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중국식 성장과 통제 병행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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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중국식 성장과 통제 병행의 딜레마

연합뉴스 2026-07-04 07:0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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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뚫린 베이징 시틱타워 창이 뚫린 베이징 시틱타워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공산당 치하 사회주의 국가의 최대 비교 우위는 '사회 안정'이다.

지도부가 주요 연설이나 발표문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키워드인 '확실성(確定性)·예측 가능성(可預期)·안정성(穩定性)' 역시 큰 틀에서 치명적 민심 이반이나 전복 시도가 없는 분위기를 의미한다.

전기차, 인공지능(AI), 첨단 유통 시스템 등 신기술과 신산업이 각 분야에 빠르게 도입돼 첨단기술 강국이 된 것 역시 중국 입장에서는 순응적 사회의 이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별 탈 없는 중국'에 최근 전례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말을 앞둔 지난달 26일 오후 베이징 중심업무지구의 108층짜리 시틱타워(Citic Tower) 외벽에 경비행기 한 대가 충돌한 것이다. 조종사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13명이 다쳤다.

사고 지점은 베이징 최대 국제 비즈니스 중심지로 다국적 기업, 외국 금융기관, 국제 로펌, 대사관 및 관저가 밀집해 평일 수십만 명의 직장인과 해외 비즈니스 방문객이 오가는 지역이다.

게다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무실이자 관저가 있는 중난하이와의 거리가 직선 기준 7㎞에 불과하다. 공산당과 국가 권력의 상징인 톈안먼 광장과 인민대회당도 비슷한 거리에 있다.

시기적으로도 7월 1일 인민대회당에서의 공산당 창당 기념행사를 앞두고 인근 경비가 보다 삼엄해졌을 때다.

중국의 '얼굴'과도 같은 장소에서 민감한 시기에 발생한 이번 사고는 그 배경을 둘러싸고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중국 내 소셜미디어(SNS)에는 현장 사진과 함께 상황을 우려하는 글들이 빠르게 퍼졌지만, 관련 게시물들은 곧장 자취를 감췄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던 시민들은 경찰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기도 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사고 엿새만인 지난 2일 베이징 차오양구가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조사 결과를 알리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시틱타워 사고 현장을 촬영하는 시민들 시틱타워 사고 현장을 촬영하는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66세의 항공기 조종사 류모씨가 개인적 이유로 사고를 일으켰고, 사고에 앞서 일기에 여러 차례 자살을 암시하는 표현을 적었다는 것이 설명의 전부다.

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내 중심 초고층 빌딩을 목표물로 삼았는지, 어떻게 베이징의 촘촘한 항공 관제망을 뚫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전국적 관심을 받을 만한 사고였음에도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매체는 별도의 뉴스로 다루지 않았고, 주무 부처이자 기술 조사의 주체여야 할 중국민용항공국은 일주일째 입장 표명 없이 침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사고와 그 후의 전개는 중국이 물밑에 가라앉혀둔 사회 구조의 딜레마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중국 지도부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도 사회를 통제할 수 있고, 대외 개방을 확대하면서도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실제로 수년간 이 두 목표는 크게 충돌하지 않는 듯했지만, 300㎏ 남짓한 경비행기 한 대가 그 자신감에 균열을 냈다.

사고에 앞서 중국이 '저고도 경제'를 야심차게 추진해왔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저고도경제는 고도 1천m 이하 영공에서 이뤄지는 드론 물류와 도심항공교통(UAM), 응급의료, 관광비행, 항공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중국은 지난해 정부업무보고에서도 이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명시했고, 각 지방정부는 앞다퉈 산업단지를 조성하며 경쟁했다.

내수 부진으로 성장률이 꺾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시장 규모를 2035년 3조5천억위안(약 788조원)에 이를 것이라 내다볼 정도로 기대가 컸다.

이 과정에서 하늘이 열렸고, 베이징은 관련 비행체와 민간 운항이 확대되려는 초입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성장과 통제, 개방과 안보를 동시에 추구해 온 중국식 발전 모델은 돌발 상황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지도부도 다시 한번 인식했을 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고 이후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찾을지가 중국 경제와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잣대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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