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가상자산 등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디지털포렌식 백서가 발간됐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경찰청, 국가정보원, 검찰청, 해양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검찰단, 국방부조사본부, 육군수사단, 국세청과 함께 ‘2026 국가디지털포렌식백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연구기관으로 국가·공공 분야의 사이버보안과 암호, 디지털포렌식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한다. 사이버 위협 대응 기술 개발과 국가기관의 정보보안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번 백서는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주요 이슈와 정책·제도, 기술, 산업, 인력 현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첫 국가 차원의 백서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백서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전략적 의사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서는 2025년 디지털포렌식 10대 이슈로 AI 기술 확산에 따른 신종 범죄 증가를 꼽았다. 딥페이크 영상 조작과 AI 음성 합성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자동화된 피싱·금융사기 등이 기존 범죄보다 정교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0대 학생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과 졸업앨범 사진 등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한 딥페이크 성범죄는 디지털 기술 악용이 국민 생활과 사회 안전을 직접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다뤄졌다.
디지털 증거의 객관성과 적법성을 중시하는 법원의 판단 경향도 주된 과제로 제시됐다. 최근 법원이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 보장과 별건 수사 제한,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의 삭제·폐기 등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디지털포렌식 전 과정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백서는 클라우드 포렌식과 원격지 서버 압수수색 법제화 논의, AI 시대 형사소송법 개정과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포렌식 중요성 확대, 암호화 해제와 모바일 포렌식 신뢰성 논란 등을 주요 이슈로 선정했다.
가상자산을 여러 종류의 코인과 블록체인으로 옮겨 자금 흐름을 숨기는 ‘체인 호핑’ 추적 기술과 디지털포렌식 분야 한국인정기구(KOLAS) 인정의 민간영역 확대, 해외 수사기관 숙련도시험 참여 등도 백서에 포함됐다.
백서에 수록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에서는 디지털포렌식 현장의 지원과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외산 포렌식 도구의 라이선스 비용과 라이선스 갱신과 추가 보급에 드는 비용이 규모가 작은 기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개발·보급하고 있는 국가용 디지털포렌식 도구 ‘DFT’는 예산 절감과 함께 기관 간 분석 역량 격차 완화, 수사 절차 표준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포렌식 분야를 국가 과학기술 표준분류체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 기술분류체계에 독립된 기술 분야로 반영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분류체계에서는 디지털포렌식이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분야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연구개발 기획과 기술 통계 관리, 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이번 백서 발간을 계기로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연구개발과 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백서 발간 기관들은 이날 서울 엘타워에서 ‘2026 상반기 국가 디지털포렌식 연구개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관련 기술과 정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황수훈 소장은 “디지털포렌식은 국가안보와 산업 경쟁력, 디지털 주권을 지탱하는 핵심 분야”라며 “AI와 양자 기술 등 미래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혁신과 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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