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발전 기술과 우주 역량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영토를 우주까지 확장하는 데 한화가 앞서 나가겠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던진 이 한마디에 55조원이라는 숫자가 따라붙었다. 한화(000880)가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 산업에 쏟아붓기로 한 투자 규모다.
특히 이를 통해 영남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조성,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는 전략이다.
김 부회장은 3일 경남 진주 경상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러한 AI 우주강국 중장기 전략을 공개하고 나섰다.
핵심은 우주에서 정보를 모으고 AI가 이를 분석해 우리 군의 판단과 작전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통합 체계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우주 발사체 개발에 약 23조원을 투입, 단조립장과 시험시설을 짓고, 이를 상업발사로 전환해 독자적인 우주 수송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시스템(272210)은 초저궤도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위성통신망 등 구축에 약 20조원을 쓴다.
이렇게 완성될 통합 우주 인프라는 3단계 구조다. 고도 350㎞에는 지상과 해상의 정보를 수집하는 관측위성군이, 400㎞ 상공에는 우주 AI 데이터센터가, 900㎞ 궤도에는 영상 등 여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실어 나르는 저궤도위성통신망이 자리 잡는다.
저궤도 관측위성의 해상도는 10~15㎝ 단위급으로, 지상 물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식별해 낸다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은 2031년까지 SAR 위성 64기를 쏘아 올려 끊김이 없는 실시간 탐지망을 만들 계획이다.
관측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축적·분석하는 우주 AI 데이터센터 역시 구축한다. 새로운 고효율 태양전지 패널 등을 적용해 장기적으로 컴퓨팅 파워를 높일 예정이다.
저궤도 통신망은 '한국판 스타링크'로 불릴 만하다는 평가다. 192기 위성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수명 관리와 북극권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60기 이상을 추가로 띄운다는 방침이다. 이 위성들을 우주로 올려보내는 발사체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직접 제작한다.
김 부회장은 "우주주권 확보를 위한 첫 단추는 독자 발사체 개발이다"며 "한화는 독자 발사체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언제든지 우주에 다다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위성 제조와 발사를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우주주권도, 자주국방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주 못지않게 힘이 실린 곳은 지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우주·지상·해상·공중에서 모인 정보를 한데 모아 활용할 국방 AI 데이터센터를 경남 창원에 짓는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10조원 이상이다.
위성이 정보를 모으고 AI가 분석하면 항공기와 무인기가 이를 활용해 육해공 전력이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
창원에 만들어질 국방 AI 데이터센터는 올해 45㎿ 규모로 문을 열어 2032년 135㎿까지 단계적으로 몸집을 키운다. 전력은 한화에너지의 발전자산과 연계해 확보한다.
외부 의존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폐쇄형 고보안 시설로 지어지며, 우주 데이터센터와 병행 운영해 한쪽이 마비되더라도 작전이 끊기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한국은 더 이상 하드웨어만 강한 나라가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국방 AI를 보유한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전장 데이터를 학습·추론하는 실전형 국방 AI 모델 Defense OS 개발에도 2040년까지 약 2조원이 투입된다.
한반도 작전 환경에 특화된 이 모델이 완성되면 K9 자주포부터 무인수상정과 잠수정, 자율형 드론·무인기 등이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지능형 무기체계로 바뀐다. 유무인 복합 체계(MUM-T)와 대드론체계(C-UAS)까지 더해지면 전력은 훨씬 불어난다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55조원 투자는 단순히 기술 확보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화는 △지역인재 양성 △협력업체 기술경쟁력 제고 △스타트업·연구기관 동반성장이라는 세 축으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함께 내놨다. 특히 영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될 예정이다.
이미 △부산대 △창원대 △경상대 등과 △산학과제 수행 △장학생 선발 △재직자 재교육 등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 학부 계약학과 설치와 계약정원제 대학원 운영 등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지역 협력업체에는 정책금융을 활용한 저리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자동화·원격화로 안전관리를 강화해 생산 기반 고도화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 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지역 생태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이런 선순환 구조야말로 한화가 생각하는 산업 생태계의 완성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에서 우주, 발사체에서 AI 모델까지 아우르는 이번 투자 계획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지역 인프라와 인력 기반이 얼마나 탄탄하게 뒷받침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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