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절벽에는 낙엽처럼 보이지만 산삼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식재료가 붙어 있다. ‘바위의 귀’라는 뜻을 지닌 석이버섯이다.
석이버섯은 얇고 검은빛을 띠어 처음 보면 말라붙은 나뭇잎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에 불리면 말랑하게 살아나고, 씹을수록 오독한 식감이 난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생선회처럼 산뜻하고, 참기름장에 곁들이면 천엽처럼 쫄깃한 맛이 살아난다.
조선시대 궁중 음식에도 쓰였던 귀한 식재료지만, 지금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자라는 곳이 험하고 채취가 까다로운 데다 자라는 속도까지 느리기 때문이다. 절벽 위에서 얻는 귀한 산중 식재료, 석이버섯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목숨 걸고 따는 절벽 위 검은 보물
석이버섯은 일반 버섯처럼 흙이나 죽은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다. 깊은 산속 바위 표면에 얇게 붙어 자란다. 특히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절벽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예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자라는 속도도 매우 느리다. 1년에 아주 조금씩 커지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를 만나기 쉽지 않다. 인공 재배도 어려워 시중에 나오는 석이버섯은 대부분 산에서 직접 채취한 것이다.
채취 과정은 위험하다. 석이버섯은 절벽 바위에 붙어 있어 채취꾼이 로프에 의지해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바람이 불면 몸이 흔들리고, 이끼 낀 바위는 미끄러워 사고 위험도 크다.
또 햇빛을 강하게 받으면 쉽게 부서질 수 있어 이른 시간에 산을 오르는 일도 많다. 이런 이유로 산지에서는 석이버섯을 고기보다 귀한 식재료로 부르기도 한다.
물에 불리면 살아나는 쫄깃한 식감
마른 석이버섯은 검은 종이나 바위 조각처럼 보인다. 하지만 따뜻한 물에 담그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물을 머금은 뒤에는 미역처럼 말랑해지고 씹을 때는 오독한 식감이 난다.
다만 먹기 전 손질은 꼼꼼히 해야 한다. 석이버섯은 바위 표면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돌가루나 흙, 이끼 같은 이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충분히 불린 뒤 거친 뒷면을 조심스럽게 긁어내고 여러 번 헹궈야 한다.
손질한 석이버섯은 살짝 데쳐 초장에 무쳐 먹거나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씹을수록 담백한 맛이 나고 은은한 단맛도 느껴진다. 오래 씹게 되는 식감 덕분에 식사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잡채, 구절판, 신선로 같은 잔치 음식에 검은 고명으로 올리기도 했다. 흰 지단이나 노란 지단 사이에 석이버섯을 곁들이면 색 대비가 또렷해 음식이 한층 정갈해 보였다.
왕의 밥상에도 오른 귀한 산중 식재료
석이버섯은 조선시대 왕실 음식 기록에도 등장한다. 귀한 식재료였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하는 재료로도 여겨졌다. 한방에서는 장을 편하게 하고 열을 낮추는 재료로 다뤘다.
석이버섯은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부담이 적은 편이다. 또 버섯류에 들어 있는 베타글루칸과 철분, 엽산 같은 성분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귀하다고 해서 아무 석이버섯이나 먹어서는 안 된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것은 독성이 있는 다른 버섯이나 이끼류와 헷갈릴 수 있다. 모양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것은 입에 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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