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폭 튀르키에·인니 이어 세 번째…상반기 평균 환율 역대 2위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단기 변동성 커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156조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6% 가까이 하락했다.
오는 6일부터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거래가 24시간 가능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과 환율 안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상반기 환율, 외환위기 이어 역대 두 번째…원화 하락률 주요국 세 번째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평균 1,484.5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상반기(1,493.08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미국 상호관세 충격으로 환율이 급등했던 작년 상반기(1,426.71원)보다 평균치가 60원 가까이 높아졌다.
환율은 3월 중동 전쟁 발발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1,500원을 넘었다가 한 때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으나 5월 중순부터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선 이래 고공행진 중이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5월 15일부터 지난 3일까지 3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달 5일 야간 거래 장중에는 1,561.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외환위기(1997년 12월 30일∼1998년 3월 13일) 당시 47거래일 연속으로 환율이 1,500원 위에 머물렀던 이래 최장 기록이다.
다만 환율은 지난 3일엔 30원 넘게 하락해 1,525.6원으로 내려왔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 약화로 달러 강세가 주춤하고 엔화가 반등한 데 더해서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에 수출업체가 달러 매도에 나서고 외환 당국도 실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원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 하락폭은 주요국 중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3일 뉴욕 종가 기준 작년 말 대비 5.92% 하락했다. 주요 20개국 통화 가운데 튀르키예 리라(-8.23%), 인도네시아 루피아(-6.56%)에 이어 하락폭이 세 번째로 크다.
튀르키예는 물가상승률이 30% 안팎에 달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투자자 이탈과 유가 급등으로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률은 최근 40년 만에 가장 약세를 보이는 일본 엔화(-3.02%)보다도 컸으며, 인도 루피(-5.72%), 태국 바트(-5.04%) 등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작년 말 98대에서 최근 101 안팎으로 약 2.7% 상승한 것에 비해서도 원화 가치 하락폭이 훨씬 컸다.
◇ "당분간 1,500원대, 리밸런싱 마무리되며 하락 전망"
올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 주요인으로는 외국인 투자자 주식 순매도가 꼽힌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을 약 156조5천6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 연간 순매도 규모(약 34조5천800억원)의 다섯 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5∼6월에는 두 달 연속 40조원 넘었고 7월 들어서도 사흘 만에 8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에 따른 순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환율도 당분간 1,5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여력이 50조∼90조원 가량 남아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서 "적어도 8월 초까지는 지속되면서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환율 기조가 내년 2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달러 강세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높은 국면에 있다면서 "환율은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보다 현재 수준 부근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상반기에 외국인 자금이 워낙 큰 규모로 빠져나간만큼, 수개월 내에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면서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7월 중에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이 국내에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 하락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외국인의 추가 매도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라면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겠지만 ADR 상장 이벤트로 달러 자금이 유입돼 환율에는 상하방 압력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면서 7월 환율이 1,520원∼1,570원 선에 머무르다가 이후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외국인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환율 하단이 1,470원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와 견조한 반도체 수출, 민간 부문의 달러화 자금 조달이 환율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환율이 향후 3개월 내에 1,500원선 부근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외환거래 연장, 외인 자금 불러올까…"환율 하락 요인, 단기 변동성 유의해야"
이런 가운데 외환시장 거래 시간 연장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늘어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오는 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가 24시간 거래되면서 기존에 거래가 불가능했던 새벽 2시∼오전 9시에도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번 조치는 국내 비거주자의 원화 환전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역외 시장의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기 위해 추진됐다.
기존에 거래 시간 제약으로 원화를 거래하지 못했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 위원은 "그간 NDF 시장에서 원화 거래 비중이 높았던 건 그만큼 원화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거래 시간 제약 등으로 인해 역외 시장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달러 공급이 늘어나고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이미 역외 금융기관들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원/달러 거래 시간 연장에 관해 문의를 해오고 있다"면서 "거래 시간 연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역외 수요를 역내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공백이 사라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 연구원은 "새벽 시간대에 해외에서 발생한 이벤트가 서울 장 개시 직후에 일시에 반영되어 변동성을 키우던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장은 야간 시간대 거래량이 늘어날 때까지는 장중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참여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상 거래 호가 등으로 가격이 왜곡되거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는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역외 원화 거래·결제 인프라를 개선해 원화 거래 수요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NDF처럼 차액 결제 기능이 확대되고 모든 시스템이 실시간 전산화되어 현지에서 거래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면 역외 거래 수요를 점진적으로 역내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소재 외국계 은행을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와 거래비용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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