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여름이 부천에 왔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화려한 개막식으로 시작을 알렸습니다.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2일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개막식을 열며 11일간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1997년 첫 발을 내딛은 이후 한 세대의 시간을 지나 올해로 서른 번째를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뉴 에라 뉴 스킨(New Era New Skin)’이라는 선명한 슬로건을 내걸며 역대 가장 풍성한 라인업을 선보였는데요. 30년간 이어온 장르 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AI와 스트리밍 시대에 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겠다는 특별한 의지가 많은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30년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새로운 스킨을 입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가장 뚜렷하게 내세운 키워드는 ‘확장성’. 50개국 321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라인업은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인 변화까지 품고 있는데요. AI가 영화 제작의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 잡아가는 지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에서 처음으로 장편 상영을 시도하고 숏폼 작품을 정식 섹션으로 끌어올리며 장르 영화가 담길 수 있는 그릇 자체를 넓혔습니다. 영화를 보는 방식이 극장 스크린에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다시 XR 공간으로 빠르게 분화되는 시대의 질문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대답은 ‘경계를 허무는 것’이었죠. 올해부터 2028년까지 이어질 3개년 프로젝트 ‘아시아 장르영화 99’와 (사)여성영화인모임과 함께 여성 감독이 연출한 한국 장르 영화 11편의 리스트를 별도로 작성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AI 영화부터 아시아 장르 영화의 아카이빙, 여성 감독 장르 영화 리스트까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서른 번째 해에 선택한 ‘확장’은, 빠르게 재편되는 영상 문화의 지형 속에서 가장 반가운 도전으로 읽힙니다.
전설이 전설을 여는 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
올해 개막작은 무협 액션 영화의 살아있는 거장 원화평 감독의 신작 ‘표인: 풍기대막(Blades of the Guardians)’이었습니다. ‘매트릭스’, ‘킬 빌’, ‘와호장룡’의 액션 시퀀스를 설계한 원화평 감독과 전설적인 액션 스타 이연걸, 오경, 양가휘 등이 함께한 이 작품은, 수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호위무사 ‘표인’들의 하드보일드한 서사를 담아냈습니다. 지나친 CG 대신 원화평 감독 특유의 정교한 합과 날것 그대로의 타격감으로 완성된 정통 무술 액션의 진수를 선보이며 축제의 첫 밤을 화려하게 장식했죠. 가히 서른 번째 영화제의 포문에 걸맞은, 존재감 있는 개막작이었습니다.
영화 위에 새겨지는 여성의 이름들
30주년을 맞은 영화제답게, 개막식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 명의 여성이 있었는데요. 홍콩 장르 영화의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오랫동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조시 호(Josie Ho)가 ‘판타스틱 아이콘상’을 받으며 무대의 포문을 열었고, 전 세계를 사로잡은 판빙빙의 ‘글로벌 아이콘상’, 프랑스 대표 배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의 ‘공로상’이 이어졌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장르 영화의 경계를 확장하고 스스로의 서사를 써온 세 사람이 한 무대에 선 이 순간은 단순한 시상의 의미를 넘어섰죠. 여성 감독이 연출한 한국 장르 영화 11편의 리스트를 별도로 작성할 만큼 이번 영화제가 여성의 목소리에 각별히 귀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서른 번째 부천의 개막식은 더 특별하게 기억될 예정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서른 번째 여름
장미희 조직위원장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30년을 “낡은 문법에 맞서며 대안을 제시해 온 치열한 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이번 영화제의 선택들이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죠. AI와 숏폼으로 영화의 형식을 넓히고, 아시아 장르 영화의 지형도를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서른 번의 여름 동안 그 치열한 여정을 멈추지 않았기에 지금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있습니다. 여전히 뜨거운 부천의 여름은 7월 12일까지 계속됩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