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 대신 ‘텍스트힙’…필사·문구에 카드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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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대신 ‘텍스트힙’…필사·문구에 카드 긁는다

투데이신문 2026-07-05 10:57: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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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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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과시형 소비로 대변되던 플렉스(Flex) 문화의 열기 속에서 책과 글, 기록을 향유하는 텍스트힙(Text Hip)이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숏폼과 배속 시청 등 디지털 콘텐츠의 속도전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필사와 문구, 라이팅카페 등 느린 취향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로 부상한 ‘포엣코어’ 또한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시와 문학, 빈티지한 감성, 기록하는 생활방식을 지향하는 이 트렌드는 패션과 인테리어를 넘어 도서, 필기구, 라이팅카페 등 일상 전반의 소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이는 디지털 홍수 속에서 고유한 속도를 유지하려는 현대인의 능동적인 소비 행태가 반영된 결과다.

카드 소비 데이터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뚜렷하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수도권 주요 라이팅카페의 신한카드 이용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고 이용건수와 이용자수도 각각 37% 늘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글쓰기와 사색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구매하는 행태가 구체적인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문구 소비의 양상도 달라졌다. 같은 기간 문구샵 이용건수는 18%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세대별 구성비다. 기존 문구 시장의 주축이던 10·20대 비중은 줄어든 반면, 30대 이상의 비중은 48%에서 58%로 10%p 상승했다. 문구가 단순 학용품에서 성인들의 취향 소비 품목으로 재정의되면서, 고가의 만년필이나 커스텀 다이어리 등 소장 가치가 있는 상품군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빠른 콘텐츠에 대한 반작용…“경험 중시”

이러한 현상은 짧고 빠르게 소모되는 콘텐츠 환경에 대한 자발적인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숏폼 콘텐츠가 일상화된 시대에 손으로 글을 쓰고 조용한 공간에 머무는 아날로그적 경험이 특별한 지적 성취감을 주는 가치 소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환경의 속도감에 대한 피로도가 아날로그적 향수와 결합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기록과 사색이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이 최근의 소비 특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서는 책상을 꾸미는 이른바 ‘데스크테리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 텐바이텐 등 디자인 문구 플랫폼의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사무용품 외에도 책상 꾸미기 소품과 고급 필기구 검색량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다.

대형 서점가에서도 필사 가이드북이나 질문형 다이어리 등 능동적인 쓰기를 독려하는 도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카드사, 범용 소비 넘어 취향 데이터 주목

카드업계는 이러한 취향 소비 영역을 고객군을 세분화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보고 있다. 공연, 전시, 콘텐츠 구독, 필사 등은 결제 규모가 거대하지는 않지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명확히 반영하는 데이터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 카드사들은 취향 소비와 연계된 맞춤형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라이브러리 운영 등 공간 마케팅과 결제 혜택을 결합했고, 신한카드는 공연·전시 특화 혜택으로 문화 소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엄선된 공연·전시를 단독 할인하거나 전용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삼성카드 셀렉트’를 통해 문화 소비 고객을 결집하고 있다. KB국민카드도 캐릭터 및 문화 콘텐츠 협업 상품을 통해 젊은 층의 취향을 공략함과 동시에, 도서·공연 등 문화 업종 할인 혜택을 확대 중이다.

이밖에도 하나카드는 웹툰·도서 등 콘텐츠 구독 할인을, 우리카드는 도서·학습 서비스 혜택으로 자기계발 소비를 지원한다. 롯데카드와 BC카드 역시 서점·문구 업종 특화 혜택을 통해 취향 소비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취향 소비는 반복적인 결제가 일어나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과거 카드 혜택이 주유, 마트 등 생존형 소비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고객의 관심사를 세분화하여 정서적 만족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를 가처분 소득이 생존형 소비에서 자아실현형 소비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 대학 한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는 가격 중심의 합리성뿐 아니라 취향과 정체성의 영향을 함께 받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결제 규모가 작더라도 특정 소비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은 시장이 취향 중심으로 견고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카드사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밀하게 타겟팅하는 데 핵심적인 지표로 활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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