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양식만으론 기후변화 못 버틴다”… 군산 앞바다가 전격 선택한 '대체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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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식만으론 기후변화 못 버틴다”… 군산 앞바다가 전격 선택한 '대체 수산물'

위키트리 2026-07-05 10:0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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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양식 품종을 키워내기 위해 장자도 해역에서 3배체 굴 시범양식에 돌입했다. 최근 몇 해 사이 해수온 상승으로 김 작황이 들쑥날쑥해지면서 지역 양식업의 새로운 활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군산시 제공

군산시는 옥도면 장자도 해역에 신품종 시범양식 어장을 새로 조성하고, 3배체 굴 치패 3만 마리를 입식했다고 5일 밝혔다.

3배체 굴이란

3배체 굴은 이름 그대로 염색체를 3개 세트, 즉 3n 가진 굴을 말한다. 원래 굴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은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받은 두 벌의 염색체, 즉 2배체(2n) 상태로 살아간다. 반면 3배체 굴은 염색체를 세 벌 가지고 있어 감수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균등하게 나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생식세포를 만들지 못해 번식 능력을 잃는다. 쉽게 말해 몸은 굴이지만 유전적으로는 새끼를 만들 수 없는 상태로 자라나는 셈이다.

굴 자료사진. / Kei Shooting-shutterstock.com

이런 3배체 굴은 자연에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염색체를 네 벌 가진 4배체(4n) 굴의 정자와 일반 2배체 굴의 난자를 인공적으로 수정시켜 만들어낸다. 씨 없는 수박을 만드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콜히친 같은 약품 처리로 4배체 굴을 먼저 확보한 뒤, 이 굴의 정자를 2배체 굴의 난자와 수정시키면 홀수 염색체를 가진 3배체 종묘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종묘를 배양장에서 일정 크기로 키운 뒤 바다에 내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번식에 쓰일 에너지가 남아도는 만큼 그 힘을 고스란히 몸집을 키우는 데 쏟아붓기 때문에, 같은 기간을 키워도 일반 굴보다 몸집이 크고 자라는 속도도 빠르다.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을 앞당길 수 있어 어업인 입장에서는 그만큼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장점은 여름철에도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굴은 여름 산란기가 되면 알을 품느라 살이 야위고 맛도 함께 떨어져 이 시기에는 시중에서 자취를 감춘다. 흔히 알려진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않는다'는 말도 이 산란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하지만 3배체 굴은 애초에 알이나 정자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여름철에도 살이 통통하게 유지된다. 이 덕분에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특정 계절에만 반짝 팔리던 굴을 연중 상품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어서, 판로 확보와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번식 기능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여름에 먹어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패류독소는 산란과 무관하게 먹이활동을 통해 몸에 쌓일 수 있어, 3배체 굴 역시 다른 어패류와 마찬가지로 수온이 오르는 시기에는 패류독소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에 편중됐던 군산 양식업

군산시가 3배체 굴에 주목한 배경에는 오랫동안 굳어져 온 양식 구조의 한계가 있다. 군산 앞바다의 양식어업은 그동안 해조류, 그중에서도 김 양식에 지나치게 쏠려 있었다. 고군산군도를 낀 서해 연안이라는 지리적 여건이 김 양식에 적합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조이기도 하다. 실제로 관내 해역에서 이뤄지는 전체 양식어업 가운데 김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관내에서 김 양식에 종사하는 어가만 해도 150곳에 이를 정도로, 사실상 군산의 양식산업 자체가 김 하나에 크게 의존해온 셈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기후변화 앞에서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김에 황백화 현상이나 갯병 같은 생리장해가 잦아졌고, 이 때문에 작황이 들쭉날쭉해지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서해안 일대에서는 고수온 영향으로 물김 생산 시기가 예년보다 짧아지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한 품종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이상기후로 그해 작황이 흔들리면 지역 양식업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고, 어업인 입장에서도 소득이 특정 품목의 작황에 좌우되는 구조는 그만큼 경영 위험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산시가 여러 해 전부터 다른 패류로 양식 품종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온 것도 이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앞서 군산시는 비안도 해역에서 가리비 시험양식을 진행해 의미 있는 성장 결과를 확인한 바 있으며, 이를 발판 삼아 홍합 등 다양한 패류 품종으로 양식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이번 3배체 굴 시범양식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결정이다. 군산시는 해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김 중심으로 짜인 생산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대체 품종으로 3배체 굴을 골랐다. 이를 위해 도비 1억원을 투입해 신품종 패류 양식 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해안 중심에서 서해안으로 번지는 3배체굴

3배체굴을 활용한 양식 기술 자체는 군산이 처음이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4년 4배체 굴 생산 기술을 확보한 뒤, 이듬해 대량 생산을 위한 시범양식을 거쳐 2016년부터 어민들에게 모패를 나눠주며 보급을 시작했다. 이후 통영, 거제, 남해, 고성, 고흥, 신안 등 주로 남해안 일대를 중심으로 3배체굴을 낱개로 키우는 이른바 '개체굴' 양식장이 빠르게 늘어났다.

굴 자료사진. / 5m-shutterstock.com

기존 참굴 양식의 70%가 몰려 있는 통영 인근 해역과 달리, 개체굴은 스티로폼 부표 사용량을 크게 줄인 방식으로 재배되는 만큼 친환경 양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껍데기가 둥글고 두꺼우며 살이 꽉 차 있어 씹는 맛과 신선도 유지 기간에서도 강점을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알굴처럼 줄에 매달아 대량으로 채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바구니에 하나씩 나눠 담아 관리하는 방식이다 보니, 손이 더 가는 대신 크기와 품질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런 장점 덕분에 개체굴은 오이스터 바나 고급 레스토랑, 호텔 등에 고가로 납품되며 일반 굴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최근에는 살아있는 개체굴이 러시아 등으로 수출되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런 3배체굴 양식은 주로 남해안 지역에 집중돼 왔던 만큼, 김 양식이 주력인 서해안 군산에서 이번 시범양식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가 관심사다. 해역 환경이 다른 만큼 남해안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이번 시범양식에서 확보하는 고군산군도 해역의 수온과 염분, 성장률 데이터는 향후 서해안 지역 양식 다변화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위탁 협약

이번 사업은 한국수산자원공단 서해본부와 위탁 협약을 맺고 추진된다. 시가 직접 모든 과정을 수행하기보다 전문기관과 손잡음으로써 치패 관리와 데이터 축적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으로 고군산군도 해역의 수온과 염분 등 환경 요인을 조사하는 한편, 굴의 성장률과 비만도, 생존율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경제성과 사업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시범양식 기간에는 계절별 성장 변화와 폐사율 등도 함께 기록해, 서해안 환경에 맞는 최적의 양식 밀도와 관리 방식을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데이터는 향후 3배체 굴 양식을 군산 전역으로 확대할지 판단하는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이성원 어업정책과장은 그동안 군산의 양식산업이 김 양식에 치우쳐 있었다며, 이번 3배체 굴 시범양식이 성공을 거두면 어업인들에게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득원을 안기고 김 양식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인 패류 양식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군산시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어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범양식의 결과에 따라 군산의 양식 지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시범양식이 안정적인 성과로 이어질 경우, 김에 집중됐던 지역 양식업 구조에 패류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지면서 어업인들의 소득원이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서해안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형 양식 모델로도 확산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군산시가 이번 시범양식을 통해 축적할 데이터가 앞으로 지역 양식산업의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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