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충격과 밥상물가 불안이 겹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하반기 경기 개선 흐름과 맞물려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은행도 물가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2023년 12월 3.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초 2% 초반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6%로 오른 뒤 5월 3.1%, 6월 3.2%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국제유가 급등이었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7% 치솟으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93%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 35.2%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는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7%, 등유가 23.1% 오르는 등 주요 석유류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는 물가 상승 폭을 일부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 수준까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제도 시행으로 물가 상승률이 약 0.4%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밥상물가도 다시 상승 압력을 키웠다. 농산물 물가는 지난 2월부터 이어진 마이너스 흐름을 끊고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해 1.1% 올랐다. 생육 지연 등의 영향으로 대파는 37.1%, 쌀은 11.7% 상승했다. 전체 채소류 물가도 0.9%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축산물 가격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축산물 물가는 6.2% 오르며 올해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산 쇠고기는 7.5%, 달걀은 10.3% 뛰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공업제품 전반으로도 확산됐다. 공업제품 물가는 4.4% 올랐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3.4% 상승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라 2024년 4월 3.6%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이지호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생활물가의 지속적인 오름세로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매우 가중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달 물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27일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효과도 반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근원물가 등 기조적인 물가 흐름이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비용 충격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는 가운데 하반기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까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총재보는 "근원물가는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 압력 확대 등으로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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