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출발, 결국 결과도 남기지 못했다
팬들은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희망을 기다렸다
일본도 주목한 한국 축구의 위기…변화 없이는 반복된다
[포인트경제]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시작은 선임 과정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과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그 순간부터 홍명보호는 경기장 밖에서 이미 무거운 짐을 안고 출발했다.
홍 감독은 선임 발표 당시 “내 안에는 한국 축구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로 각오를 밝혔다.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 말이 진정한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결과가 필요했다.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별리그에서의 증명이었다.
실제로 기회는 있었다. 한국은 칠레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고, 그때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난은 지금처럼 거세지 않았다. 팬들은 무조건 비난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길 때는 칭찬할 준비도 되어 있었고, 팀이 달라졌다는 희망을 보고 싶어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월드컵 탈락 후 귀국하는 홍명보 감독/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멕시코전 패배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남아공전 0-1 패배는 치명적이었다. 한국은 결국 1승 2패, 조 3위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 순간, 선임 과정에서 묻혀 있던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전술 부재와 선수 기용, 경기 운영 방식까지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일본 언론도 이 흐름을 주목했다. 닛칸스포츠는 홍 감독이 조별리그 탈락 다음 날 사퇴를 발표했다고 전하며, 한국 언론이 “축하드립니다”라는 역설적 표현까지 사용해 강하게 비판했다고 소개했다. 같은 매체는 홍 감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하며, 한국 축구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고 전했다.
사커다이제스트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홍명보 사태를 바라봤다. 일본이 브라질에 패해 탈락한 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팬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 장면과, 홍명보 감독이 사퇴 발표 후 짧은 성명만 읽고 자리를 떠난 모습을 비교했다. 한국에서는 홍 감독이 퇴장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까지 비판의 대상이 됐고, 팬들을 향한 태도 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일본 언론이 모두 일방적 비판만 전한 것은 아니었다. 닛칸스포츠는 모리야스 감독이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역대 최악이라는 것은 없다”, “1승을 했고 칭찬받을 부분도 있다”, “비판뿐 아니라 칭찬하는 보도도 해달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홍 감독을 무조건 옹호했다기보다, 모든 실패를 한 사람에게만 몰아가는 분위기는 과하다는 시각으로 읽힌다.
하지만 한국 팬들의 분노를 단순히 과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팬들이 화가 난 이유는 패배 자체만이 아니다. 선임 과정부터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결과로 논란을 잠재우지도 못했으며, 탈락 후에도 납득할 만한 해명과 책임의 언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말은 경기장에서 증명됐어야 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하지 못했다. 선수 시절의 위대함,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기억, 한국 축구를 향한 애정만으로는 월드컵 무대의 실패를 덮을 수 없었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이고, 논란 속에 선임된 감독이라면 더더욱 결과로 답해야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홍 감독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다. 절차적 신뢰를 잃은 대한축구협회, 반복되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팬과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운영 방식 역시 함께 책임져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실패했고, 협회도 실패했다. 비난은 그래서 나온다. 사람들은 비난하려고 기다린 것이 아니다. 칭찬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끝내 칭찬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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