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숏폼 속 화려한 제자리걸음…'파라파라'로 읽는 시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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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숏폼 속 화려한 제자리걸음…'파라파라'로 읽는 시대의 풍경

뉴스컬처 2026-07-04 13:04: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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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숏폼 플랫폼을 타고 흐르는 '파라파라 댄스'의 리듬이 심상치 않다. 160BPM의 초고속 유로비트 사운드와 함께 팔을 교차하는 Z세대의 무표정한 얼굴은, 20여 년 전 세기말 클럽을 지배했던 아날로그 감성이 현재의 디지털 디바이스 안에서 어떻게 재가공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진=리센느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사진=리센느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걸그룹 '리센느(RESCENE)'의 미나미가 무반주로 선보인 챌린지가 바이럴을 타며 파라파라 댄스는 단순한 복고를 넘어 이 시대 청춘들의 가장 힙한 놀이 코드로 자리 잡았다.

◇ '시티팝'에서 '파라파라'로… 디깅 문화의 확장과 변주

과거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마세(imase)'나 '요아소비(YOASOBI)'의 음악을 통해 '80년대 시티팝'의 잔상을 발굴해 냈다면, 이제 Z세대의 디깅(Digging) 영역은 청각을 넘어 신체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적인 도시의 야경을 소비하던 시티팝이 정서적 '귀 호강'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카메라 프레임에 최적화된 상체 중심의 역동적 안무인 '몸 호강' 파라파라로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했다.

아이브, 키스오브라이프 '파라파라' 챌린지. 사진=각 아티스트 유튜브 캡처
아이브, 키스오브라이프 '파라파라' 챌린지. 사진=각 아티스트 유튜브 캡처

춤의 진입 장벽을 낮춘 정형화된 안무 공식은 대중을 단순한 관람객에서 '챌린지 생산자'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트리거가 됐다. 이러한 '몸의 언어'로의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숏폼이라는 플랫폼의 문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 나아가 K팝 씬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다.

◇ 세기말과 현재의 조우, 불황이 소환한 현실 도피의 감각

하지만 기술적 편리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왜 하필 90년대의 리듬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것인가 하는 지점이다. 그 해답은 지금 그들이 발 딛고 선, 팍팍한 시대적 결핍과 맞닿아 있다.

아이딧, TWS(투어스) '파라파라' 챌린지. 사진=각 아티스트 유튜브 캡처
아이딧, TWS(투어스) '파라파라' 챌린지. 사진=각 아티스트 유튜브 캡처

콘텐츠의 소비 행태가 급격히 바뀐 배경에는 지금의 경제적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파라파라가 황금기를 누렸던 1990년대 말은 밀레니엄 버그(Y2K)에 대한 불안감과 IMF 외환위기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당시 청춘들이 클럽이라는 가상적 해방구에서 직관적인 도파민을 찾았듯,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고용 한파라는 '글로벌 장기 침체'를 관통하는 현재의 Z세대 역시 이와 같은 정서적 궤적을 공유한다.

미래의 성취가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이들은 복잡한 사유 대신 1분간의 빠른 비트에 몸을 맡기는 '현실 망각'을 택했다.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는 세대에게 숏폼 밈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유쾌한 방어기제이자 사회적 연대의 방식이다. 기초체력이 저하된 시장 상황 속에서, 이들은 숏폼이라는 작은 공간에서라도 확실한 도파민을 얻으며 자신들만의 생존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아이들 민니 '파라파라' 챌린지, 다나카 '파라파라' 디깅 콘텐츠. 사진=각 아티스트 유튜브 캡처
아이들 민니 '파라파라' 챌린지, 다나카 '파라파라' 디깅 콘텐츠. 사진=각 아티스트 유튜브 캡처

◇ '결핍의 역설', 불완전함 속에서 찾는 Z세대의 생존 방정식

이러한 '불황기 레트로 디깅'은 춤과 음악이라는 콘텐츠의 영역을 넘어, 일상의 사물들로까지 그 외연을 확장한다. 픽셀이 깨지는 '빈티지 디카'와 투박한 '테크노 캠코더'를 찾는 현상은 지나치게 매끄러운 디지털 사회가 주는 피로감을 반증한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외적 양식은 극도로 화려해지는 '결핍의 역설'이 패션과 콘텐츠 전반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서윤, 정희정 KT 치어리더 '파라파라' 챌린지. 사진=정희정 인스타그램 캡처
이서윤, 정희정 KT 치어리더 '파라파라' 챌린지. 사진=정희정 인스타그램 캡처

결국 파라파라 댄스의 유행은 단순한 향수주의가 아닌, 냉혹한 불황의 시대를 관통하는 청춘들의 영리한 생존 전략이다. 거시적인 대책이 부재한 현실 속에서도, 이들은 60초라는 짧은 프레임 안에 자신들만의 축제를 열어 내일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한다. 고단한 현실을 춤으로 치환해내는 이들의 놀이 문화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파이를 지키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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