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LG전자가 '가전 명가'를 넘어 B2B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로보틱스와 냉난방공조(HVAC)를 앞세워 미래 성장축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로보틱스와 HVAC 사업의 조직과 사업 기반을 잇달아 강화하며 B2B 기업으로의 변모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지난달 30일 CEO 직속 조직으로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는 원포인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정기 인사가 아닌 시점에 사업센터를 신설한 것은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신설된 로보틱스사업센터는 사업개발부터 영업, 오퍼레이션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완결형 사업조직'으로 운영된다. 신임 센터장에는 생산기술원 산하 제조역량강화담당 등을 역임한 송시용 센터장이 선임됐다.
LG전자는 가정용·산업용·상업용을 아우르는 로봇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센터에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수집·정제하는 '데이터팩토리' 조직도 신설됐다.
로봇 사업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사업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담 조직의 필요성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지난달 8일 구광모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경영진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나 차세대 AI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 경영진도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협력 논의를 이어갔다.
양사는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LG 클로이드(CLOiD)' 등의 개발 과정에 엔비디아의 오픈 로보틱스 프레임워크를 통합하고,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협력이 구체화되면 LG전자는 엔비디아의 AI 학습·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로봇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능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다. 자체 하드웨어와 제조 역량에 엔비디아 AI 플랫폼을 더해 가정용 로봇을 넘어 산업·상업용 로봇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기반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HVAC 사업도 빠르게 외연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대형 건물과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칠러부터 친환경 난방 수요에 대응하는 히트펌프, 상업용 에어컨까지 아우르는 종합 HVAC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소수 기업 중 하나다.
LG전자는 지난 2일 대만 타이중과 싱가포르에 HVAC 아카데미를 잇달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설로 LG전자는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총 70곳의 HVAC 아카데미를 운영하게 된다.
HVAC 아카데미는 현지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제품 설치와 유지·보수 교육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지역별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는 등 현지 B2B 사업 거점 역할도 담당한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사장은 "전 세계로 확대 중인 HVAC 아카데미는 지역별 B2B 사업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지 엔지니어의 기술 역량을 높여 비하드웨어(N-HW) 매출 확대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와 유럽 시장에서의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리야드 시티 모스크와 마무라 모스크에 건물 특성에 맞춘 HVAC 솔루션을 공급했다. 스페인과 세르비아에는 고효율 히트펌프를 공급하고 있다.
로봇과 HVAC를 양대 성장축으로 키우면서 2030년 B2B 매출 비중 50% 목표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B2B 매출 비중은 2021년 27%에서 지난해 36%까지 상승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앞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대상으로 "HVAC 분야와 로봇 분야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두 사업을 단순 육성 대상이 아닌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까지 검토할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최근 전 사업부에서 B2B 비중을 키우는 등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보틱스 사업을 어떻게 브랜드화할지, 또 피지컬 AI에서 어떤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지가 올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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