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재건축론' 불러온 파장은? 민주당 잘못된 '오답풀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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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재건축론' 불러온 파장은? 민주당 잘못된 '오답풀이' 하고 있다

프레시안 2026-07-03 15:28:24 신고

3줄요약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증축', '재건축', 이런 비유의 기저에는 '이 정당의 진짜 주인은 원래 우리다' 라는 식의 소유권 주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정당의 주인은 궁극적으로 국민과 당원인데, 기득권을 가진 파벌들이 서로 자기들이 주인이라고 대외적으로 외치고 있는 꼴입니다. 이런 표현과 프레임들은 정치가 마땅히 다루어야 할 서민 경제, 외교 안보, 사회적 격차 해소 등의 정책적 의제와는 전혀 거리가 먼 얘기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핵심 자원과 스피커들이 온통 이런 소유권 논쟁에만 골몰해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박선경 고려대 교수)

"민주당은 지난 총선부터 시작해 계속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겨오면서 선거 전문가 정당이 된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후보의 퍼포먼스에 초점이 간 게 아니라 다 구도로 생각하는 거예요. 부산 북갑에서 하정우 후보가 진 이유가 보수 쪽이 갈라져 나와서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안이하게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근데 막상 경기 평택에서 김용남 후보와 조국 후보가 갈라져 싸우고 있는데, 지도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방관했어요. 인신공격부터 감정을 자꾸 건드리고 원수를 만드는 정치를 지도부가 나서서 정리를 하지 않고 내버려둔 거죠. 저는 이런 부분에서 국정을 담당하고 관여하는 집권 여당이라는 점에서 보면 실패를 부정할 수 없는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

6.3 지방선거 후 정치권은 이제껏 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13곳을 민주당이 이겼지만, 서울시장, 부산 북구갑, 평택을 등 핵심적인 지역에서 패배하면서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닌" 성적표를 받은 이후에 민주당은 '친문계'와 '친명계' 사이의 파벌 싸움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조털래유', '새똥돼주길' 등 서로를 향한 멸칭이 오고 가다가 유시민 전 장관의 '재건축론'으로 폭발했다. 결국 1일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통합'을 주문했지만, 8월 17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다시 분열과 갈등이 덮어버린 한국의 정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와 대담을 마련했다. 2회에 걸쳐 대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이 대담은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유시민 전 장관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시민 재건축론'민주당 계파 싸움이 이전과 다른 두 가지 이유

박선경 교수는 현재 민주당 내 계파 갈등에 대해 "한국의 주요 정당들은 서구 유럽의 일부 정당들처럼 아주 강고하고 선명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정책을 빚어낸 정당들이 아니라 범진영적 논리와 다수 대중의 표를 최대한 긁어모으고자 하는 전형적인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것 자체는 제도 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경 : 첫 번째는 갈등을 표출하는 주체들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극단적인 용어를 동원하여 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외부의 적이나 다른 정당과 사활을 걸고 싸우는 전선이 아니라 같은 지향점을 공유한 사람들끼리의 당내 경쟁이자 파벌 싸움입니다. 그런데 집안 싸움 치고는 동원되는 언어의 수위가 너무 과도하고 파괴적입니다. 동지적 연대의식은 온데간데없고 서로를 향해 날 선 비난만 쏟아내다 보니, 논쟁의 양상이 지독하게 감정적인 싸움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짚어야 할 본질적인 부분은, 앞서 언급된 '증축'이니 '재건축'이니 하는 비유의 기저에는 유치한 소유권 주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보면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과 학생들의 태도가 연상되곤 합니다. 이번 선거 당시 민주당의 객관적 입지와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충분히 90점 이상의 우수한 성적을 맞을 수 있는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겨우 70점, 혹은 낙제를 겨우 면한 6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 든 셈입니다. 그렇다면 오답 노트를 펴고 자신이 어느 과목에서 과오를 범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왜 틀렸는지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자신이 왜 오답을 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시험의 본질도 아니며 어차피 너무 어려워서 틀릴 수 밖에 없는 저 구석에 있는 문제를 붙들고 밤새도록 과하게 육탄전을 벌이고 있는 꼴입니다.

사실 선거 이전부터 민주당 내 계파간 주도권 논쟁이 지루하게 이어져왔고, 유권자들은 그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 결과의 이면에, 당내 상생과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밥그릇 싸움만 벌인 양대 파벌 세력 모두에 대한 유권자들의 깊은 실망감과 ‘일종의 경고성 심판’이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합니다.유권자들이 엄중한 심판의 메시지를 보냈으면 즉각 행태를 수정해야 마땅한데, 선거가 끝나고 반성이 필요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똑같은 계파 싸움의 문법을 무한 반복하고 있으니 정당 지지율이 눈에 띄게 계속 떨어지는 것입니다."

선거라는 큰불 꺼지자 내분 본격화…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

김윤철 교수는 "유 전 장관이 재건축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는데, 집값이 오르려면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비유 자체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 선거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정치권 안팎에서 또다시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점은 유권자들이 표출한 선거 결과의 본질적인 의미입니다. 그것은 명확합니다. '지금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제발 정신 차려서 잘해봐라'라는 질책과 준엄한 당부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거가 끝나고 나서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유권자의 뜻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오히려 선거라는 큰 불이 꺼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분이자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형국이지요.

지금 민주당을 보십시오. '증축론'이니, '재건축론'이니 하는 허망한 비유적 수사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결국 알맹이 있는 정책이나 비전이 전무하기 때문에, 속이 텅 비어 있으니까 공허한 말장난과 비유법만 가지고 싸우는 것입니다.딱히 파벌 싸움이라고 고상하게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인데, 당권을 둘러싼 기존 친문계와 소위 신주류 간의 갈등이라고 일컬어지는 해묵은 싸움을 또다시 촉발시킨 겁니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그리고 저 역시 평생 정치를 업으로 연구하고 관찰해 온 정치학자로서 보기에 그야말로 '대체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은 한심하고 참담한 상황입니다. 정상적인 공당이라면 선거가 끝난 직후 패배든 승리든 그 원인을 철저하게 복기하고, 유권자의 마음을 읽어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겠다', '어떤 노선을 걷겠다' 하는 깊은 반성과 향후 지향점을 담은 엄밀한 평가를 최우선으로 내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정당의 의무이자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그런데 당이 본질을 놓치고 엉뚱한 말의 덫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소모적인 기운과 퇴행적 정쟁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이제 출범한 지 1년을 조금 넘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 확보나 여당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유권자들에게 '과연 저 당이 앞으로 잘 될 수 있을까?’, ‘집권 세력으로서 능력이 있는가?’라는 국민적 회의감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논쟁을 하더라도 제발 좀 격조 있고 세련되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서 국민들의 삶을 보듬을 것인지, 대전환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나아갈 국가적 미래 비전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토론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지금 전개되는 양상은 한국 정치의 질적 발전에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의 정치적 입지 확보에도 결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힘이야말로 재건축이 필요한 정당

한편, 야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극우세력에 기대어 전혀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제1야당'이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현재의 '양당 체제'에 대해 김윤철 교수는 "양당제 구조가 현재 윤석열 같은 인물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양당제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윤철 : 정당 연구에서도 양당제가 온건한 이념을 중심으로 합의를 지향해서 정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90년대만 해도 한국의 정치학자 대다수가 한국이 양당제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 주류였거든요. 민주화 이후에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합의적이고 수렴적인 방향으로 가자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서로 원수처럼 싸우고 있는 거죠.

유럽에서는 극우 세력이 자기들 힘으로 직접 당을 만들어 집권당의 위치까지 오르는 아주 정석적인 정치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기존의 '큰 집'(정당)에 들어가려고만 하죠. 지금의 양당제가 그런 식으로 이용당하게끔 만들어져 있는 거고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은 한국 역사적으로 극우적 성격의 국가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회적, 정치적 지분을 갖고 있는데, 그게 그냥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윤석열을 어떻게 해야 하나'가 아니라, 이런 세력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국민의힘이야말로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떻게 재건축할 것인가가 문제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민주당이 자꾸 국민의힘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시민들이 국민의힘에 대해 '재건축 신청'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 주도로 보수를 합리화해서 개혁보수, 합리적 보수로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줘야 하는데, 민주당은 자꾸 국민의힘 욕만 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도적이고 개혁적, 합리적인 성향을 가진 국민의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대안 없이 매번 자기 정당 욕만 듣게 되니 오히려 민주당이 싫어지는 효과도 생깁니다. 그러면 개혁의 동력 자체가 상실되는 거죠. 이런 부분도 좀 감안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양당제, 극우 의회 진출 어렵게 하는 장점…정치 엘리트 질 떨어져 문제

박선경 : 양당제도 장단점이 있고 다당제도 장단점이 있는데, 지금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면 다당제 국가들이 오히려 훨씬 취약합니다. 유럽을 보면 극우 세력이 2~3%의 아주 적은 득표율로도 의회에서 한두 석을 가져가는데, 그 한두 석으로 상당히 많은 정책적, 정치적 이득을 챙깁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보수 세력 전체를 극우 쪽으로 끌고 가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유럽 내 여러 나라의 정치가 점점 나빠지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실제 득표율보다 훨씬 큰 목소리를 얻게 되는 구조인 거죠. 양당제의 장점은, 어쨌든 극우 성향 정당이 원내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우리의 극우는 계속 아스팔트에 머물러 있고, 여의도로는 못 들어오는 거라고 봅니다.

한국 정치가 양당제가 가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뛰어나고 걸출한 정치인들이 있었고, 그런 인물들을 배출할 수 있는 인재풀이 넓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과거 3김 시대부터 민주화운동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인물들을 배출했고, 보수 진영은 주로 공무원이나 엘리트 중심으로 인재 수급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 인재풀이 점점 좁아지고, 정치 엘리트의 질도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인들의 언어를 봐도 훨씬 더 공격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쓰고, 정책 토론보다는 감정적이고 정파적인 논쟁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유튜브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서 확성기 역할만 하는 분들을 보면,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라고 1994년부터 국회의원이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활동을 하기 위한 연구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다른 정당 소속 의원이 1명 이상 포함해 2개 이상 교섭단체(비교섭단체 포함) 소속 의원 10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므로 초당적 대화와 협력을 장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연구모임에 얼마나 다양한 정당 소속 의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지 분석을 해 봤더니, 처음에 시작해 20대까지는 국회의원들의 다양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21, 22대 국회에서는 뚝 떨어졌습니다. (박선경, "12.3 비상계엄과 정치 엘리트의 양극화" 중에서) 이처럼 확실히 최근 들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대화와 소통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리얼 톡-특별 대담]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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