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색깔 지우기' '변화보다 안정' 등 지자체별 희비 엇갈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1일 출범한 민선 9기 지자체의 공직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방 권력이 교체된 곳에서는 대대적인 조직·인사 개편이 예고돼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임자의 색깔을 지우려 기존 정책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일도 있다.
반면 같은 당으로 권력이 계승된 지자체 등에서는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조용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 대대적인 물갈이에 재정 다이어트까지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 출신 시장으로 바뀐 울산시는 김상욱 시장의 시정 철학인 '시민 주권'을 구현할 파격적인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먼저 합의제 독립 기구로 노동위원회와 감사청렴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동안 노동특보 개인이 정책 조정이나 다양한 노동 현안 대응에 한계를 보였다는 판단에 이를 폐지하고 독립적 합의제 기구인 노동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노동위원장은 개방형으로 모집해 임명할 방침이다.
감사청렴위원회는 기존 행정부시장 소속으로 실효성이 떨어진 감사관을 폐지하면서 시장으로부터 분리돼 독립성을 보장한다.
위성곤 지사가 당선된 제주도정도 고강도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인수위가 현재 제주도 재정 상황을 '위험 수준'으로 진단하자 내년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중복 사업 정비, 공공기관과 조직의 재구조화를 검토한다.
대표적으로 전임 지사의 주요 사업인 제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의 타당성을 면밀히 따질 예정이다.
4년 만에 시정이 교체된 원주시 역시 시민참여와 미래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구자열 원주시장은 기존 산업 지원 기능과 AI·AX(인공지능 전환), 첨단산업 육성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의료 AI와 첨단산업 육성을 전담할 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다.
전임 시정에서 폐지해 논란이 일었던 '다면평가제' 부활도 논의 중이어서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선거 전 행정통합에 따라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기존 2명에서 4명 부시장 체제가 됐다.
인선 때까지 행정부지사가 행정부시장 직무대리를 맡으며 경제농림부시장을 겸임하고 기존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안전민생부시장 직무대리를 맡아 문화산업부시장을 함께 맡는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산업 육성을 담당할 산업·경제 조직을 출범하고 행정통합추진단장과 통합기획과장·팀장·실무 직원 등을 별도로 발령해 행정통합에 대비한다.
행정통합 이후 민형배 시장은 청사 간 인사이동을 위해 '종전 근무지 보장 원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해당 공무원들은 근무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반발이 일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원택 지사 취임 이후 현재의 경제부지사를 '피지컬AI 부지사'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피지컬AI에 초점을 둔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이는 전북의 미래가 첨단산업에 있다는 점을 부각 시키기 위해서인데 이 지사는 피지컬AI와 관련한 정무진과 가칭 '피지컬AI국'도 신설할 계획이다.
◇ 권력 교체에도 신중한 행보…산하기관장 교체 대신 잔류
8년 만에 민주당 출신 시장이 배출된 부산시는 전재수 시장이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연속성을 연일 강조하면서 조직개편이나 기존 정책의 폐기·계승 여부가 안갯속이다.
특히 조직개편이나 추경 편성 등을 추진하려는 부산시가 여소야대인 의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협치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일단 전재수 시장은 외부 인사 발탁, 측근, 시의원, 당 관료 출신으로 정무직을 구성한 뒤 민생 살리기에 돌입했다.
전임 시장과 임기를 같이 하는 조례가 처음 시행되면서 공석이 된 16개 산하기관장 인선도 시급한 상태다.
대전 역시 출자·출연기관 11곳의 기관장이 민선 9기 출범에 맞춰 대거 교체된다.
이사·감사 등 임원까지 포함하면 60명이 지난달 말 임기를 마쳤고, 해당 기관들은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반면 박수현 충남지사는 전임 김태흠 지사 때 임명된 산하 기관장 7명의 남은 법정 임기를 보장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 지사는 핵심 공약인 'AI 수도 충남' 실현과 '사회연대경제' 기능 강화를 중점으로 조직개편을 구상하고 현재 조례 개정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4년 만에 우상호 도정으로 교체된 강원도는 1호 공약인 'AI 데이터센터 추진단 구성'에 따른 조직개편이 우선 이뤄지고 있다.
추진단은 1단장 2팀 10명으로 꾸려지는데 도는 연내 조직 개편을 통해 추진단을 1개과 단위의 정규 직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우상호 지사는 이에 따라 대규모 조직 개편은 고려하지 않고 실무 추진을 위한 일하는 조직을 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 先 열악한 재정 파악, 後 조직개편
변화보다 안정을 우선하는 지자체도 있다.
지난해 4월 전임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당선무효형 확정으로 15개월간 권한대행 체제를 이어온 창원시는 조직 안정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해, 큰 폭의 조직개편을 바로 단행하지는 않기로 했다.
창원시는 또 다가올 정기인사 때 전보는 최소화하고, 주요 현안 직위에 대해서는 내부 공모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구시도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사·중복 조직은 통폐합하지만, 기구 신설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한다. 부서 간 칸막이를 제거해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얻도록 조직의 효율적 재편에 중점을 둔다.
인천시는 박찬대 시장의 시정 운영 철학과 주요 공약 실현을 위해 시행규칙 정비를 거쳐 다음 달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인 'ABC(인공지능·바이오·문화)+E(에너지)' 육성을 담당할 조직과 관련 컨트롤타워 조직 신설을 검토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민선 9기 핵심 공약 사항이 조기에 성과를 내고 시 조직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방향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 9기 충북도정을 이끌 신용한 지사는 도정 현황을 충분히 숙지한 뒤 내년 1월 1일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신 지사가 조직개편을 미룬 이유는 도정의 중요 목표 중 하나가 재정 건전성 회복이기 때문이다. 올 연말까지 재정 악화를 불러온 사업을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조직개편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게 신 지사의 복안이다.
신 지사는 취임 후 첫 결재로 '재정정상화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상태다.
이장섭 청주시장은 취임 전인 지난달 29일 47명 규모의 간부 인사를 발표했는데, 승진 내정자 대부분이 근무평정 순위가 높은 이들로 채워져 기존 조직 내 평가를 우선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의 경우 재정진단에 주력해 아직 구체적인 조직개편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혁신 TF를 출범시켜 재정진단과 도정의 성과를 평가한 후 인사 재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찬흥 김형우 이재현 이강일 임채두 김선경 허광무 신민재 변지철 장덕종 김준범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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