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이올린' 재현에 객석 기립박수…뮤지컬 '파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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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재현에 객석 기립박수…뮤지컬 '파가니니'

연합뉴스 2026-07-04 17:57: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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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서사 아쉬움도…수준급 '액터 뮤지션' 발굴 관건

뮤지컬 '파가니니' 뮤지컬 '파가니니'

[HJ컬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라이브 밴드가 잠시 반주를 멈춘 가운데 주연 배우가 혼자 붉은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으며 클래식 명곡 '라 캄파넬라'를 연주했다. 대사도, 노래도, 배경 음악도 없는 가운데 격정적인 바이올린 소리만이 공연장을 채우자 객석은 숨을 죽였다.

지난달 20일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파가니니'는 이처럼 배우가 직접 켜는 수준급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유명 클래식 곡을 차용해 뮤지컬 넘버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는 작품은 종종 있지만, 배우가 오로지 바이올린 연주로 장면을 이끄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2019년 초연 후 올해 3번째로 상연된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의 삶을 각색했다.

파가니니는 생전 인간의 실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들린 연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은 솜씨'라는 누명을 쓰고 평생 헛소문에 시달렸다. 심지어는 교회의 반대로 고향에 묻히지도 못하다가 죽은 지 30여년이 지난 뒤에야 정식으로 제노바 묘지에 매장됐다.

작품은 돈벌이 수단으로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과 누명 속에서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파가니니의 음악가적 면모를 조명한다.

뮤지컬 '파가니니' 뮤지컬 '파가니니'

[HJ컬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장의 인생을 주제로 한 만큼 작품의 감상 포인트는 공연 곳곳에 나오는 파가니니의 명곡들이다.

다른 뮤지컬과의 차별점은 고난도 기교가 필요한 것으로 악명 높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곡을 배우가 직접 연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연을 위해 전문 바이올리니스트인 KoN(콘), 홍석기, 홍주찬이 파가니니 역에 캐스팅됐다.

이들 중 지난 3일 무대에 오른 콘은 등장부터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 중 24번' 록 클래식 버전을 들려줬다. 그는 파가니니의 '악마적 천재성'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에피소드 중간중간 노래 없는 바이올린 넘버를 연주했다.

파가니니의 유명한 실제 일화들도 재현했다. 특히 연주하던 바이올린의 줄들이 끊어지자 단 하나의 현으로만 연주를 계속한 에피소드를 되살린 장면에선 기록으로만 전해졌던 수백년 전 파가니니의 신비로운 연주를 실제로 듣는 듯한 몰입감을 끌어냈다.

서울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국내외 공연을 이어온 콘은 뮤지컬 '모비딕'과 '페임' 등을 통해 무대 경험을 쌓았다. 그는 초연 당시부터 파가니니를 연기했으며 이번 시즌에서 100회 공연을 맞이했다.

뮤지컬 '파가니니' 뮤지컬 '파가니니'

[HJ컬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의 흥행을 이끈 파가니니의 후반부 '라 캄파넬라' 연주는 7분간 배우가 온몸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으로,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콘은 초연 당시 "본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소리에 도움이 되는 동작만을 취하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는 음악과 관계없이 멋있는 포즈를 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콘은 소문과 누명 사이에서 건강이 악화한 와중 오직 음악에만 집중해 예술혼을 불사르는 파가니니의 '신들린' 모습을 잘 표현했다. 연주에 몰입하기 위해 대부분의 조명을 끄고 밴드 연주조차 잠시 멈추는 과감한 시도도 선보인다. 화려한 테크닉과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혼신의 연주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작품은 이처럼 차별성과 강점을 확보했지만, 부실한 서사와 도드라지지 않는 파가니니 캐릭터는 아쉬움을 남겼다.

파가니니의 뮤즈로 등장하는 '샬롯 드 베르니에'는 파가니니와 함께 가수의 꿈을 이뤄 나가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에서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파가니니의 카리스마와 스타성 또한 크게 돋보이지 않았다. 실제 파가니니는 생전 화려한 기교를 감추지 않는 자신만만한 성격과 괴팍함, 쇼맨십 등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캐릭터가 많이 희석된 다소 평범한 모습이다.

가수보다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콘의 음색이 다른 배우들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날도 비슷한 아쉬움을 남겼다.

애초에 공연 특성상 '파가니니'는 고난도 연주와 수준급 노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액터 뮤지션'(노래·연기·연주가 가능한 배우) 발굴 여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다음 시즌에서도 이 부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오는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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