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자들을 무더기로 가입시켜 선거에 개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의 1심 재판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와 한학자 통일교 총재, 전성배씨(건진법사),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재판 일정을 확정했다.
형사소송법상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김 여사를 비롯한 주요 피고인들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증거조사에 착수해, 늦어도 오는 12월 11일에는 결심공판을 진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는 김건희 특검법이 정한 '1심 판결 기한 6개월'을 이미 넘긴 상황을 고려해 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 12월 안에는 1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11월 건진법사 전 씨를 통해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이를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시키기 위한 조직적 개입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특검은 김 여사가 전 씨와 공모해 교인 입당의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교단 인사 몫의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총재 등 통일교 측 수뇌부는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고 교인들의 강제 입당을 공모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서는 통일교 신도들의 집단 입당이 실제 전당대회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 특검팀과 변호인 간의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당시 당 대표로 당선된 김기현 후보는 2위 후보와 13만표 이상의 큰 격차로 당선됐다"며 "통일교 신도들의 입당이 선거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특검팀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특정된 입당 인원만 3132명에 달한다"며 "정확한 가입 규모와 선거 개입의 인과관계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명확히 입증하겠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혐의 입증을 위해 당시 통일교 지부장 4명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부부와 권성동 의원 등 최대 7명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은 당초 권성동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과 이후 친윤 후보로 당선된 김기현 의원 선출 당시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당대회 전후의 핵심 관계자들을 대거 법정에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특검팀은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와 경남도당, 당원 명부 관리 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여사의 정당법 위반 재판이 본궤도에 오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전초전 격인 금품 수수 및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대법원 최종 판결도 다음 주에 무더기로 선고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오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씨와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본부장의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상고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앞서 특검팀은 전 씨가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80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수수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했다.
전 씨는 이외에도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며 3000만원을 받고, 일반 기업들의 세무조사나 사업 추진 관련 청탁 명목으로 수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지방선거 공천 청탁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1심은 특검이 구형한 징역 5년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일부 혐의를 조정해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김 여사와의 사적 관계를 이용해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종교단체를 지원하며 사익을 추구했다"며 헌법적 가치인 '정교분리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다만 전 씨가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에 정당법 위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과거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및 통일교 금품 수수 관련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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