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30일 창·제작, 유통, 향유, 제도 정비를 포괄하는 ‘제2차 공예문화산업 진흥 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핵심 청사진은 2030년까지 공예문화산업 매출 9조 원과 수출 40억 달러(약 6조1193억 원)를 달성하는 것이다. 화려한 목표치 이면에는 작가 수익 보장, 소규모 제작, 안정적 해외 거래 가능성 등 실무적 과제가 산적했다.
◇덩치 커진 시장… 94.2% 영세 사업체 딜레마
국내 공예문화산업 매출은 2018년 4조2538억 원에서 2024년 5조8009억 원까지 증가했다. 현재 관련 사업체는 총 3만 828개, 종사자는 5만 7994명으로 파악됐다. 지표상으로는 괄목할 성장세이나, 5인 미만 사업체 비율이 94.2%를 차지해 개인 작업실 위주의 영세한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
수출 실적도 양면성을 띤다. 2025년 공예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5% 상승한 18억 9830만 달러(약 2조9041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액은 29억 5670만 달러(약 4조5232억 원)에 달해 10억 5840만 달러(약 1조6192억 원)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해외 전시와 국제상 수상, 명품 브랜드 협업 사례는 분명 늘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 해외 박물관 소장, 유럽 백화점 입점 등 세계 시장 내 한국 수공예의 미감은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성취가 산업 체력으로 번지는 과정이다. 소규모 작업장은 재료비 상승, 제작 시간 압박, 홍보, 포장·배송, 세무, 계약 실무를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한다. 수량을 맞추려다 품질 저하를 겪거나, 가격 인하 압박에 노동 가치가 훼손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정부 지원금도 소액 공모와 일회성 행사에 편중되어 있어 지속 가능한 생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1회성 지원금만이 아니다.
◇고질적 유통난… 납품가 후려치기 근절 필수
공예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은 유통이다. 공예품 거래 과정에서 ‘납품가 인하 요구’가 32.7%로 가장 높다. ‘유통업체 정보 등 초기 거래처 확보’는 23.5%다. 직접 거래 비중이 큰 반면, 온·오프라인 종합 플랫폼 참여는 제한적이다. 공예품은 플랫폼에 올리기 까다로운 상품이다. 사진 한 장으로 무게와 질감, 촉감, 굽의 균형, 손의 흔적을 설명하기 어렵다. 배송 중 파손 위험도 있다. 작가마다 생산량이 다르고, 동일 규격 반복 납품도 쉽지 않다.
정부는 다각적인 유통망 조성 계획을 내놨다. 외국인 관광객 밀집 지역에 종합유통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박물관, 궁궐, 공항 매장과 대형 온라인몰, 백화점, 편집숍 기획전을 추진한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공기관 포상, 스포츠·문화 시상식 트로피에 공예품 활용을 확대한다.
공공수요 확대가 작가에게 무조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행정용 물품 규격에 맞추다 보면 작품 고유의 언어가 퇴색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플랫폼 입점 시 부과되는 수수료, 재고 관리, 고객 응대 부담도 고스란히 창작자의 몫이다. 2025년 공예트렌드페어는 311개사가 참여해 관람객 7만 5627명, 매출액 80억 7000만 원을 달성했다. 단기 행사 실적이 연중 안정적 수익으로 직결되는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예술과 산업 사이, 제도적 장치 완비 숙제
정부 계획안에는 한복, 한식, K-팝과 공예를 결합한 관광 코스 개발 구상도 포함됐다. 호텔 객실, 웰니스 서비스, 공공시설 등에 수공예 요소를 접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방향성 자체는 합리적이다. 특급 숙박 시설 비품, 리조트 로비 장식, 웰니스 센터 인테리어 등 실생활 속 쓰임새를 입증할 때 창작물의 파급력은 극대화된다. 국내 수공업이 도약하려면 프리미엄 소비재 진입, 대형 브랜드 협력 프로젝트, 해외 유명 갤러리 직거래, 정기 구독자 확보 등 다각적인 수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난제는 해묵은 법령 정비다. 창작품을 예술 범주에 명확히 규정해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세법 시행령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부정청탁금지법상 명절 선물 가액 한도 예외 지정, 한국표준산업분류 내 독자적인 코드 신설, 직무 표준화, 국가승인통계 승격 추진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잡화 제조업이나 가벼운 취미 언저리에 방치된 낡은 지위를 타파해야 한다.
전통 미학을 부가가치 높은 수출 품목으로 덩치를 키우려는 시도 자체는 환영받을 일이다. 거창한 외형 목표 달성에만 매몰될 경우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버티는 소규모 공방에게 막대한 부작용이 전가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1인 창작자에게 과도한 행정 서류 증빙을 요구하거나 기형적인 단가 삭감을 강요하는 족쇄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수준 높은 예술재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판매사는 합리적인 마진을 공유하며, 최종 소비자가 주저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는 구조가 정착돼야 완벽한 선순환 생태계가 싹튼다.
K-공예 5년 계획의 성패는 수치 달성에 있지 않다. 공방이 감당하기 힘든 행정 서류와 납품가 인하 압박을 강요하는 산업화는 지양해야 한다. 창작물에 합당한 가치가 매겨지고, 유통망이 정당한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 그리고 생활 속 소비가 활성화될 때 자생적인 K-공예 생태계가 구축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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