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바뀔 동안 금연 대신 내성만…담뱃갑 경고그림·문구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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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바뀔 동안 금연 대신 내성만…담뱃갑 경고그림·문구 실효성 논란

르데스크 2026-07-03 18:09: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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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담뱃갑 경고그림 개정'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최초로 도입돼 이미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흡연율 하락에 있어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최초 도입 때에 비해 흡연자들의 경고그림 체감 정도가 크게 낮아진데다 금연 의도 효과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에서 같은 방식을 계속해서 고쳐 쓰기 보단 전혀 다른 개념의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년째 시행 중인 담배갑 경고 그림·문구 두고 흡연자들 "감흥 없다" 무덤덤

 

보건복지부는 올해 말부터 담뱃갑에 새롭게 표기될 경고그림·문구를 포함한 '담뱃갑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내용'을 지난달 22일 개정하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2월 23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담뱃갑 건강경고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 위험을 그림과 문구로 담뱃갑에 표시해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비흡연자의 담배 사용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된 이례 지난해 기준 138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에선 2016년 12월 23일부터 시행된 이후 2년마다 경고그림 및 문구를 정기적으로 개정하고 있다. 현행 제5기 담뱃갑 경고그림·문구는 오는 12월 22일 종료된다.

 

그런데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여론 안팎에선 실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목표인 금연 유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정부가 정한 경고그림·문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비용 낭비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경고그림·문구 변경에 따른 라벨 디자인 수정, 인쇄 공정 변경, 포장재 교체 등에 드는 비용은 담배 제조사와 수입판매업자가 전액 부담한다. 또 소매업체의 경우 기존 포장재 재고를 소진하지 못할 경우 전략 폐기할 수밖에 없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경고그림 교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사놓은 제품을 처리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가 오는 12월 23일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한 제6기 담뱃갑 건강경고 그림·문구 변경안.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제도의 실효성 부족은 흡연율과 금연 관련 통계 결과로도 입증됐다.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15년 담뱃값 2000원 인상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한 후 수년째 30%대에서 정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수는 2015년 약 57만 명에서 최근 13만명으로 떨어졌다. 성인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 역시 58%대에서 48%로 하락했으며 6개월 간 금연 상태를 유지하는 성공률 또한 30%대 초반 수준에 불과하다.

 

르데스크가 직접 만난 흡연자들의 반응도 통계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장인 이현호 씨(28·남)는 "경고 그림이나 문구에 대해 신경쓰지 않은 지 오래됐다"며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림·문구가 5번이나 바뀌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지강(22·남) 씨는 "담배를 꺼낼 때나 보이고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는다"며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혐오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정현철 씨(53·남) 역시 "처음에 그림과 문구가 새겨졌을 때는 심리적으로 흔들리긴 했는데 10년 정도 지나다 보니 지금은 있는지도 모르겠나"며 "아마 담배갑 그림 때문에 금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담배를 파는 소매업체들도 경고그림·문구에 대해 무감각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성환 씨(56·남)는 "10년 전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그림이 조금 덜 충격적인 담배로 바꿔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손님이 없다"며 "담배를 매일 파는 입장에서 모든 그림과 경고 문구를 다 보는 나조차도 너무 익숙해져서 인지 거부감이나 혐오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그림을 가리려고 담배 케이스도 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도 거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 서울 시내의 한 건물 야외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의 모습. ⓒ르데스크

 

최근 이용자가 급증한 궐련형이나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규제 실효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기장치가 아닌 포장재에 경고 그림·문구를 새겨 넣게끔 규정돼 있는데 포장재 크기가 워낙 작고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대부분 액상이 든 박스를 곧장 버리기 때문에 시각적 압박 효과가 현저히 적은 편이다. 전자담배 이용자 허유정 씨(27·여)는 "전자담배의 경우 액상 패키지 박스에 그림과 경고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곧장 버리기 때문에 뭐가 그려져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시간 경과를 넘어 미디어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하며 금연 계도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평소 미디어에서 자극적인 장면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혐오 그림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과 면역력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며 "기존의 공포 유발 방식으로는 흡연자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혐오 효과는 이미 수명을 다한 반면 2년마다 디자인이 바뀌면서 소비자에게는 담배라는 상품이 리뉴얼되거나 신선해진 것 같은 착시를 줄 수 있다"며 "금연 유도라는 본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제품에 새로운 자극만 부여하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혐오 그림 효과가 끝난 만큼 완전히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호주처럼 브랜드 로고나 화려한 디자인 요소를 전면 배제하고 규격화된 무채색 바탕에 경고 문구만 노출시키는 플레인 패키징(무광고 표준담뱃갑)으로의 전환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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