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조차 등을 돌린 '트럼프의 나라' 25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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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조차 등을 돌린 '트럼프의 나라' 250년史

프레시안 2026-07-04 12:4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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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은 4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폭죽 85만 발을 쏘아올려 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한다고 한다. 지상 최대의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그 지역에 국립공원관리청은 '건강에 매우 해로운' 대기오염 수준을 예상했다. 파괴 위에 번영의 모래성을 쌓아올린 그들만의 축제답다.

저물어가는 제국의 석양은 강렬한 핏빛이다. 250주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2월 28일 선전포고도 없이 이란을 선제 타격해 발발한 중동 전쟁은 아직도 끝을 보지 못했다. 건국 이래 250년 간 전쟁을 벌이지 않은 기간은 불과 20여년 남짓이라고 한다.

광화문 주한 미국 대사관 외벽에는 트럼프가 만든 백악관 직속기구 '프리덤 250'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자랑하는 '자유' 뒤에 숨겨진 학살과 억압을 본다. 60일 간 3만km를 달려 자유의 여신조차 등을 돌려버린 미국 역사 250년을 들췄다.

바람에 펄럭이는 성조기 사이로 아련히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 뒷모습을 포착한 사진 한 컷이 <바로 보는 미국사>(손호철 글, 이매진) 표지다. 관용, 개방, 자유, 포용에 담을 쌓은 '트럼프가 돌려세운 자유의 여신'이라는 설명이다.

▲ 바로 보는 미국사 ⓒ이매진

손호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역사에 처음 나타난 변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위선의 가면조차 벗어 던진 트럼프야말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로새긴 미국의 진짜 DNA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집권 1기인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확산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때 미국 도처에서 콜럼버스 동상들이 부서졌다. '콜럼버스의 날'을 처음 지정한 덴버에서도 침략자이자 학살자 동상은 성치 못했다. 동상 받침대도 남아있지 않은 광장에서 손 교수는 '미국판 역사 바로세우기'라고 평했다.

그러나 집권 2기 시작과 더불어 트럼프는 대대적인 동상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3월 백악관 인근에 기어코 새 동상을 세운 그의 대변인은 이렇게 밝혔다. "콜럼버스는 영웅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콜럼버스가 대대손손 존경받을 것을 보장한다."

가차없는 역사 보복 전쟁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손 교수는 '인디언' 대신 이 표현을 쓴다)에게 자행한 '홀로코스트 DNA'는 그렇게 트럼프에게서 되살아났다.

손 교수는 멕시코계 이민자들에게, 아프리카계 하원의원들에게 "범죄가 득실대는 너희들 고향으로 돌아가라"던 트럼프의 힐난에선 19세기 초 '원주민 학살자' 업보를 쌓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을 연상한다.

'서반구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내 구역이야' 선포에 다름 아닌 베네수엘라 침공은 2026년 트럼프와 1823년 제임스 먼로가 아예 일체화된 '돈로주의'로 표상된다.

"트럼프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돌연변이가 아니다. 트럼프 현상은 미국 건국의 초석인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는 가장 미국적인 인물이다."

선조 침략자들은 원주민들을 죽이거나 추방해 얻은 드넓은 땅을 그냥 버려두지 않았다. 목화 재배 노동력을 아프리카계 노예들로 충당해 산업혁명에 조응했다. 물론 노예들 역시 백인들의 사적 응징법인 린치를 피하지 못했다. 산 채로 불태우고, 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고, 시신을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고...

미시시피피주에는 '노예로 건설한 면화 왕국'이란 기록이 남아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는 옛 노예시장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특급 남성 1500~1600달러, 1등급 남성1400~1500달러...2등급 소녀 800~1100달러' 등급별 노예 가격표가 그 중 하나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금과옥조를 독립선언서에 담은 토마스 제퍼슨도 노예 600여 명을 거느렸다. '건국의 아버지'가 백인 남성 외에 인간(men) 범주에 넣지 않은 흑인과 여성은 150여 년이 지난 뒤에야 형식적인 참정권을 겨우 얻었다.

월스트리트 역시 노예시장이 번성했던 자리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이곳을 손 교수는 '현대의 뱀파이어'라고 표현했다. 양극화의 끝판왕 '1 대 99'를 상징하는 월스트리트의 현재가 노예시장 시절과 얼마나 다르냐는 물음이겠다.

250년 동안 이어온 침략자들의 만행으로 희생된 이들의 영령 앞에서 손 교수의 걸음이 잠시 멈춘다. 원주민 대학살을 상징하는 운디드니 추모탑에서, 5월 1일 국제 노동자의 날의 기폭제가 된 시애틀 헤미마켓 투쟁의 희생자 추모비에서 백발의 노학자는 조용히 소주잔을 채우고 고개 숙여 묵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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