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귀국 후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예정돼 있던 가족 방문 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특별감사와 경찰 수사, 국회 청문회 등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한 시점에 서둘러 출국한 타이밍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뉴스1
홍 전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팀이 탈락하자 베이스캠프였던 멕시코 사포판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후 지난달 29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먼저 귀국길에 올랐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런데 귀국 이틀 뒤인 2일 오후, 홍 전 감독은 다시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조별리그 막판 불거진 남아공전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선수단 인터뷰 보이콧 사태와 내부 갈등설이 한창 도마 위에 오른 때였다. 여기에 더해 정부와 정치권의 후속 조치도 예고돼 있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우리나라 축구의 참혹한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문체부에선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역시 홍명보 감독 선임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이송해 광역수사단에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한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며 정몽규 KFA 회장과 홍 전 감독을 핵심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홍 전 감독의 이번 출국이 청문회 등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성적 부진과 팀 내홍에 대한 책임론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훌쩍 해외로 떠난 모양새가 되면서 도망치듯 출국했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실제로 홍 전 감독이 돌연 한국을 떠나면서 예정된 수사, 청문회, 특별감사 등의 일정 진행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수사 주체인 경찰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수사를 예고하는 언론보도가 연일 이어졌음에도 홍 전 감독에 대한 출국금지 등 사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축구협회와 홍 전 감독 측 관계자들은 이번 출국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홍 전 감독의 아내와 자녀들이 이미 LA에 거주 중이었으며, 월드컵 일정을 마친 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문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스포츠서울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축구협회 및 홍 감독 측 복수 관계자는 “(홍 감독이) 자택이 있는 LA로 가는 건 계획된 일이었다. 이미 아내와 아이들 모두 LA에 지내고 있었고, 월드컵 이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간 것 뿐”이라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은 LA행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취재진과 마주치기도 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난 그는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며 각종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선수단 내부 불화설에 대해서는 "선수들 사이에 전체적인 갈등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가 규율 위반으로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제외됐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청문회 출석 등 향후 귀국 일정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귀국 날짜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문제는 축구협회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쉽게 수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창에는 "월드컵이 언제 끝날지 어떻게 알고 미리 일정을 잡았나"는 반응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국회 청문회 등 국내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출국한 타이밍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1승2패(승점 3)를 기록, 조 3위에 그쳐 32강 진출이 무산됐다.
.홍명보 전 감독에 미국행에 대한 네티즌 반응 / 네이트 뉴스 댓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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