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유족 일부승소 판결…'소멸시효 완성' 주장 배척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피해자 배상이 약 80년간 지연된 점을 고려해 위자료를 1심이 책정한 액수의 2배로 늘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임은하 김용두 맹준영 부장판사)는 강제동원 피해자 A씨의 유족 12명이 일본 니혼코크스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08만∼1천14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니혼코크스공업이 A씨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는 1억원으로 정했다. 앞서 1심은 이를 5천만원으로 책정했었다.
A씨는 1938년 7월께 일본에 강제 동원돼 니혼코크스공업의 전신인 미쓰이광산이 운영한 광업소에서 노역하다 해방 후인 1946년 3월께 귀국했다.
그는 이때 입은 폐 질환에 따른 후유증을 겪다 1979년 2월 숨졌다.
이후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는 2008년 2월 A씨를 강제동원 피해자로 결정했다.
A씨 유족은 2020년 4월 니혼코크스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작년 2월 1심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니혼코크스공업 측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10년 혹은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진 A씨 유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시효가 살아있다고 판단했다.
민법에 따르면 장애 사유를 해소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가 있었다면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을 소멸시효 기준점으로 본다.
1심은 A씨의 강제노역 기간, 노동 강도, 현재까지 책임을 부정하는 니혼코크스공업 측 태도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5천만원으로 정했다.
2심 역시 니혼코크스공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불법 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약 80년이 지나 물가와 국민 소득수준, 통화가치가 크게 변했다"며 "장기간 배상이 지연됨에도 지연손해금이 더해지지 않는 사정을 참작해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youngle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