ‘아낌e’ 기준 최고 연 5.3%까지 올라간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5%대로 올라서는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 인상이다. 최근 시장금리와 조달비용 상승이 이어지면서 정책모기지 역시 금리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보금자리론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총량 규제로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정책모기지로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HF에 따르면 올해 1~5월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11조 32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6% 증가했다. 올해 공급 목표인 20조원의 56.6%를 불과 5개월 만에 채웠다. 다만 보금자리론의 월별 판매액은 2월 2조 567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3월 2조 4339억원, 4월 2조 1992억원, 5월 1조 7132억원으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실수요자들이 정책모기지로 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상단은 연 7%를 웃돌고 있고,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 금리도 오름세지만 시중은행 대출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사실상 대안이 많지 않다. 현재 생애 최초주택구입자가 최대 한도 4억 2000만원을 30년 만기, 연 5.25% 금리로 빌릴 경우 원리금균등 방식 기준 월 상환액은 232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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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 급등에 ‘6억 이하’ 대상 주택 갈수록 감소
하지만 금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리보다 더 큰 문제로 ‘대상 주택의 부족’을 꼽는다. 보금자리론은 일정 소득 요건과 함께 6억원 이하 주택이라는 가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은 물론 수도권 외곽까지 집값이 오르면서 정작 정책모기지를 활용할 수 있는 주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A씨처럼 수도권 외곽 신도시에서도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분양시장과 기존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정책 기준과 시장 현실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HF의 올해 1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서울이 179.3으로 전국 평균(61.5)의 약 3배에 달했다. 이는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의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 할 경우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경기(81.1)와 인천(65.6)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책모기지는 여전히 가장 경쟁력 있는 주택금융 상품이지만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6억원 기준이 시장 현실과 다소 괴리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정작 정책 지원이 필요한 무주택 실수요자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를 당초 계획한 20조원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공급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대상 주택은 줄어드는데 정책모기지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어 대상 주택 기준 등 제도 전반을 현실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이 막힐수록 정책모기지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수요는 늘고 대상은 줄어드는 구조가 이어지면 정책모기지가 실수요자의 마지막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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