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팝콘] 전업남편 27만 시대...공직자 육아휴직도 아빠가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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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팝콘] 전업남편 27만 시대...공직자 육아휴직도 아빠가 역전

투데이신문 2026-07-03 17:11: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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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데이터를 중심에 둔 인터랙티브 뉴스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통계와 수치를 독자가 직접 확인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단순히 결과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안을 구조적으로 짚고 그에 따른 정책적·사회적 대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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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이태환·정채원 인턴기자】‘아이는 엄마가 키운다’는 말은 이제 조금씩 옛말이 되고 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가 늘고 직장을 떠나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전업남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정 안에서 전통적인 남편과 아내의 역할의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숫자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공직 사회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여성보다 많아졌고 주요 대기업에서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육아와 돌봄을 ‘엄마의 몫’으로만 여겼던 사회에서 부모가 함께 책임지는 문화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제도의 변화가 곧 현실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중소기업에서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남아 있고 동료의 육아휴직으로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이에 본보는 관련 통계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달라진 가족의 모습과 여전히 남아 있는 인식의 간극을 살펴보고 남성 육아휴직이 일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를 짚어본다.

 

전업 남편,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전업주부’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여성을 떠올린다. 반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을 뜻하는 ‘전업 남편’은 아직도 낯선 표현이다. 하지만 통계는 이미 달라진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성은 2024년 1분기 23만4000명에서 지난해 1분기 23만5000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7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약 3만9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해당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 같은 변화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전문직 인구 확대, 사회적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전업 남편’은 소수에 속한다. 하지만 남성이 가사와 돌봄을 전담하는 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사실은 가족 안에서 성 역할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변화다.

 

공직자 사회, 엄마보다 ‘아빠 육아휴직’이 더 많다

육아휴직이 더 이상 ‘엄마만의 제도’가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특히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인사혁신처의 ‘2025년 행정부 국가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공무원 육아휴직자는 총 1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남성은 1만700여명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하며 여성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1994년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이래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여성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공무원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18.9%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증가해 2024년 처음으로 여성과 같은 50%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56%까지 올라서며 여성 육아휴직자 비율(44%)을 추월한 것이다. 이는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아빠도 돌봄의 주체로서 함께해야 한다는 문화가 공직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휴직 이용자가 늘어난 것을 넘어 가족 문화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참여는 과거 외벌이와 외돌봄 중심의 가족 구조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가족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며 “성평등한 일터와 가족 관계를 만드는 데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남성 육아휴직이 이처럼 급증한 배경에는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와 부모 공동 육아 제도 개선, 조직 문화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의 육아휴직이 주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제도였다면 이제는 부모가 동등하게 돌봄을 분담하는 적극적 제도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대기업, 해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상승 중

주요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공개된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상승하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남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4년 대비 9.7%p 올라 26.6%로 가장 높았다. SK도 2024년 대비 5%p 오른 15.1%로 뒤를 이었다. 이어 삼성전자가 해마다 소폭 증가하며 14.4%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12%로 2024년 대비 5%p 상승했고 한화가 8.6%로 주요 대기업 중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주요 대기업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가 확인됐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사업장으로 확산한 것은 아니었다.

 

중소기업,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 어려워

중소기업 남성 근로자 중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모두 사용하지 않은 비율이 78.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사업체 근로자의 일생활균형 실태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조사는 100인 미만 민간 중소사업체 근로자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여성의 제도 사용 경험 비율은 육아휴직만 사용(30.9%),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만 사용(6.1%), 모두 사용(8.8%), 모두 사용한 적 없음(54.2%) 등으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돌봄 관련 제도가 여전히 여성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육아휴직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99.2%로 매우 높았으나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필요해도 전혀 사용할 수 없음’ 응답이 18.3%, ‘필요해도 자유로운 사용 어려움’ 응답이 49.6%였다. 이는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정부 역시 제도 자체보다 현장의 분위기가 더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보에 “남성 육아휴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남성 본인의 소득 감소와 기업의 부담”이라며 “최근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부모 함께 육아휴직제 확대 시행 등이 남성 육아휴직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조직문화와 인력 부족 문제로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인력 지원금과 업무분담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동료라면 육아휴직 권장 어려워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지지도 대비 남성 동료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지지도는 낮게 나타났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더라도 실제 동료가 휴직할 때는 입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9월 12일부터 19일까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 9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드러났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찬성한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35.7%, ‘상당히 그렇다’는 응답이 27.8%, ‘약간 그렇다’는 응답이 17.9% 순으로 나타났다. 긍정 응답이 81.4%를 기록하며 남성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찬성 의견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남성 동료일 경우 육아휴직을 권장하기 어렵다는 비중이 증가했다. ‘조직 내 남성 동료의 육아휴직을 권장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5.5%), ‘상당히 그렇다’(9.6%), ‘약간 그렇다’(19.2%) 응답이 나왔다. 권장하기 어렵다는 비중이 34.3%를 차지하며 실제 동료가 휴직을 사용했을 때 영향을 고려한다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생각이 달라짐이 확인됐다.

이는 동료의 육아휴직으로 업무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부서에서 육아휴직자가 발생하면 업무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질문에 53.8%가 ‘그렇다(매우 그렇다+상당히 그렇다+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업무 공백에 대응할 수 없어 육아휴직 제도 자체를 꺼리게 된 것이다.

통계는 가족의 모습이 이미 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숫자가 곧 모든 가정의 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 육아휴직과 돌봄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는 여전히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구 본부장은 “남성이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가족으로의 전환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제는 중소기업, 남성 등 제도의 실질적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도 실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와 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계속 보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남성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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