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부자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귀국한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태도를 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새벽 조현우 등 선수들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 축구팬들 야유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단순한 비판이 아니었다. 연예계 대표 축구 팬으로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지켜봐 온 ‘국민 배우’의 말이었기에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강부자는 지난 3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청자맨숀’에서 박문성 해설위원, 신문선 명지대 교수, 방송인 알베르토, 플로리안과 함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강부자는 조별리그 탈락 후 귀국한 홍명보 전 감독의 모습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눈물이라도 흘렸으면 국민들이 용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개 한 번도 안 떨구고 나왔다”…강부자가 본 귀국 장면
강부자가 특히 아쉬워한 대목은 홍명보 전 감독의 공항 귀국 태도였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눈물이라도 흘렸으면 국민들이 용서했을 것”이라며 “조현우 선수 뒤를 따라 나오는데 고개 한 번도 안 떨구고 먼 곳을 보면서 나왔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 축구팬들 아유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새벽 3~4시대 입국이었지만 현장에는 200명이 넘는 팬과 유튜버 등이 몰렸다. 홍 전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입국장에는 고성이 이어졌고, 대표팀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야유는 더욱 커졌다.
홍 전 감독은 취재진의 “팬들에게 하실 말씀 없나” 등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대한축구협회도 별도의 귀국 행사를 마련하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원정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공항 귀국 행사 없이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영웅이 땅으로 떨어졌다”…2002년 홍명보를 떠올린 강부자
강부자의 발언이 더 크게 읽힌 이유는 그가 홍명보 전 감독을 단순히 비판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영웅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떠올렸기 때문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강부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장면을 언급했다. 당시 홍명보는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부차기를 성공시켰고,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완성한 상징적 인물로 남았다.
강부자는 “홍명보 하면 옛날에 페널티킥 성공해서 막 팔 흔들면서 나오던 장면이 생각난다”며 “그 영웅이 어느 날 이렇게 땅으로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말에는 분노보다 허탈감이 더 짙게 묻어났다. ‘영원한 리베로’로 불리며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았던 인물이 감독으로서 혹독한 실패를 마주한 상황. 강부자의 발언은 그 낙차를 그대로 짚은 셈이다.
홍 전 감독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결국 사퇴했다. 개인의 실패를 넘어, 한국 축구가 다시 한 번 구조적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귀국 이틀 만에 미국행…국회·외신까지 번진 논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논란은 공항에서 끝나지 않았다.
홍명보 전 감독은 귀국 이틀 만인 지난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가족이 있는 현지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두고 국회 청문회 등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홍 전 감독은 국민에게 월드컵 결과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국회가 출석을 요구하면 반드시 나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전 감독은 출국 당시 한 언론을 통해 청문회 참석 여부에 대해 “모르겠다”며 “귀국 날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언론도 그의 행보를 조명했다. 스페인 매체 AS는 홍 전 감독이 안전상의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홍 전 감독을 향한 위협성 반응이 나온 점도 언급했다.
프랑스 매체 ‘르10스포르트’ 역시 홍 전 감독을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하면서도, 현재 그가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강부자의 일침이 더 아픈 이유
배우 강부자 / 뉴스1
강부자의 발언은 단순한 연예인 코멘트로 소비되기 어렵다.
그는 오래전부터 연예계 대표 축구 팬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축구의 영광과 실패를 모두 지켜본 팬의 입장에서, 홍명보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눈물이라도 흘렸으면 국민들이 용서했을 것”이라는 말은 단순한 감정적 질타가 아니라, 국민 정서를 읽은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홍명보 전 감독은 선수 시절 한국 축구의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장면은 박수보다 야유에 가까웠다. 조별리그 탈락, 귀국장 침묵, 이틀 만의 미국행, 그리고 책임론까지 겹치며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제 한국 축구는 새 사령탑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건 이름값이 아니라 검증된 리더십이다. 선수 시절의 영광만으로 감독 자리를 맡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부자의 말이 뼈아프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때 모두가 환호했던 영웅이, 이제는 국민 앞에 고개 숙이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실망감. 그 간극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홍명보 전 감독의 퇴장은 끝이 아니다. 한국 축구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 논란을 단순한 개인 책임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국민이 보고 싶었던 건 승리만이 아니었다. 실패 앞에서 책임지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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