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5·18 조롱’ 후폭풍…학교 밖으로 번진 이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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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5·18 조롱’ 후폭풍…학교 밖으로 번진 이념 갈등

투데이신문 2026-07-03 17:09: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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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근조 화환이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근조 화환이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구호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구부에는 6개월간 대회 출전 정지 처분이, 학생 2명에게는 생활교육위원회 회부 조치가 내려지는 등 학교와 관계기관의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 정문 앞에는 비판과 옹호의 뜻을 담은 화환이 잇달아 놓이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상대로 잇따라 고발에 나서는 등 갈등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배재고는 이날부터 당분간 학생들이 교복 대신 사복을 착용하고 등교하도록 안내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조롱이나 위해를 당할 가능성을 우려한 예방 차원의 조치다.

관련 논란이 확산하면서 학교 주변의 긴장감도 여전한 상태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 정문 앞에는 지난 1일부터 야구부 학생들을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이를 응원하는 화환이 잇따라 설치된 바 있다. 이에 통행 불편 등을 호소하는 학부모와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졌고 서울 강동구청은 현재 해당 화환에 대한 철거를 진행한 상태다.

화환 행렬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배재고 일부 야구부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구호는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을 연상시키며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의결했다. 학교 측도 해당 학생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논란은 학교를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됐다. 논란 직후 배재고 정문 앞에는 “민주운동을 모욕하는 국민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과분하다”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이기 시작했고 하루 만에 70여개로 늘어났다.

초기에는 학교와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주를 이뤘지만 이후 이를 비판하거나 학생들을 응원하는 화환이 잇따라 설치되면서 맞불 양상이 형성됐다. 학생들의 혐오 표현 논란이 학교 밖으로 번져 진영 간 대립으로 확대된 것이다. 결국 전날 오후 강동구청은 도로법 위반에 따른 불법 적치물이자 통행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화환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온라인에서도 공방은 계속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징계 수위를 둘러싼 찬반 의견과 화환 시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갈등이 확산했다.

배재고 야구부를 중징계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상대로 한 고발전도 이어졌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 협회 인사들을 강요·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배재고 야구부에 대한 징계가 과도하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자유대한호국단, 김혜지 서울시의원 등도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된 혐오와 차별이 학생들에게까지 스며든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극우 성향 유튜브 등을 통해 장기간 확산된 혐오 문화가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로,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사회적 문제”라며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 진영 논리가 자리한 데 이어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에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이후 당사자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적 회복과 용서의 과정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학교와 언론이 역사·민주시민·정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뉴미디어 환경에 맞는 제도적 대응과 혐오 표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감과 정치권 역시 이번 사안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이용하기보다 재발 방지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적 해법을 마련하고 역사·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전체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차별적·혐오적 표현 근절과 건전한 응원 문화 조성을 위한 긴급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며 “학생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를 대상으로 인권교육, 스포츠 윤리교육, 역사 인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학생 스포츠에서 징계는 끝이 아니라 교육적 회복의 출발이어야 한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혐오와 비하의 언어가 학생들의 일상과 경기장까지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우리 교육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짚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와 체육 현장의 차별·혐오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교실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과 혐오를 바로잡기 위해 교사의 생활지도권과 교육적 판단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범정부 시민역사교육 TF’를 구축하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처럼 혐오 표현을 하는 관중과 선수의 퇴장 및 영구 출입 금지 지침을 수립하고 혐오 문화의 온상이 되는 플랫폼에 대한 조사와 조치를 포함한 ‘혐오방지법’ 제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배재고 학생선수와 학부모, 교직원들이 오는 6일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사과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립 5·18 민주묘지도 찾아 참배할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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